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비 늘렸는데 실적은 왜?…현대차·삼성카드·셀트리온, 엇갈린 성적표
개발비 자산화, 당기 비용 줄여 이익 높이지만
향후 실적 부진 땐 상각비 부메랑
2026-11-01 11:05:04 ㅣ 2026-11-01 11:05:04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기업이 연구개발(R&D) 지출을 무형자산인 ‘개발비’로 계상하는 것은 미래 매출과 이익 창출에 대한 자신감을 뜻합니다. 당장 비용으로 처리할 금액을 자산으로 잡는 만큼 당기 감가상각비 등 비용 부담이 줄어 그해 실적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예상만큼 실적을 늘리지 못하면 자산화했던 개발비의 감가상각비가 반영되면서 되레 수익성을 갉아먹는 비용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2025년 개발비 자산을 나란히 늘렸던 셀트리온(068270), 현대차(005380), 삼성카드(029780) 3사의 올해 성적표는 업종별 자산화 기준의 엄격함과 후행 비용의 무거움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개발비를 실적 선행지표로 가장 신뢰할 수 있었던 종목은 셀트리온입니다. 의약·바이오 분야는 금융당국의 감리 지침 등에 따라 타 업종보다 개발비 계상 기준이 훨씬 까다롭습니다. 특히 신약의 경우 상업화 가능성이 높게 입증되는 임상 3상에 진입해야만 연구개발 지출을 무형자산(개발비)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자산화 요건 자체가 엄격한 만큼, 재무제표에 계상된 개발비 증가는 곧 임상의 실질적 진전과 상업화 임박을 알리는 지표가 됩니다.
 
실제로 셀트리온의 자본화된 개발비는 2024년 말 1조3978억원(취득 2208억원, 상각 1813억원)에서 2025년 말 1조5267억원(취득 2717억원, 상각 1424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엄격한 잣대를 통과한 개발 자산은 2026년 폭발적인 실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2조5386억원, 영업이익은 7736억원으로 전년 동기(매출 1조8033억원, 영업이익 3918억원) 대비 급증했습니다. 3분기에도 연결 매출 1조5755억원(+53.1%), 영업이익 5253억원(+74.3%)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33.3%로 4.0%포인트나 뛰며 상각 부담을 압도하는 수익성을 증명했습니다.
 
반면 현대차와 삼성카드는 2025년 개발비를 크게 늘려 당기 비용 부담을 덜었으나, 2026년 들어 외형 성장이 둔화하거나 원가가 뛰면서 늘어난 자산이 오히려 후행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는 흐름입니다. 현대차의 개발비 장부가액은 2024년 4조6515억원(취득원가 11조7250억원, 감가누계 7조735억원)에서 2025년 6조3130억원(취득원가 14조1000억원, 감가누계 7조7870억원)으로 1조6615억원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올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5조3655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2352억원) 대비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매출이 92조6944억원에서 95조1542억원으로 늘었지만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상승 폭이 더 컸기 때문입니다. 3분기에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한 가운데 영업이익이 5.5% 증가했으나, 이는 본업의 외형 성장보다 판관비가 19.2% 줄어든 영향이 컸습니다. 판관비 중 급여(1조1230억원에서 1조1120억원), 마케팅비(1조2580억원서 1조2490억원), 경상연구비(6410억원서 6190억원)가 소폭 줄고, 무엇보다 판매보증비가 1조2570억원에서 340억원으로 급감한 기저효과 덕분입니다. 반면 수수료와 감가상각비 등이 포함된 기타 판관비는 1조631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680억원)보다 불어났습니다.
 
삼성카드도 비슷한 흐름입니다. 2025년 개발비 장부가액을 966억원(취득원가 5906억원, 감가 4827억원, 손상 112억원)으로 전년 822억원(취득원가 5526억원, 감가 4591억원, 손상 112억원) 대비 늘렸지만, 2026년 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4186억원으로 전년 동기(4454억원)보다 감소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처럼 임상 단계별 자산화 요건이 명확하고 엄격한 업종에서는 개발비 증가가 비교적 확실한 실적 선행지표로 작동한다”며 “다만 투자자는 개발비 자산화의 회계적 양면성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개발비를 늘리는 해에는 비용 이연 효과로 이익이 좋아 보이지만, 이후 기대만큼 매출과 이익이 따라주지 않으면 누적된 개발비의 감가상각비가 고정비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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