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영어강사 꿈' 4년 기다렸는데 '각하'…'헌재 외면' 속 한국 떠난 난민
우간다 출신 인도적체류자 영어강사 취업 제한돼
"인종차별" 헌법소원 청구했지만 4년 만에 각하
불안정한 신분과 경제적 한계…결국 한국 떠나다
2026-06-05 16:41:16 2026-06-05 16:42:29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영어강사'의 꿈을 품고 4년을 기다렸지만 헌법재판소로부터 돌아온 것은 '각하' 결정이었습니다. 헌재가 인도적체류자의 취업을 제한한 법무부 지침에 대해 위헌 여부 판단조차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 겁니다. 그러는 사이 심리적 불안정과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당사자는 끝내 한국을 떠난 걸로 확인됐습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사진=뉴시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4월 우간다 국적의 인도적체류자 A씨가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사건 '법무부 외국인체류 안내 매뉴얼 중 회화지도(E-2)부분 위헌확인'에서 재판관 9명의 전원일치로 각하를 결정했습니다. 
 
A씨는 2011년 한국으로 들어와 난민 신청을 했으나 인정받지 못하고 대신 인도적체류를 허가받았습니다. 인도적체류자란 난민에 해당하진 않지만 본국에서 고문 등 비인도적 처우로 인해 생명이나 신체적 자유를 침해받을 위협에 처해 한국에서 보호받아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 사람입니다.
 
A씨는 겨우 한국에 머물게 됐지만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인도적체류자는 기타 비자(G-1)에 해당하는 임시 체류자격을 1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불안정한 신분입니다. 안정적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단순 노무만 종사하게 됩니다. A씨도 농장과 공장에서 고된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할 정도였습니다. 난민법에서 인도적체류자의 처우는 "법무부 장관은 인도적체류자에 대해 취업활동 허가를 할 수 있다"는 조항만 둔 탓입니다.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인도적체류자들이 한국에 정착하는 데 필요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겁니다. 
 
A씨는 우간다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쓰며 대학교육까지 받았던 경험을 살려 영어강사로 일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국제영어교사자격증(TESOL) 석사 과정을 마쳤고, 전문 취업 비자인 회화지도(E-2) 비자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A씨에 대한 회화지도 비자 발급을 거부했습니다. 법무부가 발행한 외국인 체류 안내 매뉴얼에 따르면, 영어회화 강사의 자격은 미국·영국·캐나다·남아프리카공화국·뉴질랜드·호주·아일랜드 등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7개국의 국적자로 제한됩니다. 국적을 이유로 비자 발급이 가로막히자 A씨는 법무부 지침으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2022년 1월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헌재는 4년이나 흘러 본안 판단도 없이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만으로는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만이 부여될 뿐이고, 회화지도(E-2) 사증발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인도적체류자의 경우에는 외국어회화 강사로 취업할 수 없다는 점이 이미 확정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난민법상 법무부 장관이 인도적체류자 취업활동을 '허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이유로 당국에 재량권이 있다고 본 겁니다. 영어회화 강사 자격의 기준인 '국적'의 위헌성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은 셈입니다. 
 
헌재가 결정을 미루는 사이 신분 불안정과 경제적 한계에 부딪힌 A씨는 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인 2024년 여름 결국 한국을 떠나 유럽으로 이주했습니다. 
 
헌재가 인도적체류자의 권리 구제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합니다. A씨를 대리한 이진혜 이주민센터친구 변호사는 "헌재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국가'라는 법무부 기준이 자의적이고 인종차별적이라는 주장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며 "법무부 출입국 매뉴얼에 대한 위헌성을 다투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인도적체류자가 영어회화 강사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행정소송을 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다른 일을 하면서 영어회화 강사 취업 허가 신청을 할 순 없다.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인도적체류자들이 무직 상태로 소송까지 진행하긴 어렵다"고 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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