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생 시대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출산율과 육아 지원금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정작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모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조금 다르다. 출산 뒤 가장 큰 변화는 가정의 경제 구조이고, 그 중심에는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15~54세 기혼 여성 740만3000명 가운데 경력 단절 여성은 110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비율로는 14.9%다. 특히 6세 이하 자녀를 둔 기혼 여성의 경력 단절 비율은 31.6%에 달한다. 아이가 어릴수록 엄마의 일은 더 쉽게 멈춘다는 의미다.
문제는 단순히 일을 그만두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경력 단절 이후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길고 험난하다. 여성가족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력 단절을 경험한 여성의 평균 재취업 소요 기간은 8.9년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이 되어야 겨우 다시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그마저도 이전과 같은 자리로 돌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임금은 낮아지고, 고용은 불안정해지며, 승진과 성장의 기회도 줄어든다. 복귀는 했지만 경력은 이어지지 않는 셈이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이 지난 6월 발표한 GJF고용이슈리포트를 보면 지난해 기준 경력 유지 여성의 시간당 임금은 1만9058원인 반면, 경력 단절 여성은 1만6067원에 그쳐 경력 단절 여성의 임금이 경력 유지 여성보다 15.7% 낮았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엄마들에게 많은 위로를 건넸다. '힘들었겠다', '아이를 위해 어쩔 수 없었지', '엄마라서 가능한 희생이다'라는 말들이다. 물론 공감은 필요하다. 그러나 공감만으로는 경력을 되돌릴 수 없다.
오히려 지나친 공감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도 한다. 경력 단절을 개인의 선택이나 희생의 문제로 바라보는 순간, 왜 돌봄이 특정 시기에 여성에게 집중되는지, 왜 육아 이후 더 나쁜 일자리로 밀려나는지, 왜 기업은 경력 공백을 불이익으로 평가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사라진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엄마의 의지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다. 돌봄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한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일은 미래세대를 키우는 사회적 투자다. 그럼에도 현실은 여전히 출산과 육아의 부담을 개별 가정, 그리고 엄마에게 집중시키고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공감의 확대가 아니라 기회의 확대다. 출산 이후에도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일자리, 경력 공백을 실패로 평가하지 않는 채용 시스템, 육아기에도 지속 가능한 유연근무 환경, 그리고 지역사회 안에서 돌봄을 분담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엄마가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경력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챗GPT)
특히 지방과 농촌은 더욱 절박하다. 아이를 맡길 곳이 부족해 일을 포기하는 엄마들이 많고, 어렵게 재취업을 하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제한적이다. 저출생을 걱정하면서도 정작 엄마들이 다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면 출산 장려 정책 역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진짜 성평등은 엄마의 희생을 칭찬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엄마가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경력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엄마를 위로하는 사회는 많다. 그러나 엄마가 다시 일할 수 있게 만드는 사회는 아직 부족하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출산율 그래프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길, 그리고 잠시 멈추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사다리다. 엄마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수고했다'는 위로가 아니다.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회의 약속이다.
이정원 쉼표힐링팜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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