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로 넘어간 사건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접수 사건의 60%가량이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되면서, 도입 초기 제기됐던 ‘4심제’ 우려는 과장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사진은 지난달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사진=뉴시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지난달 12일 이후 지난 7일까지 접수된 사건은 총 322건입니다. 이 가운데 누적 각하된 사건은 194건으로, 전체의 60.2%가 사전심사 단계에서 탈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세 차례의 지정재판부 심사가 진행됐지만, 정식 심판에 회부된 사건은 아직 없습니다.
‘청구 사유 부족’ 각하 가장 많아
재판소원은 법원의 확정된 재판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재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각하 사유로는 ‘청구 사유 부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전체 각하 194건 중 128건이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배척됐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유튜버 구제역이 유튜버 쯔양을 협박해 550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징역 3년을 확정받은 판결에 제기한 재판소원에 대해선 “재판 결과에 대한 단순한 불복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구제역은 영장에 적시된 혐의와 무관한 사적 대화와 개인정보가 위법하게 수집돼 이를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 자유,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지난달 12일 재판소원을 청구했습니다.
시리아 난민의 강제퇴거명령 취소 사건 역시 청구 사유 부족 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앞서 청구인은 “안전하지 않은 제3국으로 송환할 수 있게 한 강제퇴거 명령 처분은 위법”하다며 재판소원을 냈지만 헌재는 “재판 결과에 대한 단순한 불복”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헌재는 “청구인의 주장이 법원이 사실을 잘못 봤다거나 법을 잘못 적용했다고 따지는 것이거나,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불만에 그치는 경우엔 기본권이 명백히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판소원이 단순한 상고심의 연장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겁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심판 청구 안내문이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4심제는 우려…사전심사서 대부분 처리”
이처럼 초기 단계에서 대다수 사건이 걸러지면서, 제도가 사실상 ‘4심’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헌재가 단순한 패소 불복 사건의 유입을 차단하고 있다는 겁니다.
사전심사에서 재판소원 사건 대부분이 각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정재하 국회입법조사처 법제사법팀 입법조사관은 “우리와 헌법재판소법의 기본적인 법률 문헌이 비슷한 재판소원을 도입했던 독일, 스페인, 대만 등도 대부분 재판소원의 경우 사전 심사에서 각하하는 식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 해외의 경우 재판소원 사건의 대부분이 사전심사 단계에서 처리됩니다. 지난해 11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재판소원을 도입한 해외 주요국의 사례 분석’에 따르면, 독일·스페인·대만 등 재판소원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들의 전체 재판소원 사건 중 90% 이상이 사전심사 단계에서 불수리 또는 종결 결정으로 처리되고 있습니다. 재판소원 인용률도 전체 사건 대비 약 1% 수준으로, 독일은 1~2%, 스페인은 0.7~1.4%, 대만은 0.5% 안팎에 그칩니다.
헌재는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 회의를 열어 청구된 재판소원 사건들이 본안 판단을 받을 가치가 있는지 사전 심사하고 있습니다. 이 문턱을 넘은 사건에 대해서만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가 재판을 취소할지 심리하게 됩니다.
정 입법조사관은 “(재판소원이) 대부분 각하되는 것은 법원의 재판을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이 지니는 특수성 때문”이라며 “법원의 재판은 원칙적으로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정말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되고 나머지는 각하되는 방향으로 법리가 정리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용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부소장 역시 “재판소원이 4심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는 애초에 잘못된 전제였다”며 “헌재가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대부분 사건이 사전 단계에서 걸러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실제로 본안 판단까지 가는 사건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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