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①불확실성 많은 사업, 확정계약으로 가능한가
핵잠 건조 조선소, 손해를 감수하며 건조에 참여할까?
2026-10-13 16:00:00 ㅣ 2026-10-13 16:00:00
경남 거제 한화오션 특수선 안벽에 계류중인 장보고-Ⅲ 배치-Ⅱ 2번함 ‘서희함’.(사진=한화오션)
 
핵추진잠수함을 확보하려면 조선소가 건조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이 계산하기 어려운 손실까지 떠안을 수는 없다. 조선소에는 근로자의 일자리와 협력업체의 생존, 주주에 대한 책임이 있다. 국가전략사업에 참여할 의지가 있더라도 비용과 책임의 경계를 알 수 없다면 계약서에 서명하기 어렵다. 핵잠 건조의 첫 번째 관문은 기술력과 함께 합리적인 계약제도를 마련하는 일이다.
 
핵잠은 기존 잠수함에 원자로를 넣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함정과 원자로의 연결, 추진체계의 성능 확인, 새로운 안전기준 적용, 시험과 검증이 맞물려 진행된다. 설계 과정에서 중량과 배치가 달라지고, 안전심사 결과에 따라 장비나 시험방법이 바뀔 수도 있다. 연료 공급조건과 정부 승인 일정도 공정에 영향을 준다. 처음 계약할 때 모든 작업량과 비용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운 이유다.
 
확정계약은 계약금액을 미리 정한다는 점에서 예산 관리에 장점이 있다. 설계와 제작방법이 충분히 검증되고 요구조건이 안정된 사업이라면 적합할 수 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큰 초도 핵잠에 같은 방식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조선소는 예상치 못한 비용을 견적에 크게 반영하거나, 추가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변경 작업을 두고 정부와 다투게 될 수 있다. 처음 정한 가격이 싸 보이더라도 최종 사업비와 일정까지 유리하다는 보장은 없다.
 
현행 방위사업법에도 확정계약과 개산계약 등 여러 계약방식이 마련돼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새로운 명칭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핵잠의 불확실성을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인정하고, 실제 비용을 어떤 기준으로 정산할 것인지 구체화하는 일이다. 개산계약은 우선 추정한 금액으로 계약하고 정해진 기준에 따라 최종 금액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를 비용을 제한 없이 보전하는 계약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특별법과 시행령은 기술적 난이도와 원가 산정의 곤란성을 고려해 계약방식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연구개발에는 개산계약, 양산에는 확정계약이라는 구분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초도함을 건조하는 동안에도 새로운 안전검증이나 설계 변경이 남아 있을 수 있다. 후속함 역시 정부 요구가 달라지면 별도의 정산이 필요하다. 사업단계의 이름보다 해당 작업의 불확실성과 비용 확인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계약방식과 업체 선정방식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경쟁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더라도 불확실한 비용을 정산하는 계약구조는 검토할 수 있다. 경쟁이 있다는 이유로 모든 위험을 확정금액 안에 밀어 넣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개산계약이라는 이유로 원가 검증을 느슨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계약 전에 인정원가의 범위, 간접비 배부기준, 증빙자료, 이윤 산정방식과 검증절차를 제시해야 한다. 기업도 자료 제출과 감사에 응할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정부가 요구하거나 승인한 변경은 비용 처리와 연결돼야 한다. 안전기준 강화로 배관을 다시 제작하거나 시험 범위를 확대했다면, 필요한 재설계·재작업·재시험 비용을 확인해 계약금액에 반영해야 한다. 변경을 지시하면서 비용은 기존 금액에 포함됐다고 일괄 처리하면 조선소는 사업을 계속할수록 손실이 늘어날 수 있다. 추가 작업에 앞서 정부의 서면 지시와 정산방식을 남겨야 분쟁도 줄일 수 있다.
 
정산 시점도 중요하다. 수년에 걸친 비용을 함정 인도 때까지 모두 미루면 기업이 정부 사업의 자금을 장기간 대신 조달하게 된다. 단계별 또는 연차별 중간정산으로 확인된 비용을 지급하고, 이견이 있는 항목만 별도로 심사해야 한다. 일부 비용의 다툼 때문에 전체 대금이 묶이면 협력업체와 전문인력 유지까지 흔들린다. 정산제도는 원가의 적정성뿐 아니라 사업이 지속될 수 있는 현금흐름도 고려해야 한다.
 
원가 인정 여부는 자료가 갖춰진 뒤 30일, 최종정산은 90일 안에 처리하는 원칙도 검토할 만하다. 이는 새로 제안하는 기간이며 관계기관 협의와 업무량 검토를 거쳐 정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특정 숫자보다 처리기한과 연장 사유를 서면으로 알리는 책임이다. 지원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채 업체에 작업부터 요구하는 관행으로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어렵다.
 
물론 조선소의 비효율과 원가 부풀리기까지 국가가 책임질 수는 없다. 업체의 잘못으로 발생한 재작업, 중복 청구와 불필요한 비용은 걸러내야 한다. 정부 요구에 따른 비용과 기업의 관리 실패를 구분하는 검증체계가 있어야 개산계약도 국민의 신뢰를 얻는다. 확인된 비용을 보전하고 성과와 이윤을 합리적으로 연계하면 기업이 비용을 줄이고 일정을 지킬 동기도 유지할 수 있다.
 
핵잠 계약은 국가와 조선소가 장기간 함께 이행할 약속이다. 국가가 통제하는 불확실성은 국가가 분담하고 기업이 통제하는 품질과 공정은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 확정할 수 없는 비용까지 확정계약에 담는다고 위험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국회와 정부는 특별법을 심사하면서 계약·원가·정산의 시행령과 표준 계약조건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조선소가 계산 가능한 책임을 지고 참여할 때 핵잠 건조도 지속될 수 있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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