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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기 거버넌스 6시간 전

선거에 승복하지 않는 민주주의, 어디로 가는가

미국 중간선거가 다가왔다. 어느 당이 의회를 차지할지도 궁금하지만, 더 걱정되는 것은 패배한 쪽이 결과를 받아들일지 여부다. 선거는 이긴 쪽에 권력을 맡기는 절차이면서, 진 쪽이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약속이기도 하다. 이 약속이 깨지면 투표를 해도 갈등은 끝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는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뒤 결과에 불복했다. 2021년 1월 6일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한 사건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줬다. 한국에서도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부정선거론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그는 2021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온라인 투표 조작을 주장하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소송을 냈다. 법원은 그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각하는 소송 요건에 관한 판단이므로, 부정선거 의혹 전체를 본안에서 심리해 사실이 아니라고 확정한 판결로 볼 수는 없다.

선거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까지 막을 이유는 없다. 실제 오류가 있다면 밝혀야 하고, 잘못이 확인되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검증할 증거를 내놓지 않은 채 의혹만 되풀이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치인이 지지자들에게 의심을 심어주고 그 의심을 다시 지지의 근거로 삼으면, 선거 결과를 확인하는 절차 자체가 정치적 싸움에 휘말린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선거관리기관만이 아니다. 투표한 시민의 판단까지 의심받는다.

대표에게 맡긴 권력, 시민은 어디에 있는가

고대 아테네에서는 시민들이 민회에 모여 정책을 결정했다. 하지만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던 사람은 성인 남성 자유민에 한정됐다. 현대 민주주의는 보통선거를 통해 참여의 문을 넓혔고, 시민은 선거로 대표를 뽑아 나라의 일을 맡긴다. 문제는 선거가 끝난 뒤다. 표를 얻을 때는 시민을 찾던 정치인들이 정책을 결정할 때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대표제에 대한 믿음도 흔들린다.

미국 건국의 주역 제임스 매디슨은 『페더럴리스트 페이퍼』 10번에서 파벌이 공동체의 이익과 소수자의 권리를 해칠 위험을 지적했다. 오늘날 정당 정치에서도 생각해 볼 대목이다. 자기편의 승리를 위해 상대를 적으로 몰고, 불리한 결과는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굳어지면 정치가 문제를 풀기는 어려워진다. 선거에서 이기는 일만 중요해지면 정작 시민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는 뒤로 밀린다.

시민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데 AI를 활용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의 제안을 주제별로 정리하거나 복잡한 정책의 쟁점을 쉽게 설명하는 일은 AI가 도울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의견을 모았다는 사실만으로 시민의 뜻이 정책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의견을 중요하게 다룰지 결정하는 기준부터 공개하고, 정치권이 시민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그 이유도 설명해야 한다.

AI가 의심을 키울 때

AI는 시민참여를 돕는 데 쓰일 수 있지만,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데도 이용된다. 조작된 자료와 거짓 주장을 대량으로 만들어 유통하면 시민은 무엇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여러 계정이 같은 주장을 반복하면 실제보다 많은 사람이 믿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부정선거 의혹이 이런 방식으로 퍼지면 공식 해명이나 법원의 판단마저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선거 관련 정보는 출처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AI가 분석한 자료와 판단 기준도 검증 가능해야 한다. 잘못된 정보가 발견되면 누가 이를 바로잡을지도 분명해야 한다. 기술이 정보를 빠르게 퍼뜨리는 만큼, 사실을 확인하고 오류를 고치는 절차도 뒤따라야 한다.

그렇다고 AI가 선거 불복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증거를 확인하고 판단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만 믿고 불리한 결과는 받아들이지 않는 정치인이 있는 한, 정보가 많아진다고 불신이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패배한 정치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선거 결과에 의문이 있다면 증거를 제시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검증받아야 한다. 검증 결과를 외면한 채 의혹을 지지층 결집에 이용하는 정치인에게는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선거에서 패배한 정치인이 지켜야 할 것은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 시민이 정한 규칙이다. 그 규칙을 감시하고 판단하는 권리는 표를 던진 시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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