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종적 태도 지양"…대통령 반박에도 워싱턴서 드러난 '한·미 균열'
정부 메시지 엇박자…한·미 '균열론' 다시 고개
2026-10-13 16:47:39 ㅣ 2026-10-13 16:51:55
[뉴스토마토 이현민 기자]  한·미 정보 공유 제한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 사퇴 요구를 둘러싼 논란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선을 그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굴종적 태도나 사대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실은 다릅니다. 강경화 주미대사는 "아직 미 측이 기대하는 만큼 문제가 충분히 해소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백악관에 대한 소통에는 한계가 있음을 시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미 동맹에 이상이 없다는 정 장관의 설명과 엇갈리면서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진단도 제각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3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 동맹 고도화"…이견 확대 해석 경계

이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의 외교 방침은 명확하게 실용적 국익 외교"라고 말했습니다. 한·미 동맹은 외교의 축으로 지속적으로 고도화해야 한다면서도 국가 간 이견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정 장관의 해임을 요구해 온 상황에서 나온 발언으로, 사실상 야당의 사퇴 요구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은 재확인하되 양국 간 이견 자체를 동맹 이상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논란의 발단은 정 장관이 지난 3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평안북도 구성시를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언급한 발언입니다. 미국은 이를 한·미 연합 기밀 유출로 문제 삼았고, 위성으로 수집한 북한 관련 정보 일부가 한국에 제공되지 않는 제한 조치가 반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진영승 합참의장도 지난 8일 국감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은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지난 6월 한·미·일 사이버 협의체 회의에서 미국의 요구로 국정원이 배제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정 장관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엔 미국이 틀렸다"고 반박했습니다.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에서도 구성시를 언급했지만 미국이 이를 놓쳤다는 주장입니다. 한·미 동맹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 했고, 야권의 경질 요구에는 "2026년에 경질해야 할 것은 색깔론이며 편향된 동맹관"이라고 맞받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강경화는 달랐다…"정보협력 미해소·백악관 소통 한계"
 
강 대사의 국감 답변은 결이 달랐습니다. 강 대사는 12일(현지시간)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외통위 국감에서 지난달 18일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회담 당시 "정보 협력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강 대사는 미국 측 언급이 문제 제기라기보다는 설명 차원이었다고 부연했지만, 정보 협력 문제가 여전히 양국 간 현안으로 남아 있다는 점은 인정한 셈입니다. 정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구체적 인사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인식 차이도 뚜렷해졌습니다. 이 대통령과 정 장관은 한·미 동맹에 근본적인 이상이 없다는 데 무게를 뒀지만, 강 대사의 설명에서는 아직 해소되지 않은 정보 협력 문제가 확인됐습니다.
 
강 대사는 한·미 관계의 어려운 현안으로 "정보 협력 관련해서 제일 많이 얘기가 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문제가 미 측 기대만큼 해소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미국의 조치가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정 장관의 주장과는 거리가 있는 대목입니다.
 
백악관과의 소통에도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강 대사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백악관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을 자주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만큼의 고위급에서의 협의는 지금으로선 저도 답답할 정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과 정 장관은 한·미 동맹 이상설에 선을 그었지만, 워싱턴에서는 정보 협력 문제와 고위급 소통의 한계가 동시에 확인됐습니다. 야권도 공세에 나섰습니다.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정 장관을 향해 "북한에는 면죄부, 한·미 동맹에는 삿대질, 국민에는 색깔론"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부 내 엇갈린 진단이 이어지면서 한·미 '균열론'을 둘러싼 논란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현민 기자 topef1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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