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김주하 기자] 코스피가 밸류업 훈풍을 타는 동안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소외됐습니다. 최근 잇달아 적발된 기업들의 회계 부정 사례는 코스닥이 기업의 성장 사다리가 아닌 대주주의 사익 추구를 위한 자금 조달 창구로 변질된 게 아닌지 의심케 합니다. 이러한 중소형주 시장의 거버넌스(지배구조) 불신은 투자자들을 코스피 초대형주로만 몰리게 만드는 기형적인 '수급 불균형'을 낳고 있습니다.
가공매출과 장부조작 만연

9일 금융당국의 최근 10개 기업 감리 지적 사항을 분석한 결과, 적발 기업의 다수가 코스닥 상장사이거나 코스피 중소형주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스닥 상장사 더테크놀로지는 대가의 회수 가능성이나 상업적 실질이 없음에도 상품을 정상적으로 판매한 것처럼 외관을 꾸며 재무제표상 매출과 매출원가를 허위 계상했습니다. 코스피 상장사 한창은 철강제품 유통 과정에서 재화를 통제하지 않는 대리인 신분임에도 매출을 총액으로 인식해 실적을 부풀렸습니다. 모델솔루션(코스닥) 역시 순액으로 수익을 인식해야 하는 유상사급(하청에 원자재를 유상 판매) 거래를 총액으로 인식해 매출을 과대 계상했습니다.
비상장사 이킴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가공매출을 인식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가공채권을 가공채무와 상계하는 수법으로 거래 자체를 은폐했습니다. 동성화인텍(코스닥)은 도급 공사의 공사진행률을 조작하고 계약 변경 사항을 적시에 반영하지 않아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을 과대 계상했습니다. 아스트(코스닥)는 이미 판매되어 매출원가로 비용 처리해야 할 재고자산을 여전히 보유한 것처럼 회계 처리를 해 이익을 부풀렸습니다. 볼빅(코넥스)은 재고자산 입출고 수량을 조작해 단위당 제조원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기말 재고자산을 과대 계상했습니다.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된 웰바이오텍(전 코스피)은 자기전환사채를 공정가치보다 낮은 헐값에 특수관계자 등에 매각하고도 관련 손실을 인식하지 않았으며, 주석 기재도 누락했습니다. 나아가 제3자가 수행한 육가공 사업 영업활동을 회사가 직접 영위한 것처럼 꾸며 매출을 허위 계상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상장폐지 된 국보(전 코스피)는 종속회사에 담보로 제공한 회사 지급어음을 대여금 등으로 계상하고, 회수 가능성에 대한 적절한 검토 없이 대손충당금을 설정했습니다. 아스트(코스닥)는 종속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전환상환우선주(RCPS) 투자자들에게 조기상환 청구권(풋옵션)을 부여하고도 이를 파생상품 부채로 계상하지 않아 잠재적 빚을 숨겼습니다. 이화전기공업(비상장)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면서 타사 사모사채 등 금융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도 이를 재무제표 주석에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도덕적 해이가 부른 엑소더스
분식회계는 과거 코스피 대형주에서도 적발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형성했는데, 여전히 시장 하단의 한계기업에서 반복되는 모습입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회계 부정을 근절할 제도 및 법적 견제가 시스템상 정착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시장의 감시가 소홀한 중소형주에 적발 사례가 몰리다 보니,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개인투자자로서는 코스피 대형주에 쏠릴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스닥 기업 2000여개 중 매년 60개 정도가 부도 처리된다"며 "사업을 통해 주가를 올리기보다는 적자 기업을 상장해 머니테크나 돈 빼먹기 용도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변호사(회계사)는 "코스닥 회사들이 코스피 상위 기업들에 비해 거버넌스 측면에서 후진적인 것이 사실이며, 상장회사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이사회 구성이 부실한 곳이 넘쳐난다"고 꼬집었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삼성전자 등 대형 종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너무 심각해 극단적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코스피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데, 코스닥 중소형 종목 투자자들은 빛을 보지 못하고 때론 대주주 횡령·배임과 고의 상폐 등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극과 극의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에 부실기업들이 시장에 기생하지 못하도록 신규 상장 요건을 더욱 엄격히 하고, 상장폐지 규정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적용해 시장을 자생적으로 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퇴출이 필요한 위험성이 큰 회사들이 코스닥 시장에 너무 많이 남아 있다 보니 일반 투자자들은 물론, 국민연금조차 직접투자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코스닥 활성화를 논하기 전에 먼저 시장 정리가 필요하며, 퇴출할 곳은 빨리 퇴출해야 새롭고 유망한 기업들이 들어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닥 소외 현상을 해결하려면 거버넌스 신뢰 회복을 위한 '근본적 제도 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은 거버넌스 문제에서 비롯된다"며 "자본시장 문법으로 볼 때 MoM(소수주주 다수결, Majority of the minority Voting)이나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제도) 외 중복상장 금지가 가장 강력한 소유지배구조 개혁 방안"이라고 짚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대주주의 사익 편취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MoM 제도의 법제화를 촉구했습니다. 계열사 간 합병 등 지배주주와 이해상충 위험이 있는 거래 시,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일반 소수주주만의 과반 결의를 거치도록 법제화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제해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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