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신영증권(001720)이 약 989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에 나서며 증권업계 최대 수준의 주주환원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발행주식의 32%를 한 번에 소각하기로 하면서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상법 개정 이후 확산하는 자사주 소각 흐름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유안타·미래에셋·대신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도 잇따라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에 나서면서 증권업계 전반의 주주환원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입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은 오는 1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보유 자기주식 842만2754주 가운데 526만2283주를 소각하는 안건을 상정했습니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의 32.01% 규모입니다. 이날 종가 기준 약 9890억원 규모에 달하는 자사주를 소각하는 셈입니다.
배당도 확대했습니다. 신영증권은 보통주 기준 주당 배당금을 기존보다 2500원 올린 750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총 배당금 규모도 약 200억원 증가할 예정입니다.
신영증권은 소각 이후 남는 자사주 316만471주에 대해서는 별도 보유·처분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회사 측은 임직원 성과보상과 주주환원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기업 밸류업과 상법 개정 취지에 선제적으로 부응하기 위해 소각 규모를 조기에 확정했다"며 "잔여 자기주식 역시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활용하겠다는 방향성을 시장에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신영증권은 국내 상장 증권사 가운데 자사주 비중이 가장 높은 회사로 꼽혀왔습니다. 전체 발행주식 대비 자사주 비중이 51.23%에 달하는 만큼 시장에서도 자사주 처리 방향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신영증권은 1990년대 중반부터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해 왔지만 지금까지 소각에 나선 적은 없었습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신영증권이 높은 자사주 비중 탓에 단계적 소각이나 일부 활용 방안 중심의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자사주 일부를 임직원 보상이나 전략적 활용 재원으로 남겨둘 것이란 관측도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그러나 발행주식의 3분의 1이 넘는 물량을 한 번에 소각하기로 하면서 업계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결정은 최근 시행된 3차 상법 개정안 흐름과 맞물려 있습니다. 개정 상법은 신규 취득 자사주를 1년 내 소각하도록 했으며 기존 보유 자사주 역시 오는 2027년 9월까지 소각하거나 별도 보유·처분 계획을 주주총회 승인을 통해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하면서 주가 관리나 경영 안정성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상법 개정 기조가 맞물리면서 시장 분위기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자사주를 단순 보유하는 것보다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증권업계 전반에서는 주주환원 강화 기조에 맞춰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유안타증권(003470)은 지난달 총 700만주, 약 624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올해 초 약 1318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과 함께 오는 2030년까지 총 1억주 이상을 소각하겠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공개했습니다.
대신증권(003540)도 보유 자사주의 약 75%를 소각하기로 했으며,
부국증권(001270) 역시 내년 7월까지 상당 규모 자사주 소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례가 상법 개정 이후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해 나갈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향후 다른 증권사들의 자사주 정책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소각보다는 보유·활용 쪽에 무게를 두는 경우가 많았다"며 "신영증권 사례를 계기로 자사주 처리 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하려는 흐름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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