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최성남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함께 새로 가동한 핵물질 생산공장을 돌아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북한이 새 핵시설을 공개하며 무기급 핵물질 생산 능력을 2배 이상 늘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새 핵시설의 구체적인 위치나 생산능력 등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이 시설이 지난해 건설한 영변이 새 우라늄 농축시설이라는 추정과 함께 농축도 93% 이상의 고농축 유라늄(HEU)의 생산능력을 확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앞두고 '핵보유국'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도로도 읽힙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 등은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일 새로 조업한 핵물질생산공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5년간 무기급 핵물질 생산 능력이 종전의 2배를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만족감을 표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은 "핵전문가 집단이 핵물질 생산의 결정적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생산공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무기급 핵물질 생산토대를 한층 강화할 수 있는 튼튼한 담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당 중앙위 군수공업부와 핵무기연구소 간부들이 동행한 이날 현장 방문에서 핵무력 강화에 대한 중요 협의회를 갖고 중대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가 핵무력을 기하급수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방대한 계획 실행의 순서 등을 확정한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것은 수사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경이적인 변화이고, 성과이며, 핵능력 고도화를 위한 전환적 이정표를 세운 역사적 사변"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공개한 새 핵시설에 대해 군 당국은 우라늄 농축 시설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장도영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공개한 시설은 우라늄 농축 시설"이라며 "세부 사항은 공개가 제한되지만 한·미 정보당국은 긴밀한 공조하에 북한 핵시설 관련 동향을 지속 추적·감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새 핵물질 생산공장 현지지도에 이어 핵무력 강화와 관련한 중요협의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 농축 시간 단축"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는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기다란 원통형 원심분리기가 줄지어 늘어서 있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원심분리기를 여러 대 연결한 캐스케이드 설비도 볼 수 있었습니다. 북한은 이 같은 우라늄 농축시설을 지난 2024년 9월과 지난해 1월 등 두 차례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2024년 공개된 우라늄 농축 시설에 비해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가 낮고 복도 간격이 좁다"며 "기존 공개 시설에 비해 시설 면적은 작으나 원심분리기 설치 대수는 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신 사무총장은 "원심분리기 설치 밀도를 높여 농축시간을 단축시키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분리기 개수 증가로 처리 용량을 증가시켜 93% 이상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 농축 시간을 단축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신 사무총장은 "수천개의 원심분리기를 하나로 연결하는 중앙배관망 직경이 작아지고 모니터 장치의 배선 변경도 식별된다"며 "이는 중앙배관망 설계를 개선해 우라늄 농축을 더 정밀하게 제어하고 효율을 높이려는 의도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신 사무총장은 "대북제재에도 우라늄 농축시설 신설을 위한 재료와 부품 획득이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번에 공개된 새 핵시설을 통해 93%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 연간 생산능력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영변 새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 개시"
현재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은 평안북도 영변, 남포시 강선, 평안북도 구성 등 3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핵시설 위치를 밝히진 않았지만 이 시설은 지난해 영변 일대에 새로 건설한 우라늄 농축시설로 추정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해 강선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비슷한 시설이 영변에 건설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습니다. 또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발행하는 북한 전문 매체 <분단을 넘어>도 지난 4월 영변 핵단지에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무기급 물질을 생산하는 새로운 우라늄 농축시설 추정 건물이 건설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변 단지 내 신축 농축 건물의 가동 개시일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고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지난해 6월 IAEA가 영변 단지 내 새로운 우라늄 농축 시설로 추정되는 시설이 건설되고 있다고 밝혔으며, 미국 미들베리 연구소 미국 미들베리 연구소 제프리 루이스 교수도 이 시설이 기존 영변 시설에서 약 2·㎞ 떨어진 곳에 있으며 구조는 강선과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이 시설을 공개한 정치적 의도와 관련해서는 시 주석의 방북과 연결지어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많았습니다. 시 주석의 방북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는 것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시 주석이 방북하면 미·중 관계 고려해 북한에 대화 재개나 추가 도발 자제를 권고할 가능성이 있는데, 핵 문제는 중국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못 박아두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양적·질적 성장에 대한 구체적 수치 제시를 통해 비핵화 협상은 불가능하며 '우리는 이란과 다르다'는 점을 확실히 각인하려는 것이라는 게 임 교수의 말입니다. 양 석좌교수도 이란의 HEU 처리문제와 달리 비핵화 문제가 북·미 간 협상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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