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리 꼴찌' 울산시금고…쟁탈전 승부 가른 '11점'의 비밀
자율배점 항목 '11점'…'시민 편의성' 항목에 6점 가산해 배분
시금고 선정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울산시 "조례 고칠 것"
2026-07-13 12:42:16 2026-07-13 14:46:01
[울산=뉴스토마토 하주화 기자] 울산시금고를 독점해 온 경남은행의 예금금리가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생긴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김상욱 울산시장이 직접 문제를 지적한 이후 '금리 중도 인상'이라는 큰 틀의 합의는 이뤄졌으나, 의문의 시선은 여전합니다. 3년 전 계약 체결 과정에서 과연 무엇이 최우선으로 고려됐는지에 대한 본질적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낮은 금리를 상쇄할 만한 전략적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확산되는 이유입니다. 경남은행과 농협은행이 시금고를 독점해 온 30년 세월에 대한 불신도 제기됩니다. 저금리 계약에 따른 시민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문제의 본질을 철저히 해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현행 지자체 금고 선정 기준은 총 100점 만점입니다. 항목별 점수를 배분한 뒤 총점이 가장 높은 은행을 지정하는 방식입니다. 평가 항목은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25점) △지자체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17점) △시민 이용 편의성(18점) △금고업무 관리능력(22점) △지역사회 기여 및 자치단체 협력사업(7점) △기타 사항인 자치단체 자율항목(11점) 등 6개 분야로 구성됩니다.
 
이 가운데 자율항목을 제외한 5개 분야는 이미 정해진 기준에 따라 배점되는 '공통 항목'입니다. 반면 자율항목 11점은 지자체가 지역 여건과 정책 방향 등을 고려해 나머지 5개 항목에 재량껏 배분할 수 있습니다. 시민 이용 편의성 항목에 5점을 더해주고, 금고업무 관리능력에 6점을 추가해 주는 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시민 이용 편의성 항목의 배점은 기존 18점에 5점이 더해져 총 23점이 되는 겁니다.
 
행정안전부는 지역 특성과 시민 편익을 반영하기 위해 자율항목 기준을 두도록 했습니다. 시금고가 지자체 곳간인 만큼, 선정 과정에 지자체의 정책적 판단이 반영되도록 유도한 셈입니다.
 
그러나 13일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울산시는 자율항목 11점 중 6점을 시민 이용 편의성 항목에 가산했습니다. 반면 지자체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 항목엔 절반 수준인 3점만, 금고업무 관리능력엔 2점만 부여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시민 이용 편의성 항목의 최종 배점은 24점으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는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 항목 다음으로 높은 점수입니다. 결과적으로 자율배점 11점 중 70%가 넘는 8점을 이용 편의성과 관리능력에 몰아준 격입니다.
 
'금리'는 자본력이 뛰어난 후발 은행이 적극적인 우대금리를 제안하며 경쟁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반대로 '점포 수'를 중심으로 접근성을 따지는 시민 이용 편의성은 기존 금융기관에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기존 시금고 운영 경력을 묻는 금고업무 관리능력 항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울산시 시금고 선정 당시 시민의 이익과 직결되는 금리에 무게가 실리지 못한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김상욱 울산시장이 "그동안 전국 최하위권 이자를 주고 있던 시금고를 이대로 둘 수는 없다"며 금리 중도 인상 협상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13일 김상욱 울산시장(오른쪽 세번째)과 김태한 울산경남은행장이 울산시청 시장실에서 열린 에너지바우처지원 성금 전달식에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울산시청)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주관적 평가까지 더해지면 시금고 선정 땐 특정 은행에 대한 편향이 공고해질 여지도 다분합니다. 이는 특정 은행에 대한 독점 구조로 연결됩니다. 한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시금고는 심의위원회의 정량·정성 평가를 거치는 행정절차를 밟아 선정된다"라며 "그럼에도 시장과 집행부가 특정 금융기관에 우호적인 기조를 보이면 심의위원들에게도 심리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 역시 "배점 단계에서부터 운동장이 기울어지면 경쟁입찰의 의미를 살리기 힘들다"면서 "이 때문에 BNK경남은행이 울산시의 요구를 수용해 '울산경남은행'으로 간판을 바꿔 달기로 한 시점부터 시금고 선정 결과가 사실상 예측됐다는 이야기도 업계에서 파다했다"고 했습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예금금리 몇 퍼센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시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시금고 선정 기준이 실제로 누구를 향해 설계돼 있었는지,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바뀌어야 하는지를 묻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울산시는 전국 최하위 수준의 금리라는 결괏값이 공개된 만큼 대책을 찾겠다는 계획입니다. 시청 관계자는 "시금고 선정은 지난 2019년 제정된 '울산광역시 금고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맞춰 평가와 배점이 이뤄져왔다"며 "금리 중도 인상을 위한 협상이 끝나는 대로 재량권 부분을 포함해 조례를 전반적으로 재정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경남 마산에 본사를 둔 경남은행의 김태한 은행장은 이날 울산시청을 방문해 김상욱 시장과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은행장은 기후위기 극복 지원사업 배분금 10억원을 시청에 전달한 뒤 시금고의 금리를 인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울산=하주화 기자 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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