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약국 지각변동)①창고형 약국 급성장…의약품 유통 '균열'
자본·체인화 앞세운 창고형 약국…의약품 유통 다변화
대웅제약 '블록형 거점 도매' 운영…중소 도매상 긴장
2026-09-03 06:40:00 2026-09-03 06:4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1일 10:1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대량구매와 저가를 앞세운 창고형 약국이 최근 1~2년 새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기존 소규모 약국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국회는 지난 8월 약국 상호에 '창고'·'마트' 등의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명칭 규제만으로 창고형 약국이 촉발한 대량구매와 가격경쟁 구조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장은 약사업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량구매를 기반으로 한 유통 방식이 확산되면서 제약사-도매상-약국으로 이어지는 기존 의약품 유통질서는 물론 제약·바이오사의 영업·마케팅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IB토마토>는 창고형 약국의 확산이 의약품 유통시장과 제약·바이오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그 파장을 다각도로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대량구매와 저가를 앞세운 창고형 약국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면서 제약사-도매상-약국으로 이어져 온 기존 의약품 유통구조에도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 창고형 약국 120곳 가운데 상당수가 최근 2년 새 문을 열었고, 평균 매장 규모도 평균 165평으로 일반 약국(약 18평)의 9배를 웃돈다. 매장 대형화와 체인 확대로 구매력이 커지면서 향후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제약사와 직접 거래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창고형 약국의 확산이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의약품 유통 주도권까지 흔들 수 있다는 얘기다.
 
부산 동래에 생긴 약 100평 규모의 창고형 약국. (사진=연합뉴스)
 
프랜차이즈로 몸집 불리는 창고형 약국
 
1일 업계에 따르면 창고형 약국의 가장 큰 강점은 자체 자본·체인화다. 최초의 창고형 약국인 메가팩토리약국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서를 신규 등록하며 온누리, 휴베이스 등에 이어 8번째 약국 프랜차이즈로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해당 체제가 노하우 전수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약사 사회에서는 투자 유치 규모와 매출 목표 수치는 물론 대기업 매도·기업공개(IPO) 등 일명 '엑시트 전략'까지 담긴 창고형 약국 투자 제안서가 돈다는 우려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연 8% 우선 이익 분배와 매월 정산을 조건으로 내건 투자 설명회 사례도 있었다"며 "창고형 약국의 진짜 변수는 도매상을 우회하는 '거래 경로'가 아니라, 외부 자본이 프랜차이즈 구매력 앞세워 유통 구조를 바꾸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체인화를 앞세운 창고형 약국의 전략이 기존 의약품 유통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단정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한 대형제약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창고형 약국을 포함한 판매채널 확대는 소비자 접점을 넓힌다는 의미가 있지만,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품과 거래처별 상황에 따라 달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라며 "도매업계의 마진 압박과 창고형 약국의 프랜차이즈·자본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그 파장이 제약사의 다음 유통 전략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
 
기존 유통 구조 지각변동 초래 긴장감 등장 
 
업계에서는 현재 창고형 약국이라고 해서 기존 의약품 유통 방식과 달라진 것은 없다고 본다.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존 약국과 마찬가지로 창고형 약국 역시 도매상을 통한 거래와 제약사와의 직거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며 "창고형 약국의 등장으로 유통·거래 방식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의약품 유통 구조 지각 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긴장감은 나타났다. 실제로 대웅제약(069620)이 지역별 거점 도매상에 공급을 집중시키는 '블록형 거점 도매' 정책을 추진하자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지난 5월 이를 '갑질'로 규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거점 도매업체가 물류 인프라와 인력을 자체 부담해야 해 기존 8%대였던 마진이 6%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됐다.
 
대웅제약과 의약품협회 간 갈등은 지난 6월 공정위가 관련 민원을 종결 처리하며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분위기와 별개로 국내 의약품 유통이 다품목·거래처 중심의 분산형 구조로 영세성, 복잡한 도매상 간 거래, 물류비 증가 등의 고질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중소 도매업체의 위기감은 더 크다. 거점으로 지정되지 못한 도매상은 재고 확보가 막히면 약국이 자연히 대형 거점이나 제약사 자사 몰로 거래선을 옮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국회는 창고형 약국의 급성장에 따른 혼란을 우려해 지난 4월에 약사 1인이 둘 이상의 약국을 개설·운영하지 못 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본회의 통과시켰다. 오는 11월12일 시행되는 개정된 약사법은 외부 사업자가 자금과 상품 구성, 가격정책, 수익 배분을 사실상 통제하는 경우 실질적 운영자가 누구인지를 가리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대한약사회도 지난달 대규모 자본이 약사 면허를 빌려 운영하는 이른바 '면대약국' 의심 사례를 공식 제기하며 보건복지부 전달과 수사기관 고발 방침을 밝혔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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