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농협법 개악 반대”…NH농협지부, 사옥 옥상서 ‘고공농성’
2026-04-15 15:44:32 2026-04-15 16:13:06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정부와 여당이 6월3일 지방선거 전까지 농협개혁법 통과를 공언했지만 걸림돌이 산재해 있습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다른 우선순위 법안이 산적해 있는 데다 당정의 농협 개혁안을 두고 조직 안팎에서 농협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쟁점화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NH농협지부는 '농협법 개악 반대'라는 목표로 사옥 옥상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습니다. 
 
농협개혁법 법안소위 심사 하세월
 
15일 정치권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농협법 개정안이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농지법 등 우선순위 법안에 밀려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농해수위 의원실 한 관계자는 "농협법 개정안은 후순위인데 앞선 안건에 시간이 상당히 소요돼 심의하지 못했다"면서 "법안소위가 이달 추가로 열릴 수 있지만 5월14일 본회의 전까지 진척이 있을지 확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정은 농협 개혁 입법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민주당은 지난 1일 당정협의회를 통해 농협 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지방선거 이전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당정이 마련한 개혁안에는 농협중앙회 감사위원회를 별도 특수법인 형태로 신설하고 농림축산식품부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농협 조직 전반에 대한 외부 감시와 통제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농협중앙회장 비위 논란이 반복된 만큼 내부 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같은 방향에 대해선 여야를 막론하고 상당 부분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농협 내부통제 부실뿐 아니라 외부 감독 미흡 역시 부패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만큼 감독 체계 강화를 통한 개혁 필요성 자체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특히 독립된 감사기구를 별도 법인으로 신설해 농협 조직 전반을 감독하도록 하는 방안은 정부 영향력 확대와 자율성 훼손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윤준병·임미애·임호선 의원, 국민의힘 박덕흠·김선교 의원,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이 다수 계류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농협 조직 전반의 부패·비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외부 통제와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중앙회와 지주, 자회사, 회원조합 등을 아우르는 별도의 통합 감사기구를 설치하고, 농림축산식품부의 감독 권한을 확대해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한편 정보공개를 강화해 조합원 통제를 높이겠다는 취지입니다.
 
반면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안은 외부 통제기구 신설 대신 내부 견제 장치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농협중앙회 이사회 내 독립이사제를 도입해 경영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독립이사로 구성된 위원회가 안건을 직접 상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조합감사위원회를 전원 외부 전문가로 구성하고 감사 결과에 따른 조치를 의무화하는 등 책임성을 높였으며, 범죄 혐의가 확인될 경우 수사기관 고발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이 밖에도 임미애 민주당 의원안은 횡령·배임 등 금융 관련 범죄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경우 일정 기간 농협 임원이 될 수 없도록 결격 사유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고,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안은 비상임 조합장의 연임을 제한하고 임원 결격 요건을 강화해 조직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처럼 농협 개혁이라는 큰 방향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외부 통제 강화와 내부 견제 강화 사이에서 접근 방식이 갈리며 입법 과정에서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농협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방법론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다른 시각을 갖고 있어 쟁점 법안이 될 수 있다"며 "농협 개혁 작업이 내부통제 강화를 비롯해 선거제 개편까지 광범위하기 때문에 속도전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부 개입 과도·자율성 훼손 우려
 
농협개혁법을 두고 농협 조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내부 반발도 커지고 있습니다. NH농협지부는 지난 14일부터 서울 중구 농협타워 옥상에 천막을 설치하고 고공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농협법 개악 반대’를 내건 이번 농성은 24시간 체제로 진행되며 최소 한 달간 이어질 예정입니다.
 
노조는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정부 개입 방식이 과도하다"며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충분한 논의 없이 입법을 밀어붙이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며 "농협의 자율성과 조직 운영을 훼손하는 개정안에 대해서는 끝까지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노조는 감사위원회 신설과 감사 범위 확대가 현실적으로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역 농협은 물론 금융지주와 계열사까지 전방위적인 감사 대상이 될 경우 조직 운영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금융지주 산하 계열사의 경우 이미 금융감독원 검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감사 체계가 도입되면 '이중 규제'에 해당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습니다. 검사 대응 과정에서 인력과 비용이 과도하게 소모돼 본연의 사업 수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견해입니다. 
 
노조는 내부통제 장치를 강화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한 개선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중앙회장에 대한 제재 권한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외부 기구를 만드는 것은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일부 지역 조합장들도 협동조합 자율성 훼손을 들어 정부 개혁안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조합장들은 최근 드러난 농협 내부 문제의 심각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개혁 추진 과정에서 협동조합의 자율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농축협과 조합원 등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농협법 개정안에 포함된 감사위원회 외부 분리와 위원장 대통령 임명, 농림축산식품부의 감독권 확대 등에 대해 "정부가 인사와 감사에 직접 개입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독립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농협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국회와 농협 내부로 확산되고 있다. 법안은 국회 상정에도 불구하고 첫 논의부터 제동이 걸린 가운데 농협은행 노동조합은 정부의 개입 확대에 반발하며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사진은 NH농협생명 건물 옥상에서 노조가 농성 중인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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