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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이 좋았다. 하지만 안전은 운이어서는 안 된다

며칠 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 대표의 사망과 관련된 기사를 읽다가 한동안 기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기사를 따라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

생각해보면 나도 가습기살균제를 꽤 오랫동안 사용했다. ‘가습기메이트’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였다. 가습기를 사용할 때면 물통에 물만 넣는 것이 아니라 가습기메이트도 함께 넣었다. 그래야 물이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된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제품을 만든 기업도, 판매하는 사람도, 사용하는 소비자도 그것을 위험한 제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 역시 아무런 의심이 없었다.

그러다 해외지사로 발령을 받아 현지에 부임하면서 가습기메이트를 구할 수 없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당시에는 불편하기만 했다.

한번은 한국제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현지 마트의 구매담당자를 만났다. 나는 가습기메이트를 한국에서 들여와 달라고 부탁했다. 한 번 말하고 끝낸 것도 아니다. 필요할 때마다 다시 이야기했다. 지금 표현으로 하면 사실상 독촉에 가까웠다. 그만큼 나는 그 제품을 믿었다.

지금 그때를 떠올리면 아찔하다.

나는 위험한 제품을 일부러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제품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사용했다. 해외에서까지 구하려고 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것이 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제품을 구하기 어려워 어느 순간 사용을 중단했다.

그리고 2011년,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졌다.

처음 뉴스를 접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기억난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가습기 물통에 넣었던 제품이 사람의 폐를 망가뜨리고,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더 놀라운 것은 피해가 한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위험성을 알지 못한 채 제품을 사용했다. 누군가는 평생 치료를 받아야 했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

가습기메이트도 그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산업이 판매한 제품으로, CMIT·MIT가 주요 성분이었다. 특히 2011년 정부의 독성시험 과정에서 가습기메이트가 예비시험에서 빠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도 당시 시험 과정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뒤 한 가지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그때 내가 계속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정확히 몇 년 동안 사용했는지, 몇 통을 썼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사용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면 그것은 내가 현명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이다.

그래서 가습기살균제 사건 이후 나는 가습기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겨울이면 당연히 가습기를 꺼내 물을 채웠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가습기를 보면 자연스럽게 예전의 가습기메이트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생각하다 보면 기업의 책임뿐 아니라 국가의 책임도 생각하게 된다.

물론 제품을 만든 기업의 책임이 가장 먼저 따져져야 한다. 기업에는 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국가 역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은 국가가 관리하고 있는 제품이라면 최소한의 안전성은 확인됐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도 그 믿음 속에서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했다. 해외에서까지 그 제품을 구해 달라고 부탁했던 것도 결국 그 믿음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국가는 문제가 터진 뒤에 움직이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위험한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 전에 제대로 확인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소비자에게 신속하게 알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무엇보다 위험 신호를 놓쳤다면 왜 놓쳤는지 끝까지 돌아봐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단순히 한 기업의 잘못으로만 끝낼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소비자가 무엇을 믿고 제품을 사용하는지, 그 믿음을 국가와 기업이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운이 좋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운이 좋아야 안전할 수 있는 사회라면 그것은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니다.

안전은 운에 맡길 일이 아니다. 기업이 안전을 소홀히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국가가 위험 신호를 놓치지 않도록 제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가끔 해외에서 한국제품 마트의 구매담당자에게 가습기메이트를 꼭 들여와 달라고 부탁했던 내 모습을 떠올린다.

그때의 나는 그것이 나를 지켜주는 제품이라고 믿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찔하다.

나는 운이 좋았다.

하지만 안전은 운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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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미 G · 어제

온가족 큰일났을 뻔 했네요.

성하기 G · 어제

아이들이 안전해서 다행이죠

재재파더 G · 어제

정말 운이 좋았네요.

성하기 G · 어제

네. 그래서 이제는 가습기 안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