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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21일 11:3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의 경영전략이 특정 기술에 대한 '선택과 집중'에서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고성능 삼원계와 차세대 배터리 영역까지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중국 배터리 기업과 이에 대응해 제품 라인업 확장에 나선 국내 배터리 3사의 대응 전략을 취재·분석한다. 아울러 이러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이 각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투자 효율성, 미래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도 함께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국내 배터리기업들의 다품종 양산 경쟁에 자본적지출(CAPEX) 부담 확대라는 과제가 새로 던져졌다. 기존 프리미엄 삼원계(NCM·NCA) 중심의 단일 포트폴리오를 탈피해 리튬인산철(LFP)과 고전압 미드니켈, 나트륨이온 등 중저가 라인업으로 다변화를 추진과 함께 신규 라인 증설 등에 따른 자본적지출(CAPEX) 규모가 커지고 있다. 배터리기업들의 수익성 회복이 더딘 점은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배터리 3사. (사진=AI 제작 이미지)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배터리 기업들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장기화로 가동률이 하락한 기존 생산라인에서 발생하는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견조한 중저가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설비의 목적을 전환하거나 혼류 생산이 가능하도록 공정을 재정비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무조건적인 생산능력(CAPA) 확대를 지양하고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려는 전략이지만, 설비 개조에 따른 초기 비용과 가동 중단 리스크도 부각된다. 실제 SK온의 경우 중저가 시장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 대응을 위해 LFP 배터리 생산을 목표로 서산공장 일부 라인을 LFP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국내외 공장의 장비 개조와 라인 재배치가 향후 원가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거론되는 이유다.
삼성SDI(006400)삼성SDI는 ESS 플랫폼인 SBB를 앞세워 중대형 전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설비 확장 속도는 다소 조절하는 대신 차세대 프리미엄 제품과 중저가 라인업의 설비 호환성을 확보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지만, 다품종 제조 환경 구축에 따른 공정 제어 부담은 과제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 또한 미시간 홀랜드 공장 외에도 랜싱 공장과 혼다 합작법인(JV) 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해 북미 지역에 50GWh 규모의 생산능력(CAPA)을 갖출 계획을 세우는 등 제품 양산폭을 넓히고 있다.
배터리 폼팩터 및 화학 조성의 다변화는 생산라인 변경 횟수를 증가시켜 필연적으로 가동 중단 시간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처럼 제조 공정이 복잡해질수록 초기 공정 수율 안정화 기간을 예상보다 장기화시키는 등의 리스크를 동반한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산업에서 수율은 생산원가와 직결되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로 꼽힌다. 신규 라인의 램프업(생산량 증대) 구간에서는 소재 손실이 늘어나고 초기 불량률이 상승하게 되는데 이는 단위당 원가 절감 시점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과적으로 각 제품별 손익분기점 달성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품 다변화가 곧 수익 다변화는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제품 가짓수의 확대가 곧장 이익률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는 제조 공정상의 현실적 한계 때문이다.
특히 동시다발적인 신제품 개발로 연구개발(R&D) 비용이 급증하는 가운데,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가 보급형 제품군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 배터리 팩 평균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과거 진행된 대규모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 부담이 동시에 가중되면 고정비 압박이 한층 심화돼 실질적인 전사 영업이익률이 저하될 위험이 크다.
실제 기업들의 올 1분기 실적과 주요 재무지표에서는 투자 부담과 실적 정체 흐름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1분기 매출 6조 5550억원, 영업손실 207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흐름을 보였다. 부채비율은 140%, 순차입금비율은 70% 수준을 나타냈다. 1분기 CAPEX 집행액은 약 1조 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지만, 대규모 증설 국면이 정점을 지나 투자 속도조절에 들어갔음에도 절대적인 투자 규모 자체는 여전히 적지 않은 수준이다.
1분기 연구개발비 역시 34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해 기술개발 부담을 반영했다. 또 해외법인 지급보증 여신 한도액을 지난해 1분기 말 6조원대에서 올해 1분기 말 9조6507억원으로 대폭 확대하며 북미 ESS 시장 선점 등을 위한 재무적 지원 수위를 높였다
삼성SDI 역시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R&D 투자를 늘리는 한편, 시설투자 속도를 일부 다듬으며 리스크 관리에 돌입했다. 삼성SDI의 올 1분기 매출은 3조 5764억원, 영업손실은 1556억원을 기록, 1분기 연구개발비로 전년 동기(3570억원) 대비 21.8% 급증한 4348억원을 집행하며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12.2%에 달했다.
1분기 시설투자(CAPEX) 비용은 5894억원으로 전년 동기(7744억원) 대비 23.9% 감소해 외형 확장 속도를 조절했다. 불황기일수록 공격적인 설비증설은 고정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무리한 증설보다 기술 고도화에 무게를 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미국 인디애나주 제너럴모터스(GM) 합작공장 및 스텔란티스 합작 2공장 등의 투자가 이어지며 올해 1분기 말 기준 '건설중인자산' 장부가액은 7조 5205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7조 1898억원)보다 약 3300억원 증가했다. 1분기 중에만 5730억원의 신규 건설 자금이 추가 투입된 결과다.
헝가리와 미국 법인 등에 대해 미화 약 39억달러 규모의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는 삼성SDI는 ESS 매출을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목표 하에 SBB 등 제품 다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자금 마련을 위해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까지 검토하는 등 재무건전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기조를 택한 SK온은 1분기 R&D 비용을 전년 대비 16% 줄이는 등 고강도 비용 효율화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서산공장의 LFP 전환을 통한 연간 3GWh 규모의 ESS CAPA 확보, 테네시 공장의 독자 운영 체제 전환을 통한 북미 ESS 거점 활용 등 다품종 생산을 위한 구조개편 조치는 지속하는 중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대규모 시설투자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다품종 생산 체제 전환에 따른 자체적인 수익성 창출력이 적기에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기업들의 자본 완충력은 빠르게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LFP나 미드니켈 등 다품종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라인 전환 투자비와 초기 수율 안정화 비용이 동시다발적으로 불어나면서 이처럼 늘어난 CAPEX를 어떻게 감당하고 회수할 것인가라는 해법 찾기가 향후 재무건전성 유지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이에 대해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뒤늦게 LFP 개발과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고 있지만, 부품과 소재의 공급망 자체가 여전히 중국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 근본적인 걸림돌"이라며 "핵심 소재의 국산화와 원가 자립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라인을 전환하는 것은 고정비 부담과 적자 구조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배터리 시장 내 국내 3사의 국가 점유율이 이미 15% 선까지 위협받고 있는 위기 상황"이라며 "지금은 셀사나 부품사들이 정부의 관세 유예나 보조금 등 일시적인 외부 지원에만 기댈 때가 아니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신제품 개발 능력을 확보하고 제조 공정의 내실을 다지는 등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했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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