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9·25차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신반포19·25차 통합 재건축사업에서 포스코이앤씨 직원이 입찰 핵심 서류를 외부로 반출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발생 자체가 용납되기 어려운 중대한 부주의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하루 만에 ‘해프닝’으로 봉합되는 흐름입니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반포19·25차 재건축조합과 입찰 참여사인 삼성물산·포스코이앤씨는 전일 다시 모여 전날 중단됐던 입찰제안서 비교표 작성을 재개했습니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날 조합에 '도급계약서 관련 사실관계 및 확인 결과 안내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사과 취지의 의사를 전했습니다.
포스코이앤씨는 직원의 착오로 도급계약서 원본이 일시적으로 조합 사무실 외부로 반출됐다고 인정하면서도, 이후 전자파일과 대조한 결과 위·변조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조합 측도 내용상 문제가 없다고 보고 비교표 작성을 승인한 상태입니다.
삼성물산은 이번 사태를 두고 조합에 향후 진행 절차 등 공식적인 답변을 구하는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이의를 제기하기보다는 발생한 사안에 대한 정리와 이후 진행 방향을 확인하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삼성물산은 유출 사실을 확인하는 사실관계확인서를 양사가 날인하도록 요청했으나 포스코이앤씨가 이를 거부하면서 비교표 작성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13일 오후 1시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초 오전 10시부터 조합 사무실에 모여 양사 제안서를 검토하던 중 포스코이앤씨 입회자 한 명이 급한 사정을 이유로 다른 직원으로 교체를 요청했습니다. 정비업계에서 개찰 진행 중 입회 인원이 교체되는 것은 극히 드문 일로, 조합이 삼성물산 측에 양해를 구하고 교체를 허용했습니다.
신반포19·25차 재건축조합이 지난 14일 오후 포스코이앤씨의 입찰 서류 유출 사건 이후 비교표 작성에 돌입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문제는 그 직후 불거졌습니다. 오전에는 양사 모두 도급계약서 원본 서류의 존재를 확인했지만, 입회 인원 교체 이후 해당 서류가 사라진 것이 확인됐습니다. 도급계약서는 시공사 계약을 위한 핵심 서류로, 누락될 경우 입찰 무효가 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 관련 직원은 서류를 가지고 나간 사실을 인정했고, 포스코이앤씨 측은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착오로 갖고 나갔다고 해명했습니다. 해당 서류는 유출 확인 후 약 3시간이 지난 오후 4시에야 조합으로 반납됐습니다.
정비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개찰 당일에는 서류 조작·수정을 방지하기 위해 최종 확인이 끝날 때까지 참관인과 참여사 관계자 모두 외부로 나갈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서류가 외부로 나갔다가 돌아온 상황이라면 관계자 전원이 위·변조나 수정이 없었음을 확인하고, 만약 이를 어겼을 경우 처벌까지 감수하겠다는 서약이 뒤따르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입니다.
조합 자체 입찰 지침·서울시 규정 모두 저촉될 수 있어
이번 서류 반출은 조합 자체 입찰 지침과 서울시 규정 모두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합 입찰 지침 제7조는 입찰제안서를 일체 반환하지 않고 발주자에게 귀속된다고 명시하고 있어, 개찰 진행 중 서류가 외부로 반출된 것 자체가 조합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입니다. 서울특별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 제7조 역시 입찰 기준 등 위반자에 대한 입찰 무효 또는 시공자 선정 취소에 관한 사항을 선정 계획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번 사안이 입찰 무효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아울러 같은 기준 제13조는 조합이 입찰 부속 서류를 개봉한 후 비교표를 작성하고 입찰 참여자와 각각 확인·날인해 사업 완료 시까지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포스코이앤씨가 사실확인서 날인을 거부한 것은 이 같은 절차적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서초구 도시관리국 재건축사업과 관계자는 "위조나 변조가 확인됐다면 당연히 무효 처리가 맞지만, 현재로선 내용 변경이나 조작 가능성이 없고 일시적인 서류 이동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중대하고 명백한 위반이 있을 경우 무효 처리가 가능한 만큼 상황을 주의 깊게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초구청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포스코이앤씨 측에 구두 경고 조치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조합 자체에서도 이번 사안이 시공사 선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있지 않아, 현 단계에서 서초구청이 직접 문제를 삼거나 추가 제재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앞서 포스코이앤씨는 입찰 전 가구 방문 등 공격적인 홍보 활동을 펼쳤지만, 이것이 오히려 반감을 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개별 홍보 위반으로 기존 입찰이 무효 처리된 사례들이 있어, 사업 지연을 우려하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부정적 시각이 형성됐다는 겁니다.
60대 남성 조합원은 "포스코이앤씨가 이전부터 가구 방문을 하고 조합원 포섭에 신경을 상당히 썼는데 그게 오히려 반감을 얻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60대 여성 조합원은 "세세하게 (조건을) 따져봐야겠지만 포스코이앤씨가 압도적인 조건을 제안해야만 표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비교표는 양사와 조합이 날인을 마친 뒤 서초구청 검토를 거쳐 1~2주 내 공개될 예정입니다. 지난 14일 오후 조합 사무실을 찾았을 때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내부에서는 비교표 작성이 한창 진행 중이었습니다. 조합 관계자는 "일련의 사건들로 모두가 극도로 민감한 상황이며 입장 등은 추후에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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