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정 거버넌스 23시간 전

자폐 스펙트럼 장애, 두 가지 공통된 분자 패턴으로 분류 가능해져_사이언스지에 게재

19세 이하 자폐성 장애 등록 인구가 15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고,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자폐성 장애로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 수는 2022년 1만 7,024명에서 2023년 1만 9,275명, 2024년 2만 2,194명, 2025년 2만 5,614명으로 4년 만에 70% 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전체 특수교육 대상자 중 자폐성 장애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적장애(48.6%)에 이어 두 번째로 큰 23.2%에 달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둘러싼 가장 큰 역설은 '원인은 너무 많은데, 설명은 하나도 없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보고된 자폐 위험 유전자만 1,200개가 넘는다.

어떤 아이는 시냅스 단백질 유전자에 변이가 있고, 어떤 아이는 전사 조절 유전자에, 또 어떤 아이는 크로마틴 리모델링 관련 유전자에 이상이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비슷한데, 그 밑바닥에 깔린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제각각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자폐 연구는 오랫동안 '숲'이 아니라 '나무 한 그루씩'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유전자 하나를 고르고, 그 유전자에 변이를 넣은 생쥐를 만들고, 그 생쥐의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하는 식이다.

문제는 이런 개별 연구들이 서로 비교되거나 통합되기 어려웠다는 데 있다. A 유전자 연구와 B 유전자 연구를 나란히 놓아도, 그 둘이 같은 질환의 다른 얼굴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질환인지조차 판단할 공통의 잣대가 없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김은준 단장)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디지털바이오컴퓨팅연구단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연구는 바로 이 지점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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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서로 다른 생물학적 기능—시냅스 기능, 유전자 발현 조절, 세포 내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자폐 위험 유전자 17종을 선정해, 각각에 변이가 있는 생쥐 모델을 수년에 걸쳐 구축했다. 그리고 이 생쥐들의 전전두엽에서 뽑아낸 RNA 시퀀싱 데이터 1,008개를 한자리에 모아 비교 분석했다.

개별 유전자 하나하나를 따로 들여다보는 대신, 이질적인 변이들이 만들어내는 전체 유전자 발현 패턴 자체를 하나의 지도 위에 펼쳐 놓은 것이다.

결과는 예상보다 단순했다. 17종의 서로 다른 유전자 변이를 가진 생쥐들은 변이의 종류와 무관하게 단 두 가지 전사체 상태로 수렴했다.

첫 번째 그룹은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을 맡는 시냅스 유전자 발현이 줄어들고, 대신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유전자와 RNA 가공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늘어나는 패턴을 보였다.

두 번째 그룹은 정확히 반대였다—시냅스 유전자 발현은 늘고, 조절·가공 관련 유전자 발현은 줄었다. 원인이 되는 유전자는 17가지로 제각각이었지만, 그 결과로 나타나는 분자적 풍경은 단 두 가지 축 위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연구진은 이를 100만 개에 달하는 단일 세포 핵을 분석하는 단일핵 RNA 시퀀싱으로 재검증했고, 나아가 실제 사람 자폐 환자의 대뇌피질 전사체 데이터에서도 유사한 두 하위 그룹이 관찰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생쥐 모델에서 발견한 패턴이 특정 동물종이나 특정 유전자에 국한된 우연이 아니라, 자폐라는 질환 자체가 가진 보편적인 분자적 특성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발견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분류 체계가 하나 더 늘었다'는 데 있지 않다.

두 그룹은 약물에 대한 반응성에서도 뚜렷하게 갈렸다.

항우울제 플루옥세틴과 기분안정제 리튬을 투여했을 때, 시냅스 유전자 발현이 감소한 첫 번째 그룹은 여러 유전자의 분자적 이상이 비교적 일관되게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두 번째 그룹은 유전자마다 반응이 제각각이어서, 같은 약물을 써도 일정한 회복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환자의 분자적 상태에 따라 동일한 치료제에 대한 반응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자폐 치료 후보물질 연구는 대체로 '이 약이 자폐 전반에 효과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 해왔다.

하지만 이 연구가 제시하는 그림은 다르다. 질문 자체를 '이 환자는 어떤 분자 상태에 속하는가, 그리고 그 상태에서는 어떤 약이 더 잘 듣는가'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연구진 스스로도 이 결과를 성급하게 확대 해석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연구를 주도한 배미현 IBS 연구위원은 그룹 분류가 특정 유전자에 의해 고정적으로 결정되는 범주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일부 유전자 변이는 성별에 따라 서로 다른 그룹으로 갈렸고, 전전두엽에서 확인된 구분이 해마에서는 뚜렷하게 재현되지 않았으며, 발달 시기에 따라 그룹 배정이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즉 두 그룹은 유전자에 새겨진 고정된 꼬리표가 아니라, 성별·뇌 영역·발달 단계에 따라 이동할 수 있는 '동적인 분자 상태'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한 약물 처리 후 유전자 발현이 정상 대조군 방향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회복(rescue)'이라 표현하긴 했지만, 이를 실제 행동 개선이나 임상적 치료 효과와 곧바로 동일시하지는 않았다고 연구진은 선을 긋는다. 인간과 마우스의 분자 패턴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도 아니어서, 이 프레임워크를 당장 환자 분류법의 완성판으로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자폐의 유전적 이질성이 반드시 무질서한 생물학적 혼돈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보여줬기 때문이다.

1,200개가 넘는 원인 유전자를 하나씩 좇는 대신, 그 유전자들이 수렴하는 제한된 수의 분자 상태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면, 앞으로 새로운 동물 모델을 비교하거나 치료 후보물질의 효과를 평가할 때 공통의 잣대로 활용할 수 있다. 유전자 이름으로 환자를 나누던 시대에서, 실제 뇌 안에서 어떤 분자적 상태가 펼쳐지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환자를 이해하는 시대로 넘어가는 다리가 놓인 셈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인간 유래 세포를 활용해 이 분자 축이 사람에게서도 재현되는지, 그리고 분자적 회복이 실제 행동이나 신경회로 수준의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를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폐라는 복잡한 질환을 '하나의 지도'로 읽어내려는 시도가, 이제 막 첫 발을 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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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마토 P · 18시간 전

아는 학생이 자폐 스팩트럼을 가지고 있는데 그때 아이 엄마와 주기적으로 대화를 하면서 참 다양한 증상과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불편함이 존재하더라구요. 이런 연구가 좀 더 그들을 이해하고 미래에는 치료까지 가능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호정 G · 8시간 전

얼마전 자폐자녀를 둔 전경철이 피터팬재단 민들다가 사망했죠. 본인은 말기암이었는데, 아이(나이는 청년) 를 맡아줄 기관이없어 아이가 제대로 보살핌을 받을수 있을때까지 죽지못한다고 했어요. 다행히 아이를 맡아줄 기관도 나타나고 재단을 만들수 있게 기반도 만들어지는 듯 하자, 본인의ㅡ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했는지 세상을 떠났지요. 제 지인들 중에는 한국이 자폐아이 키우기 힘들다고 미국으로 이민간 친구도 몇 명 있어요. 지금같은 입시경쟁제도 아래서 어떤 친구가 이런 친구들과 함께 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