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대통령 친인척과 대통령비서실 고위공무원의 비리를 감시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을 위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에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 개시를 요청한 지 하루 만에 여·야가 만나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와 관련해 본격적인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10년째 공석이던 특별감찰관 자리가 채워질지 기대를 모읍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통령 친인척 등에 대한 권력형 비리를 근절하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 증원 등 공수처의 수사 역량 강화를 위한 법 개정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국회에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 개시를 재요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은 모든 권력은 제도적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의 원칙 아래 특별감찰관 임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계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권력형 비리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회에 특별감찰관 임명을 재차 요구한 겁니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려면 국회가 먼저 후보를 추천해야 합니다. 국회가 15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직에 있던 변호사 중에서 3명을 후보자를 여야 합의로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은 추천서를 받은 3일 이내 3명 중 1명을 임명해야 합니다. 특별감찰관의 임기는 3년이며, 중임은 불가합니다.
하지만 특별감찰관 자리는 10년째 공석이었습니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잇따르자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은 특별감찰관법을 제정, 이듬해 3월 1대 감찰관으로 검사 출신 변호사 이석수를 임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특별감찰관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 핵심 측근 우병우 민정수석을 감사하던 중 청와대와 마찰을 빚다가 2016년 9월 사임했습니다. 3년 임기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둔 겁니다. 이후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에서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습니다.
이 대통령의 특별감찰관 임명 요청으로 여야는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0일 원내대표와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참여한 '2+2 회동'을 열고 특별감찰관 임명 처리 절차를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에서는 특별감찰관 후보를 이미 준비해 놨다"며 "민주당에서 특별감찰관 후보 추진 절차를 적극적으로 진행한다면, 신속히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월22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 위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진=뉴시스)
다만 이 대통령이 대통령의 친인척 및 특수관계인의 권력형비리 근절 의지 보여주려면, 결국 공수처 수사 역량 강화를 위하 법 개정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별감찰관 제도는 대통령 측근에 대한 비리를 감시, 그 자체로 비위·범죄 예방 기능을 갖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소속으로, 대통령이 임명해 독립적인 감찰이 진행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이런 한계를 보완해 주는 것이 바로 공수처의 역할입니다.
특별감찰관의 감찰 대상은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으로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겹칩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데, 고위공직자범죄는 대통령 친인척, 대통령비서실 3급 이상의 공무원이 저지른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 범죄를 포함합니다. 감찰 결과는 공수처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통령 측근에 대해 독립된 감찰 나아가 독립된 수사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제도 설계를 위해서 공수처 수사 인력 충원 등 공수처 역량 강화 방안이 이야기 되는 배경입니다.
공수처 검사 증원은 이 대통령이 대선 전 약속한 것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4월 민주당 재선 경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은 유튜브 채널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에 출연해 "저는 공수처를 대폭 강화할 생각"이라며 "공수처 (검사를) 늘리고, 국가수사본부도 독립성을 강화해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수처 검사 증원을 담은 법안에 대한 논의는 진척이 없습니다.
장경태 무소속 의원은 2024년 6월 공수처가 독립된 수사기관 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검사를 현행 25명에서 40명으로 늘리고, 수사관을 40명에서 80명으로 늘리는 안을 담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년 가까이 되도록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성윤, 전현희, 윤준병, 한정애 민주당 의원들도 공수처 수사 인력 확보를 줄기로 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지만,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개혁, 사법개혁 등 당시 법사위 혐안이 많다 보니, 공수처법 개정안은 후순위로 밀렸다"며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언제 이뤄질지는 현재로서 알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특별감찰관 임명을 하라고 말해왔다"며 "실제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는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지, 야당에서 추천하는 사람이 특별히 편향적인 사람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면 야당이 추천한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 교수는 "공수처는 수사를 하는 것이고, 특별감찰관은 감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감찰관 제도가 운영되면, 공수처 수사는 오히려 더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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