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미국 정부가 ‘고강도’ 반도체 표적 관세 정책을 예고하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 업계의 부담이 커질 전망입니다. 두 회사 모두 이미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주력 메모리 생산은 국내에 집중돼 있어, 향후 관세 적용 방식에 따라 수출 제품에 대한 관세 부담과, 이를 피하기 위한 추가 현지생산 투자 압박을 동시에 받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설을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를 대상으로 한 ‘표적화되고 신중한’ 관세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러트닉 장관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기업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현지생산에 나서지 않는 기업은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이어 반도체 관세가 ‘고강도’ 수준이 될 수 있으며,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업 투자와 관세를 연계하는 방식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는 “정확히 맞다”고 확인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관세율과 시행 시점, 적용 대상 등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관세를 단순한 수입 규제보다는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미 정부는 지난 1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일부 첨단 컴퓨팅 칩과 파생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당시에도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보다 광범위한 반도체와 제조장비 등에 상당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미 반도체 공급망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우대 조치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체들도 향후 관세 대응을 두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투자는 각각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HBM 패키징 시설 중심으로 메모리 생산시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D램과 낸드 등 주요 메모리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만큼 향후 관세 부과 방식에 따라 직접적인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 (사진 = 삼성전자)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를 중심으로 파운드리 거점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다만 D램은 평택과 화성 등을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낸드플래시 역시 평택과 화성 등에 집중돼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4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생산시설과 연구개발(R&D) 시설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D램과 낸드 등 핵심 메모리 생산은 이천과 청주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인디애나 공장 역시 D램 웨이퍼 자체를 생산하는 전공정 팹이 아니라 한국에서 생산한 웨이퍼를 가져와 HBM으로 패키징하는 후공정 시설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결국 미 빅테크들의 구매 비용이 늘어나면서 메모리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며 “일각에서 AI 과잉투자와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관세까지 더해질 경우 업황 사이클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현지생산 확대 요구도 국내 업체들에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이미 국내외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추가적인 대미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반도체 관세는 관세 부과 자체보다 미국 내 생산과 투자를 확대하도록 압박하는 성격”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국내외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SK하이닉스의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 (사진=SK하이닉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