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에서 대북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통일부는 북미대화와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고, 외교부는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의 현실을 중시한다. 두 부처의 생각이 다른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무엇을 국익의 기준으로 삼아 조정하느냐다.
통일부가 내놓은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구상은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이 한반도 평화의 계기를 만들도록 돕고, 한국은 북미대화를 촉진하자는 내용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고정하기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추가 고도화를 막으면서 대화를 시작하자는 접근이다.
나는 이쪽이 오히려 현실에 가깝다고 본다.
북한의 핵무기를 단기간에 없애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선택지는 분명하다. 대화를 하지 않는 동안 북한의 핵 능력이 더 커지는 것을 지켜볼 것인가, 아니면 일단 추가 개발을 막고 대화의 문을 열 것인가. 완벽한 해법은 아니더라도 후자가 한반도의 긴장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외교부가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것도 당연하다. 북한 문제를 한국 혼자 풀 수 없는 현실에서 미국과의 공조는 중요하다. 하지만 동맹은 국익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지 국익 그 자체는 아니다.
이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서도 드러난다.
미국이 동맹국과 주요 에너지 수입국에 역할 분담을 요구하면서 한국 정부도 파병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원유 가격과 해상운임, 보험료가 오르면 결국 국민의 생활비와 기업의 생산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 군대를 보내야 한다는 결론이 자동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해상교통로 보호나 재외국민 대피·보호 등 위험을 줄이면서 기여할 방법도 있다. 군사적 개입부터 결정할 이유는 없다.
특히 ‘비전투병이면 괜찮다’는 말도 신중하게 들어야 한다. 전쟁터에서 비전투와 전투의 경계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우리 군인이 희생된 뒤에도 정부가 정말 철수할 수 있을까.
베트남전의 경험은 이 질문을 가볍게 넘기지 말라고 한다. 처음에는 의료·지원 성격의 파병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전투병 파병으로 확대됐다. 한번 군사적 개입을 시작하면 처음 정한 선을 계속 지킬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대북정책도 마찬가지다. 한미동맹을 이유로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 미룬다면 한반도의 긴장도 그만큼 길어질 수 있다. 북한과 대화한다고 한미동맹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이 한반도의 당사자로서 평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결국 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은 하나다.
미국이 원하는 것과 한국에 필요한 것이 다를 때, 정부는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동맹을 지키는 것과 우리 국익을 지키는 것은 서로 충돌하는 목표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국익을 분명히 말하고 책임 있게 판단할 때 동맹도 오래 갈 수 있다.
지금 한국 외교에 필요한 것은 동맹에 끌려가는 외교도, 동맹을 가볍게 여기는 외교도 아니다. 한미동맹은 굳건히 유지하되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의 생명을 기준으로 스스로 결정하는 외교다.
그것이 동맹국으로서 한국이 할 수 있는 가장 당당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