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원진 기자]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수입 철강 관세를 50%로 올리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시황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철강사 중에서도 유럽 수출 물량을 늘린 재압연 업체들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EU는 미국과 달리 현지 공급 공백이 나타날 전망이 적어 걱정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철강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지난 19일(현지시각) 수입 철강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현행 25%에서 50%로 올리고, 무관세 수입 할당량(쿼터)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무관세 쿼터는 기존 연간 3500만톤에서 1830만톤으로 약 47% 감소할 예정이며, 새 법안은 현행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가 종료되는 오는 7월부터 적용됩니다.
EU가 이처럼 철강 수입 규제를 강화한 배경에는 미국발 풍선효과가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이 철강 보편 관세를 시행하면서 수출길이 막힌 여러 국가들이 대체 수출처로 유럽에 물량을 집중시킨 것입니다. 실제 유럽철강협회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6월 철강 관세를 50%로 올린 뒤 연말까지 미국으로의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한 반면, EU의 경우 3분기 철강 수입은 10%, 4분기 철강 수입은 무려 53% 증가했습니다.
국내 철강업계에게 EU는 전체 수출 중 10%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입니다. 때문에 이번 조치가 국내 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철강제품 가운데서도 트럼프 행정부 철강 관세 시행 이후 유럽 수출이 크게 늘었던 재압연 업계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가 시행된 지난해 3월 직후인 2분기, 냉연강판은 17만4482톤, 아연도금강판은 17만2460톤 EU로 수출하며 각각 80%, 85% 증가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 물량을 유럽으로 돌려왔던 셈인데, EU의 이번 조치로 이마저도 제동이 걸릴 전망입니다.
대안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미국의 경우 철강 수입관세 시행 이후 현지 공급 부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면서 지난달 대미 수출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다시 수출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도 향후 미국이 철강 수입에 유화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은 티센크루프, 아르셀로미탈 등 대형 철강사들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는 데다 봉형강 생산 위주의 미국 업체들과 달리 봉형강과 판재류 모두 생산하고 있어 공급 공백 발생 가능성이 더욱 적습니다. 이번에 쿼터 물량을 절반 가까이 줄인 것도 역내 공급이 충분한 상황임을 암시합니다.
이에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한국 철강의 주요 시장인 만큼 적지 않은 파장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향후 구체적인 국가별 쿼터 배정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는 한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여 글로벌 철강 시장 안정적 공급망 유지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이원진 기자 blue45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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