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재연 기자] 금융당국이 국내 가상자산(디지털자산)거래소의 입출금 중단 상태를 이용한 시세조종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여전히 이른바 ‘가두리 펌핑’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순한 일회성 현상이 아니라, 일정한 조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구조적 패턴이라는 점에서 시장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9일 “주요 고위험 분야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며, 입출금이 제한된 상태에서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가두리’ 수법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 바 있습니다. 가두리 수법이란, 외부 거래소와 자산 이동이 차단된 상황에서 내부 유동성만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구조를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외부와 가격 괴리를 해소할 수 있는 차익거래가 제한되면서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고, 이후 제한이 해소되면 다시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패턴을 보이는 게 특징입니다.
입출금 중단 이후 급등락을 이어가는 가상자산 차트.(이미지=디지털애셋)
기술적 필요…시장엔 악영향
이런 구조는 전통 금융시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디지털자산 시장 특유의 리스크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거래소 간 자산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평상시와 달리, 입출금 제한 조치 등으로 유동성이 고립되면 시장 가격이 실제 수요·공급이 아닌 제한된 참여자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여자의 거래가 전체 가격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거래소의 입출금 제한은 주로 네트워크 점검, 지갑 시스템 유지보수, 블록 생성 중단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합니다. 기술적 필요에 따른 조치이긴 하지만, 그로 인해 파생되는 부작용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디지털애셋>이 2025년 12월 1일부터 지난 4월 2일까지 업비트와 빗썸의 입출금 중단 공지와 가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금융 당국의 경고 전후를 막론하고 이러한 사례가 반복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금감원이 조사 공지를 한 2월 9일 이전 기준으로 보면, 전체 17건의 입출금 중단 공지(상장폐지 자산 제외)가 있었습니다. 당시 해당 자산 가격데이터를 보면, 공지 이후 24시간 내 20% 이상 상승한 사례는 모두 4건으로, 공지 건수 대비 시세 이상 발생률이 23.5%에 달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는 업비트와 빗썸 모두에서 유사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ZK 939%, NAP 476% 치솟아
입출금 중단 '당일 공지' 이후 20% 이상 상승한 자산을 기준으로 보면, 업비트에서는 DEEP(딥북), ZK(지케이싱크), NAP(나폴리) 등이 급등 그래프를 그렸습니다. 특히 ZK는 최고 939.16% 상승하며 극단적인 가격 왜곡을 나타냈고, NAP 역시 476.84% 급등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변동성을 넘어 가격 단절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이상 사례로 보입니다. 빗썸에서는 WITCH(위치토큰)가 30.30% 상승하며 유사한 흐름을 나타냈습니다. 공지 이후 수 분에서 수 시간 내에 거래가 집중되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양상이 반복적으로 관측됐습니다.
정작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금감원의 강력한 경고 이후에도 뚜렷하게 관찰됐다는 점입니다. 앞서 살펴본 동일한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금감원 경고일인 2월 9일 이후 21개 입출금 중단 공지 중 빗썸에서만 총 6개 자산이 공지 이후 2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지 건수 대비 시세 이상 발생률도 2월 9일 이전보다 높은 28.57%에 달한 셈입니다. 이는 규제 당국의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장 내 구조적 취약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내용입니다.
대표적으로 DRIFT(드리프트) 87.31%, PEAQ(피크) 206.94%, WAXP(왁스) 179.09%, SOLV(솔브프로토콜)은 80% 상승했습니다. 이는 거래 참여자가 제한된 상황에서 매수세가 집중될 경우 가격이 얼마나 빠르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공지 뒤 거래대금도 단기 폭증
거래대금 흐름 역시 유사한 패턴을 보였습니다. 공지 이후 6시간 이내의 거래대금은 공지 이전 대비 중앙값 기준 5.72배 증가했으며, 이후 시간대로 갈수록 증가폭이 둔화됐습니다. 이는 거래가 하루 전반에 걸쳐 분산되기보다 공지 직후 단기간에 집중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초기 반응 구간'에서 대부분의 가격 형성이 이뤄지고, 이후에는 추격 매수 또는 차익 실현이 이어지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같은 패턴은 시장 참여자 행동 측면에서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입출금 제한 공지가 나오면 일부 투자자들은 외부 차익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을 인지하고, 단기 가격 왜곡 가능성에 베팅하는 투기적 거래에 나설 수 있습니다. 동시에 유동성이 얕아진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도 가격을 크게 움직일 수 있어, 이러한 전략이 반복적으로 시도될 유인이 존재합니다.
결과적으로 입출금 제한이라는 구조적 특성이 외부 차익거래를 차단하고 내부 유동성만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환경을 만들면서, 일부 자산에서는 단기간 급등과 거래 집중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셈입니다. 이후 거래 제한이 해소되면 가격이 다시 조정되는 흐름이 이어지며 금감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가두리 펌핑의 피해는 투자자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 ZK(지케이싱크)의 입출금중단 공지 이후 가격 추이.(이미지=디지털애셋)
“입출금-거래 동시 제한 필요”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두리 펌핑 현상이 단순한 시장 과열이 아니라 구조적 취약성에서 비롯된 반복 패턴이라는 점에서, 사후 대응 중심의 현행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검사 재직 시절 디지털자산 불공정거래행위(시세조종, 미공개정보이용 등) 수사 경험이 많은 이승민 법무법인 세움 변호사는 <디지털애셋>과 통화에서 “현재 구조에서는 이상 거래 여부를 거래소가 판단해 보고하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는데,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정상 거래’로 판단될 경우 보고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거래소의 자율적 판단에 기대는 구조라 사전적으로 통제하기 쉽지 않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입출금 중단 상황에서 거래량이 급증하고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이를 반드시 신고해야 하는 정량적 기준이 없다면 거래소 입장에서는 대응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거나, 극단적으로는 입출금이 제한될 경우 거래 자체를 함께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digitalasset.works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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