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지난주 급락세를 보였던 코스피가 이번주 바닥을 확인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섭니다. 미국의 물가 부담과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빅테크 실적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증시 방향을 가를 변수로 꼽힙니다. 증권가에서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졌지만, 낮아진 주가만으로 저점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반도체 이익 전망의 지속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0월12일~16일) 코스피는 전주 마지막 거래일인 8일보다 957.88포인트(14.46%) 내린 5668.05에 마감했습니다. 15일에는 미국 물가 부담과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겹치며 7.57% 급락해 5554.22까지 밀렸습니다. 장중에는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습니다. 이후 16일에는 전날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2.05% 반등했습니다.
이번 급락의 배경으로는 미국의 물가·금리 부담과 AI 투자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꼽힙니다. AI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의 회사채 금리가 15%를 웃도는 등 신용위험이 부각되면서 차입에 의존한 AI 인프라 투자의 자금 조달 부담이 주목받았습니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연내 서버용 DDR5 메모리 출시 계획을 밝힌 것도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경쟁 심화 우려를 키웠습니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7%로 시장 예상치인 3.6%를 웃돌았습니다. 국제유가 상승과 물가 압력이 이어지면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AI 투자 수익성 논란과 메모리 시장의 경쟁 심화 우려가 더해지면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습니다.
수급 공백도 하락 폭을 키웠다는 분석입니다. 외국인 투자자가 16일까지 9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간 가운데,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8~15일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1조5000억원을 순매도했다"며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종료로 기존의 매수 지원 효과가 약해진 점도 부담"이라고 지목했습니다. 그는 최근 급락을 매수 주체가 부족한 수급 불균형의 관점에서 진단했습니다. 외국인 매물을 받아줄 매수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주가가 크게 하락하더라도 반등이 이어지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AI 투자, 규모보다 수익성…빅테크 실적이 가늠자
이번주에는 주요 빅테크 실적이 AI 투자 우려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입니다. 특히 메타 등 주요 빅테크의 실적과 설비투자 계획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가늠할 지표로 꼽힙니다. 시장의 관심이 AI 투자 규모 자체에서 투자 수익성과 자금 조달 부담으로 옮겨간 만큼, 실적 발표에서 제시될 향후 투자 계획과 수익성 전망이 중요합니다.
19일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과 9월 소매판매·산업생산이 발표되고,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와 23일 미국·유로존 제조업·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정돼 있습니다. 특히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결정뿐 아니라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의 통화정책이 국내 물가·환율에 미칠 영향에 대한 한국은행의 평가도 주목됩니다. 미국 경기지표가 견조한 가운데 물가 압력이 이어질 경우 국채금리와 달러화가 다시 상승하면서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증권가 저점 전망 엇갈려…5300선 하회 가능성은
증권사별 코스피 전망 밴드는 엇갈렸습니다.
NH투자증권(005940)은 이번주 코스피 예상 범위를 5100~6100선으로 제시했고,
LS증권(078020)은 5200~6000선을 전망했습니다.
키움증권(039490)은 최악의 경우 밸류에이션상 저점권을 5100선으로 제시했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추가 하락 위험에 베팅하기보다는 3분기 실적 시즌을 통해 이익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는지 확인하면서 최근 급락분을 만회하는 전략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이는 국내 기업의 구조적인 수익성 훼손이 발생하지 않고 현재의 이익 추정치가 유지된다는 전제에 따른 판단입니다.
대신증권(003540)과 신한투자증권은 5300선 아래로 추가 하락할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대신증권은 코스피가 6월19일 고점인 9385포인트에서 40.4% 하락해 과거 블랙먼데이와 외환위기, 닷컴버블 등 7차례 위기 국면의 하락률 중위값인 43.7%에 근접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를 근거로 5300선 이하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는 만큼, 다음 주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를 통해 투자심리가 반전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봤습니다.
유안타증권(003470)은 코스피가 급락 이후 단기 반등에 나설 가능성은 있지만, 추세적인 회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과거 코스피가 7거래일 동안 10% 이상 하락한 12개 사례에서는 이후 1주 상승 확률이 83%였지만, 낙폭이 15%를 넘은 5개 사례의 경우 이후 1개월 상승 확률은 20%에 그쳤습니다. 외국인 매도세 완화와 AI 관련 신용위험 안정, 2027~2028년 메모리 이익 전망 유지 여부가 반등의 지속성을 가를 변수로 꼽았습니다.
밸류에이션 매력은 커졌지만 이것만으로 바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유안타증권은
삼성전자(00593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3.27배, 24개월 선행 PBR이 0.94배까지 낮아졌다고 분석했습니다. 키움증권도 코스피 선행 PER이 4.24배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낮아졌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시장이 높은 이익 추정치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낮은 PER이 곧바로 반등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AI 투자 우려가 2027~2028년 반도체 이익 전망 하향으로 이어지는지도 확인해야 할 대목입니다.
업종 전략에서는 반도체의 이익 지속성과 AI 투자 관련 기업의 실적을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할 전망입니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를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ESS), AI 플랫폼 서비스, 증권, 방산, 저PBR 업종을 관심 분야로 제시했습니다. 반면 LS증권은 단기 반등과 반도체 비중의 추세적 확대를 구분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제시했습니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낮은 밸류에이션만 보기보다 향후 이익과 마진이 유지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방어주와 별도의 실적 모멘텀이 있는 업종으로 분산할 필요성도 제기했습니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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