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기업들이 역대급 실적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온기는 고용시장으로 흐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등 기술 집약적 신산업을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한 소수 대기업만 성장 과실을 얻고 있는 데다, 양극화 구조도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청년 신규 채용 촉진 과제를 발굴하겠다는 입장이나 기업의 보수적 경영 기조와 극심한 업종별 양극화의 벽을 넘지 못하면 단기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23일 한국은행이 집계한 올해 1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보면, 국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외감기업)의 전체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2.5%에서 올해 1분기 13.5%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총자산 증가율도 1.4%에서 4.7%로 급증했습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6.0%)보다 두 배 이상 뛰었습니다. 전기 대비로도 1.7% 성장세입니다.
6월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얼핏 보면 완연한 성장 흐름입니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대기업 매출액 증가율이 16.0%에 달하는 동안 중소기업은 2.4% 성장에 그쳤습니다. 제조업 영업이익률이 18.1%로 치솟는 사이 비제조업 영업이익률은 5.9%에서 5.7%로 뒷걸음질 쳤습니다.
비제조업은 중동발 운임 폭증으로 반등한 운수업을 제외하면 섬유·의복(-1.2%), 목재·종이(-0.8%), 비금속광물(-3.6%), 가구(-4.1%), 건설(-4%) 등 대다수 업종의 부진이 여전했습니다. 반면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투자 수요를 흡수한 기계·전기·전자(6.9%→32.5%), 전자·영상·통신장비(8.8%→42.2%) 업종의 독주가 눈에 띕니다.
반도체 업황 호조는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2분기 기업경영분석 통계 집계는 하반기 발표 예정인 만큼, 직접적인 수치 확인이 어렵지만 1분기만큼 서프라이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기타 제조업(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등)의 실적 둔화 폭은 예상보다 깊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기업 협력사들의 단가 압박 등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종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도 1분기(2.4%) 수준보다 더 하락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부채 축소, 투자 보수화로 인한 내실 경영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고용 포기로 이어지는 셈입니다. 산업연구원의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조사(PSI) 결과를 보면, 실제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6월 제조업 업황 현황 PSI는 99로 전월(107)보다 8포인트 하락했습니다.
5월13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 학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시스)
하반기 첫 시작을 알리는 7월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AI 반도체 수요 제조업 부문만 기준치를 웃돌 뿐, 철강·화학 등 전통 소재 부문은 부진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올해 실업자 추이를 보면, 1분기 평균 실업자가 100만명대(102만9000명)를 돌파한 이후 4월 85만3000명으로 숨을 고르는 듯싶더니 5월 들어 87만8000명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실업 한파는 상반기 내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대별 격차는 심화하고 있습니다. 1분기 청년 취업자는 15만6000명 급감한 데 이어 4~5월에도 청년층 취업자 감소세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에서 시작된 일자리 가뭄과 중소기업 긴축 경영의 고착화로 인한 중장년층 실업자 증가 등 악순환의 궤도에 진입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날 소집한 관계부처 합동 일자리전담반(TF) 회의에서 가칭 ‘청년 일자리 회복 방안’ 등 부처 합동 긴급 대응책을 서두르는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업들이 보내온 1~5월 고용 한파 신호가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부의 ‘청년 일자리 회복 방안’이 미봉책에 그치지 않으려면 기업의 자발적 채용과 업종별 양극화 해소가 선행돼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6월1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 직장인들이 출근길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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