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최근 요양병원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내 노인 의료 최일선의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요양병원은 노인성 질환자나 만성질환자 등 주로 장기 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 행위를 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입니다. 초고령 사회를 목전에 둔 우리나라에서 요양병원의 필요성과 그 역할은 커지고 있지만 병원을 둘러싼 사고가 되풀이되면서 부정적 인식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사무장 요양병원'을 통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 불법 비급여 환급, 고령 환자 다리 절단 후 이를 일반 폐기했다 물의를 일으킨 사건 등이 대표적입니다.
‘요양병원 환자안전사고 분석(구혜자·홍은영, 2025)’ 연구는 “200병상 미만 요양병원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환자 안전사고의 위해 발생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환자 안전 관리 법제화가 필요하며 요양병원의 상해 발생 원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최근 각종 논란을 빚고 있는 요양병원은 노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 의료기관으로, 그 수가 지속 감소하고 있다. 이는 노인 의료의 진공상태로 이어질 위험도 존재한다. 사진은 한 요양병원 외관의 모습. (사진=김양균 기자)
현재 보건복지부는 비정상·가짜진료 행정조사반을 가동하고 단속에 나선 상황입니다. 임선재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일부 부도덕한 기관들의 불법 페이백 및 가짜 입원 행위로 인해, 전체 요양병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돼 대다수 선량한 요양병원들까지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회원 병원들을 대상으로 한 준법 진료 및 윤리 경영 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해 자정 활동을 벌이겠다”고 전했습니다. 유인상 대한중소병원협회장 겸 대한병원협회 부회장도 “요양병원의 질 향상이 담보되지 않으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에 의료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을 위해 병협 차원에서 가이드를 만들고 시스템화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왜 요양병원에서 유독 사건·사고가 자주 발생하냐는 질문이 남습니다. 여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환자 한 명 ‘값’에 목매다 보니 줄폐업으로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은 ‘일당 정액수가’가 적용됩니다. 이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 질, 종류, 양과는 관계없이 환자 중증도에 따라 하루당 일정액의 진료비를 병원에 지급합니다. 요양병원 업계는 일당 정액제가 인건비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하고 적극적인 의료 서비스 시행 의지를 위축시킨다고 말합니다. 여기에 확정된 2027년도 요양병원 수가 인상률은 1.3%. 2011년 1% 인상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인상 폭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상대가치 점수당 단가(환산지수)는 기존 84.2원에서 85.3원으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환자가 줄면 수익 감소로 연결되는 구조, 낮은 수가로 인해 환자 한 명당 많게는 3만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는 탓에 요양병원은 ‘다다익선’, 즉 병상에 환자를 채우는 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200병상 기준 최소 병상 가동률 80% 이상을 유지해야만 겨우 적자를 면하는 구조라 문을 닫는 요양병원들이 늘고 있다”이라고 말했습니다.
권역별 요양병원 분포 비중과 65세 인구 비중 비교. 수도권과 영남권은 공급 과잉, 강원권과 호남권은 심각한 공급 부족이 눈에 띈다. (사진=김양균 기자, AI 생성 이미지)
실제로 요양병원의 수는 계속 줄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580여개소였던 요양병원의 수는 2023년 1404개로, 올해 1분기 1296개소까지 줄어들었습니다. 1분기 기준 권역별로 요양병원 분포 비중은 영남권(부산·경남·경북·대구·울산)이 36.27%(470개소)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수도권(경기·서울·인천) 33.33%(432개소) △호남권(전남·전북·광주) 16.28%(211개소) △충청권(충남·대전·충북) 10.80%(140개소) △강원 2.31%(30개소) △제주 0.77%(10곳) △세종 0.23%(3곳) 순이었습니다.
문제는 급속한 고령화입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기초해 확인한 5월 기준 권역별 65세 이상 비중은 강원이 27.5%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호남(광주·전북·전남) 25.6% △영남(부산·대구·경북·경남·울산) 24.7% △충청(대전·충북·충남) 22.8% △제주 20.5% △수도권(서울·인천·경기) 19.4% △세종 12.7% 순이었습니다. 복지부가 ‘지역사회 통합돌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요양병원은 노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 기관입니다. 그러니 요양병원의 감소는 노인 의료의 진공상태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권역별 요양병원 분포 및 65세 이상 인구 비중 비교. (사진=김양균 기자, AI 생성 이미지)
두 데이터를 비교·분석한 결과, 지역별 요양병원 공급은 심각한 불균형 상태였습니다. 수도권과 영남권은 과잉 공급인 반면, 강원은 전국에서 가장 고령화되어 있지만 요양병원이 가장 부족했습니다. 호남권도 전국 2위 고령화가 진행 중이지만 영남·수도권 다음으로 적은 공급이 눈에 띕니다. 이들 지역의 노인 환자들은 수도권·영남권으로 원정을 가야 하거나, 의료 공급 자체를 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비교적 상황이 낫다는 영남권역의 노인 의료 실상도 열악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해당 권역에 속하는 부산은 5월 말 기준 총인구 323만4293명 중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5.9%(83만7676명)으로 6대 광역시 가운데 고령화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입니다. 부산 소재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병원을 운영할수록 적자폭이 커져 숙련도가 높은 직원들을 내보내고 상대적으로 급여가 싼 신규 직원을 고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지역에서 노인 의료의 최일선에 있는 요양병원들이 더 전문적으로 어르신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감시와 더불어 지원 확대, 수가 현실화가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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