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부산·인천·여수광양·울산 등 4개 항만공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실효성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항만공사 통합은 단순하게 조직을 합치는 문제가 아닌 국가 물류망과 지역 산업의 투자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 효과를 구체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해양수산부가 ‘2026년도 국정감사 업무현황’에서 밝힌 항만공사의 기능개혁 방안은 4곳을 1곳으로 통합하고 항만 보안·시설관리 관련 공공기관 자회사도 5곳에서 1곳으로 줄이는 안입니다. 해수부는 항만공사와 보안·시설관리 분야를 별도 통합 논의 대상으로 두고 항만공사 사장단·직원 대표와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왔습니다. 향후에는 지방정부와 노동조합, 관련 업·단체 등의 의견을 듣고 연구·자문을 거쳐 2027년 1분기까지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이 12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별관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국정감사에 참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를 위해 항만공사법 개정과 가칭 한국항만보안시설공단법 제정 등 관련 입법 절차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현재까지는 통합 기본 방향만 세운 채 통합으로 어느 정도의 비용 절감이나 운영 효율 개선을 기대하는지, 항만별 물동량과 산업적 특성을 고려한 투자 의사결정 체계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 구체적 추진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정부가 내놓아야 할 것은 통합 자체가 아닌 통합 이후 무엇이 얼마나 개선되는지 설명할 수 있는 근거와 실행계획입니다. 흑자를 내는 데 뚜렷한 근거도 없이 묶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국정감사장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이 집중 제기됐습니다.
항만공사 제도가 지역적 특성과 화물 성격, 항만을 기반으로 한 지역산업 구조 등을 고려해 만들어졌다는 점이 강조된 겁니다. 과거 정부에서도 통합 검토가 있었으나 비효율보다는 항만별 특화의 독립적 형태 효과가 입증됐다는 게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의 설명입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도 해수부의 관련 자료를 근거로 통합 효과 분석 자료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통합 방향을 결정했다며, 정책의 타당성을 먼저 검증한 뒤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개호 민주당의원도 부산항이 컨테이너 중심이라면 광양항은 철강과 석유화학 중심의 산업항인데, 통합 관리 시 이러한 항만별 고유 기능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실상 항만공사 통합 졸속을 우려해 여야가 한목소리를 낸 셈입니다.
해양 거점의 쏠림 현상 우려도 지적됐습니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은 세계적으로 항만공사가 각 지역별 독자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통합 때에는 해양 관련 기능이 부산으로만 집중돼 ‘부산 1극 체제’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지역 사회의 우려를 전했습니다.
가령 통합되더라도 예산 편성과 사업 등은 지역 본부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통합안에 대해 대다수 공직자, 노동조합 등이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통합 추진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곳은 항만공사 노동조합입니다. 항만공사 노동계는 현장의 목소리가 배제된 일방적인 통합 정책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항만의 특성뿐만 아니라 조직 문화를 하나로 합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인력 구조조정과 노동조건 저하도 경계하는 분위기입니다.
12일 부산·인천·여수광양·울산 등 전국 4개 항만공사 노동조합은 국회 국정감사 일정에 맞춰 통폐합 추진을 비판하고 국회 차원의 철저한 검증을 촉구하는 정책 서한을 국회에 전달했다. (사진=항만공사 노동조합)
이날 부산·인천·여수광양·울산 등 전국 4개 항만공사 노동조합은 국회 국정감사 일정에 맞춰 통폐합 추진을 비판하고 국회 차원의 철저한 검증을 촉구하는 정책 서한을 국회에 전달했습니다.
노동조합 측은 서한을 통해 “정부가 추진 명분이나 타당한 이유,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흑자 경영을 이어오던 멀쩡한 공기업들을 강제로 합치려 한다”고 성토했습니다. 일방적인 통폐합이 지역 항만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노동환경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국회가 나서 이번 통폐합 추진 과정의 문제점과 실효성을 엄정하게 검증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해수부 측은 업무현황 보고에서 노조 등 이해관계자와의 의견 수렴을 추진하고, 통합 로드맵을 마련할 때 기존 직원의 노동조건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입니다.
국감에 출석한 황종우 해수부 장관은 이번 통합이 재정경제부의 공공기관 조정 원칙에 따른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황 장관은 2011년 연구용역 당시 ‘통합 효과가 미미하다’는 결과가 나왔던 것에 대해 “15년이 지나며 인원이 2배로 늘어나는 등 여건이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추진 과정에서 사전 효과 분석이 부족했던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인정하면서도 현장의 우려를 감안해 최선의 이행 방안을 만들겠다는 입장입니다.
부산=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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