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첫발 뗐지만…안전·경제성 검증은 이제부터
50일 항해로 연 '북동항로'
북극항로 가능성 확인 '운항 성공'
국감장서 안전·경제성·제재 리스크 지목
북극항로 시대의 서막…상업화 관건
2026-10-12 13:18:49 ㅣ 2026-10-12 14:17:0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국적 컨테이너선이 북극항로를 이용해 유럽을 왕복하는 첫 시범운항을 마치고 부산항으로 돌아왔지만 과제는 산적해 보입니다. 실제 수출화물을 싣고 북극해를 거쳐 유럽을 오갔다는 점에서 K-해상물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성과이나 극지 운항 안전과 실제 화물 확보, 경제성, 러시아 관련 제재 위험 등을 둘러싼 우려는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첫 항해의 성공을 지속 가능한 물류망으로 연결하려면 운항 가능성 확인을 넘어 기상 이변에 따른 안전 확보, 대러시아 제재 등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적 경제성 확보는 최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은 12일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해수부 국정감사를 통해 "팬스타 아크로호가 50일 간의 역사적인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마치고 10월11일 다시 모항인 부산항으로 복귀했다"며 내년도 시범운항계획 방침을 드러냈습니다. 아크로호는 지난 8월22일 부산신항을 출항해 북동항로를 거쳐 20일 5시간 만에 영국 펠릭스토우에 도착한 바 있습니다.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이 12일 부산 동구 해양수산부 별관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국정감사에 참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후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폴란드 그단스크에 차례로 기항, 다시 북동항로를 통과해 지난 11일 부산항으로 귀항했습니다. 전체 항해기간은 50일입니다. 국적 선사의 컨테이너선이 실제 수출화물을 선적하고 우리나라·유럽을 북극항로로 왕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시범운항의 가장 큰 성과는 ‘운항 성공’입니다. 부산~로테르담 구간을 기준으로 수에즈운하 항로보다 운항거리가 약 35% 짧아졌으며 화물도 갈 때 737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돌아올 때 1743TEU 공컨테이너로 시험운항을 마쳤습니다.
 
그러나 상업화 성공으로 해석하긴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귀항 때 공컨테이너 1743TEU를 싣고 돌아온 관계로 컨테이너를 운반했다는 사실과 수출입 화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는 것은 구분해야할 부분입니다. 정기 컨테이너 노선은 편도뿐 아니라 왕복 적재율이 수익성을 좌우합니다. 유럽발 수입화물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출항 때 운임을 확보하더라도 전체 운항비를 회수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김성범 민주당 의원은 한국 선사 최초의 북극항로 컨테이너선 왕복 시범운항 성공에 대해 현장 선원들과 해수부 노고를 치하하면서도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정밀한 결과 분석과 해양수도권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은 이런 맥락입니다.
 
 
국내 첫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섰던 '팬스타 아크로호'(2758TEU)가 지난 11일 부산항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극항로의 현실적 위험 요소도 남아있습니다. 강한 저기압과 태풍, 해빙 후퇴에 따른 고파랑, 메탄 용출로 인한 인화 폭발 위험, 위성 정확도 부족 등 현장 정보와 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문대림 민주당 의원은 시범운항이 무사히 끝났다고 안주할 것이 아니라,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대형 해양 사고가 전체 프로젝트를 좌초시킬 수 있는 만큼 철저하고 촘촘한 현장 데이터 수집과 안전 조치의 선행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황종우 해수부 장관은 향후 세부 운항 계획 수립 시 리스크 요인들을 철저히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낮은 경제성에 대한 논란도 제시됐습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유리한 조건을 적용하더라도 북극항로가 2040년대까지 수에즈운하 항로보다 경제성이 낮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반면 경제성 평가 연구는 전제조건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잔존합니다.
 
최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분석에서는 7만8000톤급 선박의 하절기 1회 운항비를 북극항로 약 300만달러, 수에즈운하 항로 약 383만달러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이는 특정 선박과 하절기 운항을 가정한 항차당 총비용 분석입니다. 
 
반면 최근 학술지에 실린 컨테이너선 운송비 연구에서 부산~로테르담 구간의 TEU당 비용을 비교한 결과, 수에즈운하 항로를 이용하는 2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726달러,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4300TEU급 내빙선과 비내빙선은 각각 1128달러와 1404달러로 추산됐습니다.
 
이처럼 연구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실제 운항 데이터에 기반한 검증은 중요한 핵심 과제입니다. 항로별 운항거리뿐 아니라 연료 소모량과 선박 운용비, 보험료, 통항 비용, 왕복 적재율, 계절별 운항 가능성을 함께 비교해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또 김 의원은 미국 제재 대상인 러시아 아톰플로트(Atomflot)의 쇄빙 서비스 이용·비용 지급 문제에 대해 지적하며 향후 대러시아 제재 연루 위험성을 철저히 차단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황 장관은 “이번 여름철 시범운항은 쇄빙선 지원 없이 자율 운항으로 진행됐으며 제재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면서도 “안전 및 경제성 제반 문제들을 면밀히 검토해 후속 시범운항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종우 장관은 국감 인사말을 통해 “우리부는 북극항로 시범운항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관련 경험 및 데이터를 축적하는 한편, 더욱 내실있게 내년도 시범운항계획을 준비할 것”이라며 “항만 인프라 적기 개발, 극지 전문인력 양성 및 내·쇄빙선 핵심기술 개발 등 북극항로 활성화에 필요한 종합적인 지원체계도 착실히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부산=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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