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 "결제주기 단축, 반대 안 하지만…충분한 준비 시간 필요"
금투협, ‘결제주기 단축’ 토론회 개최…개인·글로벌 투자자 의견 청취
글로벌 투자자 “T+1 공감…한국 시장 특성 고려한 준비 필요”
거래소, 10월 T+1 로드맵 공개…“통합 테스트로 준비상황 점검”
2026-09-02 17:35:03 2026-09-02 17:55:21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국내 증권시장 결제주기를 현행 T+2일에서 T+1일로 단축하는 방안과 관련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제도 전환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충분한 준비와 검증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시차와 원화 환전, 거래 확인 및 계좌 배분 등 한국 시장 특유의 결제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전환을 서두를 경우 결제 실패 위험과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미강 SC제일은행 증권업무부 이사는 2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결제주기 단축(T+1일),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듣다’ 토론회에서 “글로벌 투자자들도 아시아와 유럽 등지에서 T+1 전환이 전체적인 트렌드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며 “T+1 결제주기 단축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한국의 T+1 전환은 국내 금융기관뿐 아니라 해외 금융기관과 투자자의 시스템 개발 및 운영 체계 정비까지 요구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이사는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홍콩 등 다른 아시아 시장과 유럽 시장이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전환될 경우 각 시장별 특성에 따른 시스템 인프라 구축 비용이 급증하는 데 대해 상당한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시장의 복잡한 외국인 결제 구조도 주요 부담 요인으로 꼽힙니다. 개인투자자는 국내 증권사 계좌를 통해 매매와 결제가 일괄 처리돼 별도의 사전 작업이 많지 않습니다. 반면 글로벌 투자자는 외국계 증권사와 해외·국내 보관 기관 등이 결제 과정에 참여합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투자자가 여러 펀드의 주식을 한꺼번에 주문하면 거래 체결 이후 펀드별로 주식을 배분하고, 해외 보관 기관의 결제 지시와 국내 보관 기관이 전달받은 배분 내역을 다시 대조해야 합니다. 오류나 불일치가 발생하면 관련 기관 간 확인과 정정 작업도 필요합니다.
 
원화 환전과 주식 확보 역시 변수입니다. 김 이사는 “글로벌 투자자들은 원화 대금을 결제일에 맞춰 환전하는 경우가 많고, 매도 주식 역시 대차나 담보 거래 등에 활용되고 있어 결제일에 맞춰 주식을 확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T+2 환경에서도 T+1이 중요한 시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거래소도 외국인 투자자의 주요 애로 사항으로 시차와 원화 환전, 거래 확인 및 배분 절차의 자동화 미흡을 꼽았습니다. 최훈 한국거래소 부장은 “글로벌 투자자 관점에서 한국 시장이 결제주기를 단축하면 크게 세 가지 고려 사항이 있다”며 “시차 문제와 원화 환전 제약, 거래 확인 및 배분 절차의 자동화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서울과 뉴욕의 13시간 시차로 인해 T+1 전환 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 확인과 배분, 결제 준비를 사실상 거래 당일에 진행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부장은 “현행 T+2 체계에서는 하루의 여유가 있었지만 뉴욕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거래가 끝나자마자 전체 과정을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T+1이 꼭 당일 결제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은 구체적인 추진 방식과 로드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백대만 금융투자협회 팀장은 “해외 기관과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T+1 진행 방향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이행 과정에서 T+1 추진 방식과 구체적인 로드맵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예탁결제원은 외국인 투자자를 포함한 시장 참가자의 결제 업무를 자동화해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입니다. 김진택 예탁결제원 부장은 “기존 외국인 투자자 관련 업무 처리 시간보다 절반 이상 시간을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자동화를 통해 결제주기 단축에 따른 리스크와 시차 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결제주기 단축을 위해서는 거래소와 예탁결제원뿐 아니라 자산운용사와 외국인 투자자 등 시장 참가자 전체의 시스템 연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10월 T+1 전환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최 부장은 “로드맵에는 주요 제도 개선과 시스템 개편 사항, 추진 일정까지 제시할 것”이라며 “통합 테스트를 여러 차례 반복해 모든 시장 참가자가 준비됐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결제주기 단축(T+1일),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듣다’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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