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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일하는 시대, 내 커리어는 무엇으로 남을까

사라질 직업을 맞히는 것보다 중요한 질문

요즘 취업이나 이직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 같은 질문으로 돌아온다. “내 일도 AI가 가져가면 어떡하지?” 불안할 만하다. 보고서 초안을 만들고, 코드를 짜고, 이미지를 제작하는 속도가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라졌다.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에게는 어렵게 배운 기술의 유효기간이 갑자기 짧아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미래를 ‘일자리의 종말’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세계경제포럼은 기술 변화뿐 아니라 인구구조, 녹색전환과 경제 상황까지 반영해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1억7천만 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9천2백만 개가 밀려날 것으로 전망했다. 순증가만 보면 낙관적이지만, 사라지는 자리와 새로 생기는 자리가 같은 사람에게 자동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 수치는 1천여 개 대기업의 응답에 기반한 전망이라는 한계도 있다. (세계경제포럼 Future of Jobs 2025)

국제노동기구는 생성형 AI에 어느 정도 노출된 직업이 전 세계 고용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지만, 당장 직업 전체가 없어지기보다 직업 안의 업무가 바뀔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사무·행정 직무의 노출도가 특히 높고, 전문·기술 직군도 예외는 아니다. (국제노동기구·NASK 2025 연구) 내 생각에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대체’보다 ‘재편’이다. 이제 커리어를 직함 하나로 설명하기보다 어떤 문제를 풀 수 있고, 그 결과를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로 설명해야 한다.

AI를 배우기 전에 내 일의 중심부터 정해야 한다

먼저 직업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말고 업무 단위로 쪼개 볼 필요가 있다. 마케터의 일에는 자료 조사와 문구 작성도 있지만 고객을 이해하고 캠페인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도 있다. 회계 업무에는 자료 정리뿐 아니라 거래의 맥락을 판단하고 오류에 책임지는 과정이 있다. 개발자도 코드를 입력하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요구사항을 해석하고 구조와 보안, 장애 가능성을 검토한다. AI가 이 가운데 일부를 빠르게 처리한다고 해서 나머지 판단까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자신의 업무를 ‘AI에 맡길 일’, ‘AI와 함께할 일’, ‘내가 끝까지 책임질 일’로 나눠 적어보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반복적인 형식 변환과 초안 작성은 맡길 수 있다. 여러 대안을 빠르게 비교하는 작업은 함께할 수 있다. 반면 최종 의사결정, 이해관계자 설득, 법적·윤리적 책임처럼 결과의 대가를 누군가 져야 하는 일은 사람이 붙잡아야 한다. 이 구분이 선명해야 AI를 써서 남은 시간을 어디에 투자할지도 보인다.

다음은 ‘AI를 잘 쓰는 사람’에 머물지 않고 ‘한 분야를 이해하면서 AI를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2026년 OECD는 고급 AI 개발 기술이 필요한 노동자는 1% 미만이며, 대부분에게 더 필요한 것은 기본적인 디지털 역량과 데이터를 사용·분석·해석하는 능력이라고 정리했다. 문제 해결, 창의성, 혁신과 관리 능력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봤다. (OECD AI and Skills 2026) 모두가 모델을 직접 만들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대신 인사 담당자는 노동법과 조직을, 금융인은 회계와 위험을, 마케터는 고객과 유통을, 개발자는 구조와 보안을 더 깊이 알아야 한다.

도구 사용법만 익힌 커리어는 생각보다 얇다. 오늘 외운 기능이 다음 업데이트에서 사라질 수 있고, 누구나 쓸 수 있는 기능은 금세 차별점이 아니게 된다. 반대로 업종의 관행, 고객이 실제로 돈을 내는 이유, 현장에서 반복되는 예외처럼 시간이 쌓여야 알 수 있는 지식은 쉽게 복제되지 않는다. AI 활용 능력이 속도를 높여 준다면 도메인 전문성은 방향과 품질 기준을 정한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오래가는 경쟁력을 만들기 어렵다.

세 번째 자산은 검증 능력이다. AI는 그럴듯한 답을 빨리 내놓지만, 그럴듯함과 정확함은 다른 문제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는 AI의 신뢰성을 따질 때 유효성과 신뢰성, 안전, 보안, 투명성, 개인정보 보호와 편향 관리를 함께 보라고 제시한다. (NIST AI 위험관리 프레임워크) 숫자는 원문과 대조하고, 인용은 실제 문서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개인정보와 회사 기밀은 사용 중인 서비스의 약관과 회사 보안정책을 확인하기 전에는 입력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AI의 답이 틀렸을 때 어디서 잘못됐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 결과를 책임질 수 있다.

이런 능력은 자격증 목록보다 실제 결과물로 보여 주는 편이 낫다. 좋은 포트폴리오는 화려한 AI 이미지나 프롬프트 모음이 아니다. 어떤 문제를 골랐고, 기존 방식에는 어떤 불편이 있었으며, AI를 어느 단계에 사용했고, 무엇을 사람이 검증했는지를 기록한 작은 사례집에 가깝다. 예를 들어 보고서 작성 시간을 줄였다면 단순히 “세 시간이 한 시간으로 줄었다”에서 끝내지 말고, 오류와 수정 횟수, 최종 사용자의 반응까지 남겨야 한다. 결과만큼 판단 과정이 보여야 다른 조직에서도 다시 해낼 사람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까. 첫 두 달에는 반복 업무를 15개쯤 적고 빈도, 중요도, 오류 비용, 정보 민감도에 따라 분류한다. 그중 위험은 낮고 자주 하는 업무 하나를 골라 기존 소요시간과 재작업 횟수를 기록한 뒤 AI를 적용한다. 3~4개월 차에는 같은 업무를 매주 시험하며 속도뿐 아니라 오류와 수정 횟수도 비교하고, 동료나 현업자에게 두 차례 비평을 받는다. 마지막 두 달에는 문제·제약·AI 사용 구간·사람의 검증·결과·교훈 순서로 사례 두 편을 정리한다. 동시에 글쓰기, 데이터 해석, 영업, 프로젝트 관리처럼 분야의 기초 역량 하나를 더 깊게 판다.

회사 교육만 기다리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 OECD와 한국노동연구원이 2024년 말 한국의 AI 활용 기업을 조사한 결과, 직원에게 AI 관련 교육을 제공한 기업은 42%였다. 다만 제조·정보통신·전문과학·보건 분야의 10인 이상 기업 145곳을 대상으로 한 표본이므로 한국 전체 기업의 비율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OECD·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 이 수치가 말해 주는 현실은 단순하다. 조직이 체계적인 교육을 마련해 줄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작은 실험을 스스로 시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람과 일하는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았으면 한다. 세계경제포럼이 2030년까지 핵심 직무 기술의 39%가 달라질 것으로 보면서도 창의적 사고, 회복탄력성, 호기심과 평생학습, 리더십을 중요하게 꼽은 이유가 있다. 기술이 빨리 바뀔수록 모르는 것을 질문하고,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복잡한 판단을 상대가 이해할 언어로 설명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소프트 스킬’이라는 이름 때문에 가벼워 보일 뿐, 실제 조직에서는 일을 끝까지 굴러가게 만드는 단단한 기술이다.

AI를 피하는 경력보다 AI와 함께 단단해지는 경력

나는 AI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전한 직업을 찾는 전략이 오래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안전해 보이는 일도 도구와 제도, 고객의 기대가 바뀌면 업무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오히려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되 문제 정의와 검증, 책임까지 넘겨주지 않는 사람이 변화에 더 오래 버틸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커리어 자산은 특정 프로그램의 사용법 하나가 아니다. 한 분야를 깊게 이해하는 판단력, AI를 이용해 실제 문제를 해결한 기록, 결과의 오류를 찾아내는 습관, 그리고 함께 일한 사람이 다시 찾게 만드는 신뢰다. 도구는 계속 바뀌겠지만 이 네 가지는 다음 도구로 옮겨갈 수 있다.

결국 물어야 할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AI가 나를 대체할까?”보다 “무엇을 AI에 맡기고, 무엇은 내가 더 잘해야 하며, 어떤 결과를 끝까지 책임질 것인가?”가 더 현실적인 질문이다. 그 답을 작은 프로젝트와 기록으로 매달 쌓아 간다면, 사용하던 도구가 바뀐 뒤에도 판단과 성과의 흔적은 경력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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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08:50 AI가 답글·인용·좋아요 반영해 점수 재판단

댓글 2
청부업체 P · 22시간 전

오호...

짜고미 G · 17시간 전

"직업 전체가 없어지기보다 직업 안의 업무가 바뀔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저도 그렇게 되는 방향지적이 맞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