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100일 앞으로…인프라 미비 '여전'
취득가액·신종 거래 과세기준 곳곳 빈틈
투자자 직접 신고·입증…납세·징수 혼선 우려
업계 "세부 기준·과세 인프라 정비 선행돼야"
2026-09-22 16:18:12 2026-09-22 16:22:24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내년 1월1일 시행되는 가상자산 과세가 이달 23일 기준 10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세 차례 유예로 수년의 준비 기간을 거쳤지만 실제 과세에 필요한 세부 기준과 인프라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투자자가 직접 소득을 신고해야 하는 만큼, 제도적 빈틈이 시행 이후 납세자와 과세당국의 혼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지고 있습니다.
 
2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현행 소득세법상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됩니다. 연간 250만원을 공제한 뒤 20%의 세율이 적용되며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실효세율은 22%입니다. 관련 소득세법은 2020년 개정됐지만 과세 인프라 구축 등을 이유로 세 차례 유예되며 시행 시점이 당초 2022년에서 2027년으로 밀렸습니다.
 
가상자산 과세 시행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실제 집행에 필요한 세부 체계는 여전히 미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지=챗GPT)
 
기본적인 과세 틀은 마련돼 있습니다. 양도·대여 대가에서 취득가액과 부대비용을 제외해 소득을 계산하고, 투자자가 연간 손익을 합산해 이듬해 5월 직접 신고합니다. 문제는 에어드롭이나 하드포크 등 복잡한 거래 유형에 적용할 세부 기준입니다. 업계에서는 세 차례 유예에도 실제 납세 과정에서 적용할 세부 기준은 충분히 정비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세가 유예되는 동안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현행 과세 체계 자체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었다"며 "과세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고 실제 신고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 뒤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에어드롭으로 무상 지급받거나 블록체인 하드포크로 받은 가상자산의 경우 취득가액 산정과 입증 방식이 쟁점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취득가액 산정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며 "납세자가 입증 자료를 제출하는 것 자체부터 큰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관련 문의가 국세청에 집중되면 상당한 행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부연했습니다.
 
거래소 차원의 준비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는 과세당국이 요청하는 거래 자료를 제출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과세 기준과 가이드가 정해져야 이에 맞춰 준비할 수 있다"며 "거래소의 준비 여부보다 과세당국의 인프라와 세부 기준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과세 체계 자체에 대한 보완 요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같은 과세 기간에 발생한 가상자산 손익은 통산할 수 있지만 한 해 발생한 손실을 다음 해 이익에서 차감하는 이월공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 과세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손실 이월공제, 취득가액 산정 등 실제 과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면밀히 점검해, 투자자와 사업자 모두 혼선 없이 이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과세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국민의힘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국내 5대 원화거래소가 진행한 정책 간담회에서 과세 인프라 문제가 논의됐습니다. 이어 22일 민병덕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과세 시점을 디지털자산기본법 통과 이후로 늦추자고 제안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도에 남은 빈틈을 인지한 상태에서 과세를 시작한 뒤 보완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법에 빈틈이 많은 상태에서 과세가 시작되면 실제 징수 과정에서도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세청은 만들어진 법에 따라 징수하는 기관인 만큼, 제도 설계 단계에서 과세 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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