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망 완주는 시작일 뿐…제네시스, 모터스포츠 새역사 만들고 있다”
안드레 로테러 레이싱팀 드라이버 인터뷰
“루머 듣고 대표에 먼저 연락 신생팀 합류"
“경쟁팀 드라이버 감탄…놀라운 성과 보여”
2026-06-26 10:10:00 2026-06-26 11:21:44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완주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에 제네시스가 어떤 브랜드인지 보여줬다는 점에서 우리는 지금 모터스포츠의 새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드라이버 '안드레 로테러'가 지난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현대차)
 
아우디나 포르쉐 등 굴지의 레이싱팀 소속으로 WEC 챔피언십 타이틀 등을 보유한 베테랑 드라이버 안드레 로테러(44)가 신생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팀으로 합류한다고 했을 때, 모터스포츠계 안팎에선 무모한 도전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달 열린 모터스포츠의 꽃, 르망 24시(Le Mans 24 Hours)에 제네시스 레이싱팀으로 출전한 그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이같이 담담하되, 자신있는 어조로 답했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포르쉐에서 활동하던 중 현대차그룹이 내구 레이스 진출을 검토한다는 루머를 듣고 시릴 아비테불 대표에게 내가 먼저 연락했다”며 “새로운 브랜드에서 처음부터 팀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특별한 기회였다”고 했습니다. 이어 “포르쉐나 아우디는 이미 레거시가 있는 팀에 합류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팀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그런 기회는 오늘날 모터스포츠 세계에서 쉽게 오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르망 24시간 레이스는 매년 6월 프랑스 르망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자동차 내구 레이스입니다. 1923년 시작된 이 대회는 단순한 속도 경쟁이 아닌 차량의 내구성과 팀 전략, 드라이버의 체력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는 레이스로, 포르쉐·페라리·토요타 등 세계 유수의 완성차 브랜드들이 기술력을 겨루는 무대입니다. 제네시스는 올해 브랜드 사상 처음으로 이 대회에 출전해 하이퍼카 클래스에서 두 대의 GMR-001을 투입했습니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는 현대차가 WRC(세계랠리챔피언십) 등에 이미 참가하고 있지만, 제네시스 브랜드가 세계 최고 권위의 내구 레이스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유수의 팀에서 커리어를 쌓은 그에게 제네시스 합류는 분명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망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르망 24시간’에서 제네시스의 GMR-001 하이퍼카 19번 차량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사진=현대차)
 
그가 몰았던 GMR-001에 대한 첫인상을 물었습니다. “작년 8월 처음 차를 탔는데, 첫 랩부터 즉각적인 피드백이 왔습니다. 같은 카테고리임에도 이전에 탔던 포르쉐 레이싱카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고, 훨씬 더 좋았습니다.” 차량의 강점으로는 에어로다이나믹 패키지를 꼽았습니다. 그는 “트랙에서 마이크로섹터로 분석해보면 하이스피드 코너에서 전체 참가차 중 가장 빠른 차였다”며 “차의 밸런스가 좋아 한계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고 했습니다. 다만 “제동과 가속, 소프트웨어 제어 측면은 아직 개선할 여지가 있고, 이 부분을 보완하면 레이스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팀 발표부터 첫 레이스 출전까지 500일도 채 걸리지 않은 신생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르망에서의 성과는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차량 모두 퀄리파잉 TOP10에 진입해 19번 차가 6위, 17번 차가 9위로 출발선에 섰습니다. 그는 “신생팀으로서 이 같은 퀄리파잉 성적은 굉장히 놀라운 결과”라며 “레이스 도중 경쟁팀 드라이버가 무선으로 ‘어떻게 우리보다 빠르냐’고 감탄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중에 그 드라이버가 우리를 앞질렀지만, 특히 첫 번째 르망 레이스에서 받은 칭찬이라 더욱 의미있었다”고 했습니다.
 
타이어 운용 전략도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안드레 로테러는 타이어 한 세트로 4개 스틴트(레이스 중 트랙에서 보내는 시간)를 소화하는 쿼드러플 스틴트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사했습니다. “레이스 시작 전부터 가능한 한 오래 달리는 전략을 계획했고, 타이어 공급사 미쉐린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스틴트를 늘려갔어요. 평균 시속 270~280km로 달리면서 이 같은 전략이 가능했다는 것 자체가 타이어와 차량 성능을 증명하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17번 차량은 서스펜션 문제로 완주에 실패했고, 19번 차량도 소프트웨어 글리치로 트랙에서 일시 정차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서스펜션 문제는 샤시 공급업체 오레카와 원인을 조사하는 중입니다. 드라이버나 팀의 잘못이 아니고, 엔진과 파워트레인 측면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거든요. 17번 차가 멈췄을 때 팀 전체의 에너지를 19번 차로 집중했고, 19번이 완주했을 때 우리 모두가 하나의 팀으로 축하했습니다.(웃음)”
 
내구 레이스 참가는 제네시스 양산차 개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모터스포츠 환경에서 검증된 엔진 효율성 등의 기술이 미래 양산 엔진 개발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제네시스만의 아이코닉한 두 줄 라이트를 레이싱카에 구현하기 위해 기존 시장에서 구할 수 없는 수준의 전용 라이트를 새롭게 개발했습니다. 이는 양산차로도 이어질 수 있는 좋은 크로스오버입니다.”
 
“제네시스가 표방하는 ‘애슬레틱 엘레강스’, 즉 역동적인 우아함을 레이싱카로 구현해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 자체가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기회”라고 한 로테러는 르망 현장에서 공개된 마그마 GT3 콘셉트카에 대해선 “GT3 프로그램이 본격화되면 팀의 외연도 더욱 넓어질 것”이라며 “단순히 레이스 성적을 넘어 제네시스라는 브랜드가 모터스포츠 전반에서 존재감을 키워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개러지서 레이스카 둘러보는 정의선 회장(사진=연합)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르망 현장 방문도 팀에 큰 힘이 됐습니다. 로테러는 “회장님의 생애 첫 레이스 직관으로 알고 있다”며 “레이스 전 직접 인사를 건네며 ‘안전하게, 즐겨라’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양궁 등 다양한 스포츠를 지원하며 선수들과 함께해왔다는 말씀도 해주셨는데, 그 진심 어린 응원이 팀 전체에 큰 힘이 됐다”고 했습니다.
 
이번 시즌 성과에 대해 로테러는 70~80점이라고 자평했습니다. 그는 “내구 레이스는 낮과 밤, 날씨까지 모든 환경에서 24시간을 버텨야 하는 레이스인 만큼 커버해야 할 요소가 다른 챔피언십보다 훨씬 많다”며 “팀원들이 최대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이 같은 결과를 만들었으니, 일부 팀원은 10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향후 포부에 대해서는 단기와 장기 목표를 함께 제시했습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제네시스가 어떤 팀인지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우승을 다투는 팀으로 성장하는 것”이라며 “르망 레이스 포맷도 변화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전에는 세이프티카가 세 대였지만 이제는 한 대로 줄어 레이스 막판 스프린트 싸움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가장 빠른 차가 이기는 구조로 바뀌고 있고, 우승차와 2위차의 격차가 불과 10초인 것처럼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맞아야 이길 수 있는 거죠.”
 
현재 44세인 로테러는 개인적 목표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그는 “언젠가 드라이버로서 유통기한이 오겠지만 그 이후에도 어떤 형태로든 팀에 기여하고 싶다"며 "지금 우리가 흘린 땀의 열매를 팀이 거두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팬들을 향한 메시지도 잊지 않았습니다. “르망 드라이버 퍼레이드에서 태극기를 든 팬들을 봤을 때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한국 팬들이 직접 레이스장을 찾아 우리 여정의 일부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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