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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왜 CPTPP 가입을 망설일까

한국은 수출로 성장한 나라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과 배터리처럼 해외 시장에서 물건을 팔아 경제를 키워왔다. 그런데 정작 세계 주요 무역국들이 참여하고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두고는 수년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다시 가입 논의가 커졌지만 정부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검토’ 단계다.

이상한 일처럼 보인다. 수출기업에게 더 넓은 시장과 안정적인 무역 규칙을 제공할 수 있다면 빨리 가입하는 것이 유리해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산업통상부 장관도 한국 같은 통상 국가가 CPTPP에 가입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동시에 농산물과 수산물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바로 이 지점이 한국이 CPTPP 가입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CPTPP는 단순히 수출기업에게 시장 하나를 더 열어주는 협정이 아니다. 회원국 사이의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요구하기 때문에 가입하면 국내 시장에도 변화가 생긴다. 특히 농축수산업계에서는 값싼 수입 농수산물이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한다. 수출 제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국내 농어민에게는 경쟁이 훨씬 치열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피해가 특정 산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에게 CPTPP 가입은 새로운 시장과 공급망을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자동차나 기계, 서비스 기업 역시 회원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생긴다. 반면 수입 농산물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농민에게는 같은 협정이 생존을 위협하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CPTPP를 단순히 ‘가입하면 좋다’ 또는 ‘농업을 보호해야 하니 가입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가입 이후다.

정부가 가입을 추진한다면 수출기업이 얻을 경제적 효과만 설명해서는 부족하다. 농업과 수산업에서 어떤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 피해를 보는 계층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투자를 할 것인지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 CPTPP 가입은 산업통상 분야만의 결정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농업과 수산업 등 관련 산업에 미칠 영향을 함께 살피고, 농어민 단체를 설득하며 실질적인 보상과 지원책을 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가입을 계속 미루는 것이 반드시 안전한 선택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CPTPP에는 일본, 호주, 캐나다, 멕시코, 베트남,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영국까지 합류하면서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주요 무역 규범을 공유하는 경제권으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한국이 가입을 늦출수록 다른 나라들이 먼저 공급망과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지금 세계 무역 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불확실하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계속되고 각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강화하면서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공급망은 기업들에게 위험이 되고 있다. 한국 역시 수출시장과 공급망을 더 다양하게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질문은 ‘CPTPP에 가입할 것인가’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가입했을 때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그리고 그 비용을 정부가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가입의 경제적 효과만 강조하면 농어민의 반발을 넘기 어렵고, 농업 피해만 강조하면 수출 중심 국가가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CPTPP 가입은 한국 경제의 방향을 결정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수출 경쟁력을 계속 키우면서 동시에 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산업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나라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무조건 문을 닫는 것도, 아무런 준비 없이 문을 여는 것도 아니다.

문을 열어야 한다면 누가 피해를 보는지 먼저 살피고, 그 피해를 감당할 방법까지 준비하는 것.

CPTPP 가입 논의가 단순한 찬반 논쟁을 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이 정말 통상 국가라면 이제 필요한 것은 가입 여부를 미루는 일이 아니라, 가입했을 때 국민 모두가 감당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따져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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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천하장사 P · 어제

굿

성하기 G · 21시간 전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전남친 P · 1시간 전

CPTPP 가입이 수출 경쟁력에는 분명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농어민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네요. 가입 여부보다 피해를 최소화할 현실적인 지원책을 먼저 마련하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