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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한 비트코인 780억원, 국가는 어떻게 관리할까

올여름 뉴스에서 경찰이 마약 판매 대금으로 쓰인 비트코인 수십억원어치를 압수했다는 소식을 본 적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궁금했던 적은 없으신가요. 현금이야 금고에 넣어두면 그만이지만, 비트코인은 다릅니다. 실시간으로 가격이 출렁이고, 개인키 하나를 잘못 관리하면 자산 자체가 통째로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압수한 가상자산을 정식으로 국가자산으로 편입하고, 그 보관을 민간 거래소에 맡기기로 한 결정에는 이런 고민이 깔려 있습니다.

780억원, 이제야 제도권으로

정부가 보유한 가상자산은 지난 4월 기준 약 780억원 규모로 파악됩니다. 마약이나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 수익을 몰수한 코인, 수사기관이 압수한 코인들이 쌓인 결과입니다. 문제는 지금까지 이런 자산이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내부 가이드라인 수준으로 관리돼 왔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최근 '국가자산 관리체계 대전환' 방안을 통해 범죄수익 환수나 기부로 확보한 가상자산의 관리·처분 근거를 법률에 명시하기로 했습니다. 원칙은 취득 즉시 경매에 부치는 것이지만, 한꺼번에 대량으로 팔면 시세에 충격을 줄 수 있어 나눠서 파는 분할 경매도 함께 검토됩니다. 현금과 달리 코인은 보유하는 동안에도 가치가 계속 변한다는 점이, 기존 국유재산 관리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왜 하필 두나무였나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것과 별개로, 당장 압수된 코인을 안전하게 보관할 곳도 필요합니다. 경찰청은 이 역할을 두나무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조달청 일반경쟁입찰을 거쳐 두나무가 기술평가에서 94.14점으로 최고점을 받았고, 1년 계약으로 압수 가상자산 보관·관리 사업을 수행하게 됐습니다. 실제 보관은 업비트가 운영하는 수탁 서비스 '업비트 커스터디'를 통해 이뤄집니다. 외부 인터넷과 완전히 분리된 콜드월렛에 자산을 보관하고, 키 하나가 유출돼도 자산이 통째로 위험해지지 않도록 다자간 연산과 분산 키 생성 기술을 함께 씁니다. 365일 24시간 관제 체계를 갖춘 민간 인프라를, 국가가 그대로 빌려 쓰는 셈입니다.

남은 숙제는 '투명성'

민간에 보관을 맡긴다고 모든 문제가 풀리는 건 아닙니다. 법원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압수한 코인을 함부로 처분할 수 없어, 재판이 길어지는 사이 상장폐지되거나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사례도 실제로 있었습니다. 언제 평가하고, 언제 팔고, 그 과정을 누가 감시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 기준은 아직 정비 중입니다. 국민 세금과 마찬가지로 국가 소유가 된 자산인 만큼, 보관을 맡은 민간 기업이 잘 관리하고 있는지, 매각 시점과 방식이 특정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압수된 코인이 뉴스 한 줄로 끝나지 않고 결국 국가 재정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은, 가상자산이 이제 제도 밖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앞으로 관련 법률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그리고 두나무의 관리 실적이 다음 입찰에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지켜보면, 이 낯선 자산이 우리 제도 안에 자리 잡는 과정을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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