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안 보니…폐점은 확정, 고용대책은 '조건부'
2026-06-05 15:54:16 2026-06-05 15:54:35
[뉴스토마토 차철우·이혜지 기자] 홈플러스가 37개 비핵심 점포 폐점을 전제로 한 회생안을 마련했습니다. 회사는 해당 점포를 계속 운영할 경우 약 1270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며 폐점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폐점 점포 직원들에게 약속한 위로금과 전환배치, 희망퇴직 보상은 채권단의 추가 자금 지원을 전제로 하고 있어 고용대책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37개 점포 정리 후 매각 추진
 
회생계획안에는 세 가지 시나리오가 담겼습니다. 5일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수정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37개 비핵심 점포를 폐점한 뒤 67개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방안을 최우선 회생 시나리오로 제시했습니다. 매각 대상에는 △본사 △물류자산 △재고자산 △매출채권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등이 포함됐습니다. 홈플러스는 해당 방안을 통해 오는 9월까지 매각을 완료한다는 계획입니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시나리오. (그래픽= 제미나이)
 
M&A가 무산될 경우에는 할인점 규모를 축소해 식료품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물류 기능을 확대하는 한편 추가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이 경우 2025~2026년 폐점 점포 가운데 19개 자가 점포를 매각해 채권단에 변제한다는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는 67개 핵심 점포를 운영하며 영업 효율화와 임차인 유치 확대 등을 통해 10년에 걸쳐 채무를 분할 상환하는 방안도 담겼습니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에 대해 사실상 청산 수순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청산이었다면 매각을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잔존 사업부문을 매각한다는 것은 계속기업으로 존속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직원 보상은 채권단 동의가 변수
 
문제는 직원 처우입니다. 37개 점포 폐점으로 영향을 받는 직원은 홈플러스 측 기준 약 3000명대입니다. 홈플러스는 폐점 점포 직원 전원에게 자산유동화 지원제도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제도에는 위로금 지급과 고용안정지원제도(전환배치)가 포함됩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전환배치의 경우 과거에는 희망 근무지 1~3순위를 받은 뒤 개별 면담을 거쳐 인근 점포로 배치한 사례가 있으나 이번 적용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제부터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도 받고 있습니다. 희망퇴직자에게는 월 급여 3개월분이 지급됩니다.
 
다만 고용안정지원금과 희망퇴직금 지급은 채권단의 긴급운영자금 지원이 전제돼야 가능합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관련 비용 집행은 회생절차 연장 또는 채권단의 긴급운영자금 지원이 전제된다"고 말했습니다. 채권단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직원 처우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별도 공유된 내용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공익채권 100% 변제 주장에 대해서도 임금과 퇴직금은 포함되지만 고용안정지원금이나 희망퇴직금 포함 여부는 "별도로 언급된 내용이 없다"고 했습니다. 한편 홈플러스는 이날 책임급 이상 직원 대상 희망퇴직 신청을 취소했습니다. 자금 부족과 인력 이탈 방지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판단은 사측이, 책임은 채권단에?"
 
이에 대해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종성 홈플러스 일반노조 위원장은 "채권단이 동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받는다는 논리로 작성된 문서"라며 "판단은 회사가 하고 결정은 채권단에 넘겼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때는 '가족'이라고 했던 회사가 직원을 자르는 판단은 스스로 하면서 그 책임은 채권단에 미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채권단 동의 가능성도 낮게 내다봤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상황을 봤을 때 채권단 동의는 높지 않아 보인다"며 "채권단이 오히려 동의 조건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회사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습니다.
 
노조는 장외투쟁이나 농성보다는 현실적인 대응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 위원장은 "퇴직을 선택하는 사람은 약속된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을 유지하고 싶은 사람은 67개 점포에서라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회사가 약속한 희망퇴직 조건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사직 의사 역시 무효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채권단과 회사 간 자금 지원 협상도 지난달 중순부터 하순까지 이어진 시점에 난항을 겪고 있었습니다. 앞서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이행보증을 조건으로 10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홈플러스는 김광일 대표의 개인보증과 추가 담보 제공 방안을 제시했지만,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서울시내 홈플러스. (사진=뉴시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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