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삼성전기, MLCC 호황에 비정규직 급증…생산성·비용 부담 우려
정규직 줄고 기간제는 반년 새 109% 급증
잦은 비정규직 이탈에 생산 효율 저하 우려
고용보험료 인상 예고…고용구조 개선 과제
2026-08-31 06:10:00 2026-08-31 06:1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27일 17:2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장민지 기자] 삼성전기(009150)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수요 급증에 맞춰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필요 인력을 비정규직 채용으로 충당하며 고용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간제 근로자는 반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했고, MLCC를 생산하는 컴포넌트 부문에서는 6배 이상 불어났다. 증산을 위한 인력 확보에는 속도가 붙었지만 숙련도가 필요한 생산 현장에서 잦은 인력 교체가 이어질 경우 수율과 생산성이 흔들릴 수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 고용이 많은 사업장의 고용보험료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현재 고용 구조가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사진=삼성전기)
 
기간제 근로자 2배 넘게 급증…낮은 숙련도·높은 이탈률에 생산성 '우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 서버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수요 급증에 힘입어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고용의 질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6조 6663억원, 영업이익은 72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7%, 74.3% 증가했다.
 

(그래프=AI 제작·IB토마토)
 
수익성은 빠르게 개선됐지만, 그 이면에서 고용 구조는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간제 근로자(비정규직)는 1246명으로 지난해 말(596명) 대비 109% 급증했다. 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정규직)는 같은 기간 1만 1514명으로 전년 말보다 소폭 감소했다.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4.9%에서 반년 만에 9.8%로 뛰었다.
 
비정규직 노동자 확충은 특정 사업부문에 쏠려 있다. MLCC를 생산하는 컴포넌트 부문의 기간제 근로자는 지난해 말 80명에서 올해 상반기 523명으로 6.5배 급증했고, 반도체 패키지기판을 만드는 패키지솔루션 부문도 446명에서 627명으로 40.6% 늘었다. 실적을 견인하는 두 부문에서 비정규직 채용이 집중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대규모 인력 확충의 배경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급 불균형이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MLCC 공급을 요구하는 고객사가 몰리면서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자 신공장 가동과 함께 국내 부산 공장에도 MLCC 생산라인을 증설해 생산량을 매년 최대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생산량 확보를 위한 생산 부문의 인력 충원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 수요 대응을 정규 채용이 아닌 비정규직 채용으로 메꾼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이 방식이 생산 효율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수율·품질·생산성을 담당하는 공정기술 부문은 공정 과정이 까다롭고 업무 강도가 높아 상당한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공정에 숙련도가 낮은 비정규직 인력의 비중이 급격히 늘면 양산라인의 생산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기 생산 현장에서는 이런 고용 구조에서 비롯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정규직 유입은 늘었지만 높은 업무 강도를 버티지 못하고 이탈하는 경우가 잦다 보니 정규직 노동자가 신규 인력 교육을 반복적으로 떠안거나 설비 가동에 필요한 인원이 줄어 업무 피로도가 가중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제품 품질이나 수율 관리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익명을 요청한 현장 노동자 A씨는 <IB토마토>에 "업무 강도를 버티지 못하거나 현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많아 정규직 근로자의 피로도가 가중되고 이로 인해 교육의 질과 업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비정규직 근로자의 계약 기간은 최대 2년이 대부분인데 초기에는 연장이 가능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연장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신규 근로자가 계속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복수의 노동 분야 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숙련도가 떨어져 생산성 측면에서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며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비정규직 고용에 따른 생산성 저하로 인한 경제적 손실보다 비정규직 고용으로 줄어드는 인건비와 복지 등 비용 절감 효과가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분석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늘린 배경은 글로벌 수요 대응을 위한 인력 확충 때문"이라며 "신규 입사자가 직무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고 자동화와 직무 분담 시스템을 통해 작업 강도를 균일하게 유지하고 있어 근무 환경으로 인해 정규직 근로자의 피로가 가중되거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고용보험료율 인상 추진…비용 확대 가능성도
 
삼성전기가 이러한 고용 구조를 유지한다면 향후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비정규직 고용 확대에 제동을 걸기 위해 정부가 고용보험료율 차등화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지난 7월 고용노동부는 해고가 잦고 비정규직 고용이 많은 사업장에 고용보험료율을 더 높게 매기는 '고용보험 경험요율제'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실업급여가 고용보험의 핵심 지출 항목인 만큼 실업자가 자주 발생하는 사업장에 더 높은 보험료율을 물려 고용 안정을 유도하고 만성 적자인 고용보험 재정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제도 도입 배경에는 심화되는 비정규직 문제가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38.2%로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근속 기간은 9년에 가까운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3년이 채 안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고용 불안정을 보험료율 인상으로 억제하겠다는 게 정부안의 골자다. 핵심 내용은 설립 3년이 지난 사업장 중 최근 3년간 이직한 단기 근로자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실업급여 보험료율을 전년 대비 최대 40% 인상하는 것이다. 현재 실업급여 계정 보험료율은 임금의 1.8%(노사 각 0.9%)인데 제도가 도입되면 해고가 잦은 사업주는 보험료율이 최대 40% 올라 1.26%를 적용받게 된다.
 
아직 구체적 내용이나 시행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삼성전기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규모로 확충하는 시점에 해고가 잦은 사업장으로 분류될 경우 향후 제도 시행에 따라 수익성에 부담이 가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험료 관련 비용은 제조원가나 판매비와관리비 등 영업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비율이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고용 구조 개선이 과제로 떠오르는 이유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이사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향후 고용보험 경험요율제가 시행된다면 비정규직 규모에 따라 기업의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경험요율에 따른 보험료를 많이 부담하는 기업일수록 '고용안정에 기여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