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을 위해 '전략산업의 다극화' 필요성을 천명했습니다. 전략산업의 다극화를 위한 로드맵은 이미 구체화된 상황입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앞서 최태원 SK 회장을 각각 독대했습니다. 400조원 규모의 '호남 반도체'도 윤곽을 나타냈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AI)·로봇·전력망 등 차세대 첨단산업의 지역 투자도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강훈식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호남에 400조 투자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 회장과 비공개로 만났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회동한 지 엿새 만입니다. 이 대통령은 이 회장과 만나 호남을 비롯해 K-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을 위해서 첨단 핵심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영남이나 충청, 강원, 제주, 호남 등으로 확대하는 획기적인 전략산업 다극화가 필수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수도권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현재까지의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 좋은 변화의 태풍은 한순간에 미풍으로 그칠 수 있고, 자칫하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위기의 폭풍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수도권의 기간 핵심 인프라는 그것대로 고도화해 나가고, 동시에 지방 곳곳에 새로운 산업 경제 기반을 구축해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윈윈하는 모두의 성장 시대를 반드시 열어 가야 한다"며 "이에 관한 구체적 청사진을 곧 국민 여러분께 보고드릴 예정"이라고 예고했습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해당 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청와대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획이 중요한 곳이므로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사고해 모범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청와대 참모의 역할"이라고 주문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구체적 청사진'은 이미 기업 투자 구상이 구체화된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4일 관훈 토론회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충청 지역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검토에 대해 "논의 마무리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구상은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에 로드맵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K-반도체 비전과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서 그 지역에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실제로 청와대와 재계는 관련 투자 구상을 두고 조율을 이어왔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유럽 순방에서 귀국한 직후 최 회장과 별도의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 회장과도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비공개 회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청와대와 재계의 조율은 지방 균형 발전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이재명정부는 국정 과제인 '5극3특(5개 초광역권, 3개 특별자치도)'의 실현을 위해 남부권 반도체 벨트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클러스터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전공정)과 첨단 패키징(후공정)을 비롯해 AI 데이터센터까지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는데요. 투자 규모가 최대 4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옵니다.
충북 청주시 청주산업단지 SK하이닉스. (사진=뉴시스)
보고회 열고 '투자 청사진'…야당서 "정치에 활용"
정부는 대대적인 보고회를 열고 '대규모 투자 청사진'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오는 29일 청와대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주재할 예정인데요. 이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00조원 규모 '호남 반도체' 구상이 세부적으로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 역시 세제 혜택 등의 실질적 지원 방안을 밝힐 것으로 관측됩니다.
오는 30일에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정부 주관 '서남권 발전 포럼'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때는 반도체뿐 아니라 AI, 로봇, 전력망 등 차세대 첨단산업의 대규모 민관 투자 구상이 공개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다만 호남을 중심으로 시작된 전략산업의 다극화 구상을 놓고 반도체 산업의 미래에 '정치권 압박'이 작용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호남 반도체' 구상이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 대통령이) 급기야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에게 맡길 태세"라며 "어렵던 시절 버티다 간신히 반도체 빛 좀 보는데, 이것저것 다 뜯기고 있는 삼전닉스도 참 안타깝다.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가 걸린 반도체 산업을 조자룡 헌 칼 쓰듯 아무 데나 막 써댄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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