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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보현 기자] 업계 1위
하림(136480)의 가격 인상이 매출 확대에 적극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원재료 매입액이 줄었음에도 전체 매출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생산량 변동과 수입 증가에 따른 시세 변화 등 외부 요인에 입각한 가격 인상이라는 입장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장바구니 및 외식 물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하림이 업계 1위 업체라는 점에서 경쟁 업체가 크게 고민하지 않고 가격 상승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사진=하림산업)
외형 확대 뒤 주요 품목 과반 가격 인상…원재료 매입액은 감소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하림은 주요 제품 6개 품목 중 4개 품목 가격은 최대 80% 인상했다. 킬로당 절단육은 5%(4496원→4721원), 계육은 6.8%(3345원→3573원), 신선육은 8.5%(3763원→4028원), 양념육은 약 80%(6003원→1만871원) 각각 올랐다.
반면 원재료 총 매입액은 지난해 8604억원으로 전년 8730억원 대비 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 4400억원으로 전년 1조 2854억원 대비 약 12% 증가했다.
이를 종합하면, 판매량 확대보다는 제품 가격 상승이 매출 증가를 견인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출액은 판매량에 제품 단가를 곱한 값이다. 제품 단가를 올리거나 판매량을 늘리면 매출액이 증가하는 셈이다. 하림의 경우에는 원재료 사용량이 감소했는데 제품 가격 인상을 고려하면 단가 상승 효과가 매출 증가를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가격 인상 배경을 생산량 증감에 의한 산지가격 상승과 하락의 반복, 닭고기 수입량 증가 등에 의한 생계시세 변동이라고 밝혔다.
가격 인상 효과는 기업 실적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소비자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닭고기는 국내 주요 단백질 공급원으로, 가격 인상은 서민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의 '농림축산 주요 통계 2024'에 따르면 국민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2013년 11.5kg에서 2023년 16.2kg으로 약 40% 증가했다. 닭고기가 국민식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커진 셈이다. 또한 닭고기 가격 인상은 치킨 등 대중적인 외식 품목 가격 인상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
그러나 하림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닭고기 공급가를 최대 10%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발생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육용종계(씨닭) 대규모 살처분이 이뤄져 고기 수급에 문제가 생겨서다. 지난해부터 올해 겨울까지 살처분된 육용종계는 44만 마리로, 전년 동절기 12만 마리 대비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과점 구조 속 담합 이력 주목…AI·수입 증가로 가격 변동성 지속
또 다른 문제는 하림이 소수 업체 과점 구조인 육계 업계의 1위라는 점이다. 육계시장은 주요 업체들이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만큼, 선도 업체의 가격 정책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실제 올해는 하림뿐만 아니라 올품,
마니커(027740) 등 동종업계 회사들도 대형마트 닭고기 공급가를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과거 담합 의혹 논란도 재조명된다. 지난 2022년 하림은 2005~2017년 간 닭고기 가격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약 175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가격 인상과 출고량 조절, 생산량 감축 등 다양한 방식이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회사는 현재 관련 처분에 불복 소송을 진행 중이다.
향후 가격 인상 가능성은 더 남아 있다. 하림은 최근 3년간 생산량이 줄고 수입량이 늘었다. 이는 국내 생산 기반이 약화되고 있어 가격 변동성이 늘 잠재돼 있는 구조로 해석될 수 있다.
원가도 상승세다. 하림의 지난해 주요 원재료 가격은 사료용 대두박과 옥수수를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상승세를 보였다. 2024년 대비 지난해 농가에서 매입하는 생계는 킬로당 1779원에서 1914원, 육계는 4261원에서 4725원, 사료원료인 소맥은 334원에서 355원으로 각각 올랐다.
하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닭고기 시세가 오르는 것은 AI 영향이 가장 크다. 또한 농가에서 닭이 모자라니 가격을 올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육계협회와 정부가 협의해서 날마다 닭고기 시세를 결정하고 해당 시세를 2주평균 내서 그 기준값으로 대형마트가 납품가를 얘기해준다. 우리는 닭고기를 납품하는 입장이다보니 대형마트 측 납품가에 맞추는 입장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우리(하림)는 가격 결정력이 낮은 편"이라며 "이번에 스페인에서 수입하는 육용종란이 순차적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시장에 반영되면 시세가 안정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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