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앤트로픽의 최신 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인 '미토스5'와 '페이블5'에 대한 외국인 접근을 제한한 지 열흘째에 접어든 가운데, 앤트로픽의 전략적 투자자인
SK텔레콤(017670)이 예상치 못한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백악관이 제재 검토 배경으로 '중국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한국 통신사'를 언급했다는 외신 보도 이후 시장의 의심이 SK텔레콤으로 향하면서, 기업가치 하락은 물론 글로벌 AI 파트너십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앤트로픽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 기업 중 하나로 꼽힙니다. 3년 전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앤트로픽의 보안 프로젝트인 글래스윙 참여 사실과 함께 클로드 미토스 조기 접근 권한 확보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외신 보도 이후 시장의 시선이 SK텔레콤으로 향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투자 규모 역시 시장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SK텔레콤은 지난 2월 연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계약상 비밀유지 조항으로 정확한 지분율과 가치를 공개하기 어렵다"며 "지분 유동화나 배당 재원 활용과 관련해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8월 투자한 1321억원의 장부가액은 지난해 말 기준 1조3762억원으로 평가됐으며, 최근 시리즈H 투자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 등이 함께 참여한 해당 투자 라운드 규모는 650억달러(약 99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추가 투자분까지 고려할 경우 SK텔레콤이 보유한 앤트로픽 지분 가치가 수조원 규모로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시장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올해 초 5만원대에 머물던 SK텔레콤 주가는 2월 7만원대로 올라섰고, 이달 초에는 장중 14만3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AI 사업 확대 기대감과 앤트로픽 투자 가치 상승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분위기는 미토스 수출 통제를 기점으로 급변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백악관이 앤트로픽이 제출한 접근 권한 부여 명단 가운데 중국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한국의 통신 회사(South Korean telecommunications company)'를 발견한 뒤 제재 검토에 착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후 시장에서는 해당 통신사가 어디인지 관심이 집중됐고, 앤트로픽 투자사이자 보안 프로젝트 참여사로 알려진 SK텔레콤이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3개로 재편된 국내 통신 시장에서 경쟁사들은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동통신 장비 가운데 중국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LG유플러스(032640)는 "미토스 접근 권한을 신청한 이력 자체가 없다"고 밝혔고,
KT(030200)는 "내부 확인 결과 앤트로픽과 관련한 특이 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도 강하게 반박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당초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도, 확인되지도 않는다"는 입장을 냈지만 이후 "일각에서 최신 AI 모델 접근 제한 조치와 관련해 중국과 연계된 한국 통신사가 언급되고 있으나 SK텔레콤은 해당 통신사가 아니다"라며 정면 부인에 나섰습니다. 이어 "외신 기사에 언급된 익명 관계자 발언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당사가 중국과 연계돼 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았습니다. SK텔레콤 주가는 최근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고, 30조원을 웃돌던 시가총액도 20조원 안팎까지 낮아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이슈가 당장 실적에 영향을 주는 사안이라기보다 AI 사업에 대한 프리미엄과 성장 기대가 급격히 위축된 결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국내 주가뿐 아니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SK텔레콤 주식예탁증서(ADR)도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ADR은 이달 초 47.17달러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33.76달러 수준으로 내려앉았습니다.
특히 SK텔레콤이 미국 AI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힙니다. 회사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울산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엔비디아와는 DSX 플랫폼 기반 AI 팩토리 구축 협력에 나섰습니다.
업계에서는 사실관계와 별개로 중국 연계 의심 통신사라는 이미지가 형성될 경우 향후 미국 AI 기업들과의 협력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난해 대규모 해킹 사고 이후 보안 신뢰도에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또다시 보안·안보 이슈가 불거졌다는 점도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특정 기업에 대한 제재 여부를 떠나,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AI 모델 접근 자체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SK텔레콤 입장에서도 사실관계와 관계없이 의혹이 거론된 것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이 해외 AI 모델과 플랫폼에 크게 의존할 경우 지정학적 변수나 정책 변화에 따라 언제든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AI 주권과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을 다시 보여준 사례"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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