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기업의 자기주식(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 시행 영향으로 주요 대기업의 자사주 소각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들어 3개월 동안 주요 대기업은 43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및 처리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는 지난 한 해 전체 자사주 소각 규모의 3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특히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이 급물살을 타면서 총수 일가의 지배력도 낮아지는 양상입니다.
서울 도심에 입주한 기업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2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가운데 총수와 상장 계열사가 있는 73개 그룹(339곳 계열사)을 분석한 결과 올해 1~3월까지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기업은 총 60곳으로, 소각 규모는 총 42조5207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소각 규모인 13조2850억원의 3배를 넘는 수준으로 증가율은 220%에 달합니다. CEO스코어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이후 기업의 자사주 소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달 6일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개정 상법 시행으로 상장사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1년6개월 이내에 소각해야 합니다. 다만, 임직원 보상, 경영상 목적 등 자사주 활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 예외적으로 보유·처분이 가능합니다.
올해 자사주 소각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전자로 조사됐습니다. 삼성전자는 14조8994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습니다. 이어 SK하이닉스가 12조2400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했습니다. 두 회사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27조1394억원으로 올해 전체 자사주 소각 규모의 63.8%에 달합니다. 이어 SK(4조8343억원), 삼성물산(2조3269억원) 등 순으로 자사주 소각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사주 보유 비율(보통주 기준)은 SK가 24.8%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태광산업(24.41%), 롯데지주(23.69%), 미래에셋생명(21.83%) 등이 20%를 웃도는 자사주 보유 비율을 보였습니다. 최근 3개월 새 자사주 보유 비율이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은 삼천리로 15.56%에서 5.59%로 9.97%p 감소했습니다. 반대로 같은 기간 자사주 보유 비율이 증가한 기업은 현대지에프홀딩스로 1.92%p 늘었습니다.
대기업의 자사주 소각이 급물살을 타면서 총수 일가의 지배력도(최대주주 지분율) 낮아지는 모습입니다. 지배력이 가장 크게 감소하는 기업은 태광산업으로 소각 전 78.94%에서 소각 후 54.53%로 24.41%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K도 자사주 소각 후 지배력이 50.21%에서 31.87%로 18.34%p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밖에도 자사주 소각 시 지배력이 크게 감소하는 기업은 대신증권(-18.30%p), 동양(-17.00%), 미래에셋증권(-12.77%p), KCC(-11.98%p), 두산(-10.34%p) 등입니다.
자사주 소각 이후 기업 총수의 지배력이 20% 미만이 되는 기업은 삼성전자, 부광약품, 호텔신라, 한솔케미칼, 네이버 등 5곳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중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3월 말 기준 지배력이 21.91%(자사주 2.21%, 최대주주 19.71%)에 달했지만, 이달 초 자사주 1.24%를 소각한 후 지배력이 19.95%로 낮아지며 20% 선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삼성전자는 주식 소각 후 남은 자사주를 2027년 정기 주총일 전까지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처분할 계획입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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