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농협은행, 부분 블라인드 채용 전환…지원서에 학교·학점 기재
2026-08-20 15:30:45 2026-08-20 17:28:48
[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NH농협은행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입 행원 지원서에 학교와 학점을 적도록 하면서 완전 블라인드 채용을 폐지했습니다. 주요 시중은행도 학력 정보를 수집한 뒤 면접 단계에서만 가리고 있는데요. 은행권이 2017년 대규모 채용 비리 사태 이후 블라인드 채용을 앞세워 공정성을 강화했지만, 서류·면접 과정에서 지원자를 사실상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활용될 여지가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농협은행 "평가기준 표준화 목적"
 
2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농협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6급 신규 직원 공개채용부터 입사지원서에 출신학교와 학점 등을 기재하도록 지원서 항목을 변경했습니다. 이전까지 농협은행은 지원 단계에서 출신 학교와 학점 등 지원자의 배경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받지 않는 '완전 블라인드' 방식을 적용해 왔습니다. 학력이나 출신 학교가 채용 평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관련 정보를 지원서에 기재하도록 하면서 농협은행의 채용은 '부분 블라인드' 방식으로 전환됐습니다. 지원 단계에서는 학력 등 일부 정보를 수집하되, 면접위원에게는 직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은행권의 블라인드 채용은 지난 2017년 채용 비리 사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도입됐습니다. 특정 지원자에게 특혜를 제공하거나 출신 학교 등을 기준으로 지원자를 차별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지원자의 배경 대신 직무 능력을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하자는 취지에서입니다.
 
은행연합회는 2018년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마련했습니다. 지원자의 모든 정보를 가리는 방식은 아닙니다. 평가와 무관한 개인정보만 수집하지 못하도록 한 제한적 블라인드 채용 방안을 담았을 뿐입니다. 
 
농협은행은 은행연 모범규준보다 한발 더 나아가 서류전형 단계에서부터 학력 등을 적지 않도록 한 완전 블라인드 채용을 고수해 왔으나, 지원자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평가 기준을 표준화하기 위해 부분 블라인드 채용으로 전환했다는 입장입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원자의 학업성취도, 성실도 등을 통합적으로 파악하는 데 참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통계, 산업공학 등 전공의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 우대 가점 부여에 따른 해당 학교의 해당 전공 운영 여부 확인 등 평가기준을 표준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도 공개채용 지원 단계에서 학교와 학점 등을 기재토록 하는 부분 블라인드를 쓰고 있습니다. 지원 단계부터 학력 정보를 받지 않는 완전 블라인드 방식을 유지하는 곳은 기업은행(024110)과 산업은행 정도입니다.
 
은행권에서는 직무가 세분화되고 전문성이 중요해지면서 전공이나 학업성취도 등을 채용 과정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일반 행원뿐 아니라 IT·디지털·데이터 등 전문 직무 채용이 늘어난 만큼 지원자의 전공과 관련 경험 등을 직무 적합성 판단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면접위원에게는 출신 학교 등 개인정보가 철저하게 가려진 상태로 제공된다"며 "지원서에 학교나 학점을 기재하더라도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직무 경험과 역량 등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차별' 금지, '수집'은 가능…블라인드 빈틈
 
은행권에서 이처럼 부분 블라인드 채용이 가능한 것은 별도의 강제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이 따르는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 역시 출신 학교에 따른 차별은 금지하면서도 해당 정보의 수집 자체를 명확하게 제한하지 않고 있습니다. 모범규준은 성별과 연령, 출신 학교, 출신지, 신체 조건(장애 여부 포함) 등 직무수행 능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요소를 이유로 지원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서류전형에서 수집하거나 요구하지 않도록 명시한 정보는 출신 지역과 가족관계, 용모·키·체중 등 신체적 조건 등입니다. 출신 학교는 '차별 금지' 대상이지만 '수집 금지' 대상으로는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학교와 학점 등을 지원서에서 받은 뒤 면접위원에게는 이를 공개하지 않는 부분 블라인드 방식이 가능합니다. 경우에 따라 지원자를 특정할 수준의 정보수집까지도 가능한 셈입니다. 
 
학교와 학점 등 학력 정보를 지원 단계부터 수집할 경우 해당 정보가 채용 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면접 단계에서 학력 정보를 가리더라도 회사가 채용 초기부터 관련 정보를 보유하는 만큼, 지원자의 배경을 배제한다는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 같은 방식은 채용 공정성에 대한 지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요구되는 정보가 실제 평가 과정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지원자 입장에서는 출신 학교나 학점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선희 교육의봄 연구조사 팀장은 "블라인드 채용에 강제성이 없다 보니 시중은행들이 이를 부분적으로 적용하고 있는데, 부분 블라인드 자체도 긍정적인 측면은 있다"면서도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를 더 살리려면 서류전형 단계에서도 출신 학교 등 직무와 무관한 정보가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채용 초기부터 학력 정보를 수집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 개입할 여지를 만들 수 있다"며 "출신 학교나 학점 등이 실제 업무 성과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직무 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채용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DDP에서 열린 2026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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