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추미애 경기지사가 취임 석 달 만에 도정 안팎에서 수세에 몰렸습니다. 감액 추경은 같은 당이 다수인 도의회에서 처리가 무산됐고, 그 여파는 산후조리비 중단 등 민생 공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추 지사는 당 지도부를 만나 경기도를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에 비유하며 재정구조 개편을 요청했습니다.
2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추 지사 취임 후 처음 제출된 경기도 제2회 추경안(총 42조2420억원)은 지난 18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의결이 미뤄진 채 정회됐고, 회기를 20일까지 연장하고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임시회가 자동 산회했습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21일 경기 의정부시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열린 2026 민주당 경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가 재정난을 이유로 선관위 위탁금 236억원, 경기신용보증재단 출연금 163억원,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114억원 등 1300여개 사업에서 5465억원을 감액하자, 도의회 10개 상임위는 산후조리비·경기도의료원 인건비·신혼부부 이자지원 등 589억원을 복원했습니다. 지난해 본예산으로 의결된 사업을 9개월 만에 깎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법상 지사 동의 없이는 증액이 성립하지 않아 144석 민주당 의회도 처리를 강행하기 어렵습니다.
이날 오후까지도 접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도의회는 복원 규모를 민생예산 약 500억원으로 낮춘 조정안을 마련했지만 도는 부동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부터 회의를 열어 협의를 이어갔지만 증액 규모를 둘러싼 간극이 커 합의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협상이 타결되면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처리하지만, 불발되면 추경은 추석 이후로 넘어갑니다.
추경 지연으로 인한 민생 공백에 대한 도민들의 불만도 높습니다. 출생아당 50만원인 산후조리비는 오는 30일 신청분으로 종료돼 10월 출산가정부터 지원에서 제외됩니다. 경기도의료원 5개 병원은 9~12월 인건비 110억원이 편성되지 않아 도가 의료원 자체 은행 대출을 제시했고, 보건의료노조는 이에 반발해 도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습니다.
추 지사는 이날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와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감액의 불가피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절감된 재원을 도민의 삶과 직결된 사업부터 우선 투입하고 있다"며 "문제를 드러내지 말고 빚을 더 내서 봉합해두면 나중에 다른 사람이 감당할 것 아니냐고 말씀하는 분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못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방소비세율 단계적 인상(25.3→40.3%), 법인세 국세분 5% 광역지방정부 배분, 담배소비분 지방교육세의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 전환 등 3대 세제개편을 제안했습니다.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등 10개 사업 6484억원 국비 지원도 건의했습니다.
다만 도정을 둘러싼 기류는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시민단체는 관사 전세보증금 12억2000만원과 관용차 수의계약을 문제 삼아 추 지사를 경찰에 고발했고, 사퇴 촉구 청원은 3만명을 넘긴 뒤 도가 조기 종료해 논란이 됐습니다. 남종섭 도의회 의장은 협의회에서 "경기도가 지금의 어려움을 넘을 수 있도록 당과 국회에서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지만, 앞서 본회의에서는 "집행부 역시 지금의 교착이 왜 생겼는지 무겁게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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