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지정 뒤 최장 '99개월'…LH 비수도권 공공주택 5만여호 지연
2026-10-13 08:58:25 ㅣ 2026-10-13 08:59:11
조인철 민주당 의원. (사진=조인철 의원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비수도권에 공공주택을 짓겠다며 지구로 지정해 놓고 사업이 최장 8년 넘게 표류하는 곳이 8개 지구, 5만1060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5곳은 보상 일정조차 정하지 못했는데, LH에는 이런 장기 지연 사업을 점검해 결론을 내리게 하는 관리 기준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3일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수도권 공공주택사업 23개 지구 중 8곳이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8곳의 계획 물량을 합치면 5만1060호입니다.
 
지연 기간이 가장 긴 곳은 창원 태백입니다. 2018년 7월 지구지정 이후 99개월, 8년 3개월이 지났고 사업성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제주 김녕도 2018년 12월 지정 이후 94개월, 7년 10개월이 흘렀습니다.
 
다른 지구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대전 상서와 세종 연기·조치원은 주택수요와 사업성이 부족해 사업 조정을 검토하고 있고, 진주 문산은 사업 추진을 보류한 채 사업성 개선이 어려우면 지구지정 해제까지 검토하는 단계입니다. LH는 주택수요 감소와 건설원가 상승,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문제는 지연 자체보다 결론이 나지 않는 구조에 있다는 지적입니다. 조 의원실 확인 결과 LH에는 장기 지연 사업을 따로 관리하는 공식 내부 위험관리 지침과 대응 절차가 없습니다. 사업성 검토와 투자심사는 통상 절차대로 하지만, 지연 기간이나 사업성 악화 정도에 따라 정기적으로 다시 점검하고 일정 시한 안에 정상화·조정 여부를 정하게 하는 기준은 없습니다. 개별 사업성 검토와 관계기관 협의만 되풀이되며 결정이 기약 없이 미뤄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지연의 부담은 주민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공공주택지구 안에서는 건축이나 토지 형질 변경 등을 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함께 지정되면 토지 거래도 제한됩니다. 광주 산정지구는 2021년 3월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5년 넘게 거래에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계기관 협의 지연 등으로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고, LH가 제시한 지구계획 승인 목표도 2027년 상반기여서 보상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걸릴 전망입니다.
 
조 의원은 "공공주택을 짓겠다며 내 땅에 선을 그어 놓고, 최장 8년이 넘도록 사업 방향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주민들은 자기 땅을 마음대로 팔지도, 제대로 쓰지도 못한 채 언제 보상받을지조차 모르는 처지다. 사업 여건이 어렵더라도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그 부담을 주민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조 의원은 “LH는 장기 지연 사업을 언제, 어떤 기준으로 정상화하거나 조정할지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8개 지구의 추진 방향과 일정을 주민 앞에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며 "묶여 있는 재산권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 최소화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지역에 산업과 일자리가 들어서도 살 집과 정주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람은 머물지 않는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 지역균형발전이 성공하려면 LH가 비수도권 공공주택사업을 끝까지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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