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윤금주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결렬되고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맞서 역봉쇄에 나서자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했습니다. 지난주 '2주 휴전' 합의 직후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중동 지역의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단숨에 1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유가 급등에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주요국 증시 역시 내림세를 보인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도 출렁였습니다. 코스피 지수는 약세를 보였고, 원·달러 환율은 다시 1500원을 위협했습니다. 미·이란 간 '노딜'에 이어 중동 지역에 위기감이 감돌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증폭되는 모습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봉쇄에 역봉쇄까지…꽉 막힌 호르무즈 해협에 '유가 급등'
12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미·이란의 협상 결렬과 미국의 이란 해상 봉쇄 소식에 8% 넘게 급등했습니다. 실제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 기준인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장보다 8% 상승한 배럴당 102.60달러로 출발한 뒤 장중 오름세를 지속하며 높은 수준을 이어갔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도 전장보다 8% 오른 103.99달러로 장을 시작한 뒤 상승세를 유지했습니다.
앞서 브렌트유와 WTI는 미·이란의 종전 협상을 앞두고 지난 10일 전장보다 0.57% 내린 배럴당 95.20달러, 1.33% 하락한 배럴당 96.57달러에 각각 장을 마감한 바 있습니다. 특히 지난주 미·이란의 극적인 '2주 휴전' 합의 직후 WTI가 94.41달러, 브렌트유가 94.75달러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며칠 만에 유가가 다시 100달러 선을 넘어선 것입니다.
국제유가 급등 배경에는 미·이란의 종전 협상이 성과 없이 결렬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모든 유조선 통행을 막겠다는 역봉쇄를 선언한 것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에 따라, 미 중부사령부는 13일 오전 10시(미 동부시각)부터 호르무즈 해협 내 이란 항구 및 연안을 드나드는 선박에 대한 봉쇄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아라비아만과 오만만에 있는 모든 이란 항만이 대상이며 국적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다만 이란이 아닌 다른 국가 항구를 오가는 선박의 항행은 차단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조처의 목적에 대해 "이란이 특정 국가에만 원유를 판매하며 수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부분적 허용이 아닌 전면 차단 방식의 봉쇄"라고 말했습니다.
'협상 결렬'에 커지는 불확실성…요동치는 원홧값
미·이란의 종전 협상 실패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다시 제한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졌습니다. 지난 10일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혼조세로 마감한 데 이어, 이날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 출발하며 장중 약세를 이어갔습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전장보다 0.82% 하락한 5만6458.39를 기록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1.26% 내려간 2만5567.32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전장보다 0.2% 하락한 3978.2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한국 역시 코스피 지수가 협상 결렬 여파로 하락 출발했다가 그나마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을 다소 줄이며 마감했습니다. 실제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2.08% 내린 5737.28에 장을 출발해 0.86% 떨어진 5808.62에 거래를 마감하며 간신히 5800선을 사수했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전 거래일보다 12.9원이나 오른 1495.4원에 개장해 장중 1500원 선 턱밑까지 올랐다가 6.8원 오른 1489.3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환율은 직전 거래일인 지난 10일 주간 거래에서 1482.5원, 야간 거래에서 1483.5원으로 각각 종가가 1480원대에 머물렀지만 다시 상승 곡선을 보이고 있는 흐름입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 부통령이 파키스탄에서 이란과 합의 도출에 실패하고 철수한 뒤 트럼프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발표해 중동 지정학적 불안감이 재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으면서 "협상 낙관론에 제한적인 상승을 보인 코스피가 외국인 자금 이탈에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일부 역송금 물량이 외환시장에 유입돼 환율 상승 부담을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12일(현지시간) 에너지 위기 속 국제유가가 치솟는 가운데, 수단의 수도 하르툼 북쪽 옴두르만 주유소에서 자동차와 터크턱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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