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하기 거버넌스 2026.09.11

주민자치, 참여의 문을 열고 결정권을 주자

‘주민자치’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솔직히 개념부터 잘 잡히지 않았다. 주민이 자치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주민자치위원이 되면 무슨 일을 하는지도 선뜻 와닿지 않았다. 주민들에게 참여하라고 하면서 정작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면 참여가 활발해지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최근 주민자치위원을 선정하는 방식이 바뀐 것은 의미가 있다. 예전에는 동장이 몇몇 주민을 선정했다면, 최근에는 제비뽑기 방식으로 선정하면서 더 많은 주민에게 참여의 문을 열었다. 제비뽑기가 완벽한 방법은 아니지만, 주민자치를 일부 적극적인 사람들의 몫으로만 여겼던 관행에서 벗어나는 계기는 될 수 있다.

하지만 참여할 사람을 늘리는 것만으로 주민자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이 모여 지역축제를 논의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 방법을 결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시작된 참여예산제는 주민들이 지역에 필요한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예산 배분 과정에 참여하는 제도다. 시민의회 역시 다양한 시민이 함께 정책을 공부하고 토론해 의견을 내는 방식이다. 우리도 이런 제도의 취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외국의 제도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의견이 실제 결정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주변의 한 사례도 영향을 주었다. 내가 아는 지인은 현재 군포시 시민의회 조례 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들이 지역 현안을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며 정책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는 취지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주민자치의 핵심은 주민을 회의에 많이 참석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주민들에게 실제로 무엇을 결정할 권한을 줄 것인가에 있다는 생각이 더욱 분명해졌다.

앞으로 주민자치는 참여의 문을 여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제비뽑기로 더 많은 주민에게 기회를 열었다면, 그 주민들이 지역 문제를 직접 발굴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도 마련해야 한다. 청년과 청소년, 노인 등 다양한 주민의 목소리가 들어올 수 있는 구조도 필요하다.

주민자치는 어려운 행정용어가 아니다. 내가 사는 동네의 문제를 주민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무엇을 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주민자치의 출발점이다.

주민에게 참여를 요청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참여한 주민에게 실제 권한을 주어야 한다. 주민의 목소리를 듣기만 하는 주민자치가 아니라, 주민이 결정하고 행정이 그 결정을 뒷받침하는 주민자치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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