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하기 거버넌스 2026.09.12

호르무즈 파병, 베트남전의 교훈을 기억하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국방부가 현지 조사단까지 보내면서 실제 파병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해외 분쟁지역에 군대를 보내는 일은 서둘러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먼저 베트남전 파병이 남긴 희생과 교훈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마이뉴스 최경식 기자도 9월 10일자 기사에서 한국의 파병 역사를 돌아보며 파병의 명분과 국익, 책임을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전도 처음부터 대규모 전투병 파병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1964년 9월 제1이동외과병원과 태권도 교관단이 파견됐고, 1965년에는 공병 중심의 비둘기부대가 뒤를 이었다. 이후 청룡·맹호·백마부대 등 전투부대가 본격적으로 투입됐다. 1973년 3월 철수할 때까지 약 8년 8개월 동안 한국군의 대규모 참전이 이어졌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연인원 32만5517명이 참전했고, 사망 5099명, 부상 1만1232명, 실종 4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전쟁의 상처는 철수와 함께 끝나지 않았다. 국가보훈부는 지금도 베트남전 참전자들의 고엽제 후유증과 후유의증, 2세 환자를 지원하고 있다.

물론 베트남전 파병이 외화 획득과 군사·경제 협력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그 성과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경제적 이익이 전쟁터에서 희생된 장병들의 생명과 부상을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교훈이 있다. 파병의 위험은 처음부터 전면전의 모습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제한된 임무로 시작한 군사적 개입도 현지 상황이 바뀌면 더 큰 전투와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베트남전과 지금의 호르무즈를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당시에는 정글에서 벌어진 지상전이었고, 현재 논의되는 호르무즈 파병은 해상교통로의 안전 확보를 명분으로 한다. 그렇다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임무가 어디까지인지, 교전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사태가 악화될 경우 철수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이 우리 경제에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원유와 가스 수송이 차질을 빚으면 국제유가와 해상운임, 보험료가 오르고 결국 국민의 물가와 기업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해상교통로를 지키는 것과 한국군을 분쟁지역에 보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군대를 보내지 않고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부터 찾아야 한다.

한미동맹도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가 파병의 충분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파병 여부는 미국이 원하는 역할이 아니라 우리 장병이 감당해야 할 위험과 국민에게 돌아올 결과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베트남전의 교훈은 파병을 무조건 반대하라는 것이 아니다. 군대를 어디에, 왜 보내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디인지 국민에게 설명하고 책임 있게 결정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란과 미국 사이의 무력충돌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호르무즈 파병을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는가? 비전투병력만 투입한다고 하지만, 이들이 공격을 받아 피해를 입었을 때 정말 철수할 수 있는가?

베트남전도 처음부터 30만 명이 넘는 전투병력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제한적인 지원과 비전투 임무로 시작했지만 결국 대규모 전투부대 파병으로 확대됐다. 호르무즈에서도 처음의 제한된 임무가 더 큰 군사적 개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는가?

동맹은 지켜야 한다. 그러나 동맹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은 국민의 생명이다. 베트남전의 희생을 기억한다면 호르무즈 파병은 서둘러 결정할 일이 아니다. 정부는 파병을 결정하기 전에 국민에게 명분과 위험을 설명하고, 최악의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 장병을 데려올 것인지부터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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