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한국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서킷브레이커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하면서, 가상자산 업계 안팎으로 회의적 시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통제를 촘촘히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주식시장처럼 가격 급변 시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장치를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일괄 적용하는 데 대해서는 실효성을 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1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2025년도 지급결제보고서'를 이달 13일 공개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서킷브레이커와 유사한 장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습니다. 지난 2월 빗썸 오지급 사태를 계기로, 거래소에도 서킷브레이커와 유사한 장치와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가상자산 업계도 내부통제 기준 논의의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각 거래소가 자율적으로 내부 기준을 마련해 운영해 온 만큼, 최소한의 공통 기준은 필요하다는 겁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A씨는 "지금은 통일된 기준이 없어서 각사가 자발적으로 운영하다 문제가 생긴 측면이 있다"며 "중앙에서 기준이 마련된다면 그 기준을 지켰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가상자산 업계 입장에서는)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관계자 B씨도 "내부통제 기준을 천편일률적으로 통일할 수는 없겠지만, 보안 사고나 여러 문제에 대응하고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기준을 어느 정도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른 회사들과 함께 통일성과 연속성을 갖춰야 가상자산 업계가 신뢰를 더 쌓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서킷브레이커 도입에 대해서는 회의적 반응이 우세합니다. 가상자산은 국내 시장에만 머무는 자산이 아니라 24시간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는 만큼, 국내 거래소에만 별도 거래 중단 장치를 두는 방식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B씨는 "국내에서만 가격 개입이나 거래 제한이 이뤄질 경우 국내외 가격 차이가 벌어질 수 있고, 한국 시장이 고립될 우려가 있다"며 "가상자산이 글로벌 자산이라는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현 단계에서 서킷브레이커가 얼마나 적절한 해법인지는 판단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 C씨 역시 "한은도 이용자 보호와 외부 충격 방지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글로벌 자산인데 국내에만 이런 장치(서킷브레이커)를 적용했을 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서킷브레이커 발동으로) 거래가 막힌 상황에서 이용자 피해 보상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어 재원 마련 등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학계에서는 한은의 이번 문제 제기를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확대되는 흐름의 일부로 보고 있습니다. 한 경제학 전문가는 "서킷브레이커의 효과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부작용이 큰 장치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시장 주요 참여자들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은이 그간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이나 스테이블코인 문제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는데, 이번 제안 역시 그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빗썸 라운지 강남점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