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가 반복 유출 기업에 대한 제재 강화부터 인공지능(AI) 해킹 대응, 공공기관 관리·감독 강화까지 보호 체계 손질에 나섰습니다. 다만 과징금과 가이드·점검 중심의 대책이 실제 사고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개보위는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안에 투자한 기업에는 과징금 감경을 적용하는 한편, 반복적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기업에는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공공부문 관리·감독도 강화하기로 했는데요. AI 활용 공격과 비전문가의 AI 개발 등으로 보안 위험이 커지는 만큼, 개발·설계 단계부터 개인정보 보호를 고려하도록 하고 사전 실태 점검과 기관 평가 반영 등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외부에 위탁할 경우 위탁기관과 기관장 책임도 강화할 방침입니다.
송경희 개보위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관건은 이런 조치가 실제 유출 사고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느냐입니다. 보안 투자 확대와 사고 이후 제재 수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공격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업과 기관의 실제 대응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책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반복적인 개인정보 유출에는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과징금만 높이는 것으로 사고를 막기는 어렵다"며 "동일 취약점으로 사고가 반복되는 원인을 규명하고 경영진의 관리 책임과 보안 개선 의무를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이후 처벌에 그치지 않고 공격 대응 능력과 개선명령 이행 여부까지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AI의 등장은 기존 보호 체계의 한계를 키우고 있습니다. 황 교수는 "AI 해킹은 공격 속도와 자동화 수준이 기존과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가이드라인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지만 공격을 탐지하거나 차단하는 실질적인 장치는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AI 공격을 가정한 모의훈련 등을 통해 탐지·차단 능력을 검증하고, 미흡한 기관에는 개선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보안의 초점도 사전 차단에서 침해 가능성을 전제로 한 피해 확산을 막는 방향으로 옮겨 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AI로 공격 문턱이 낮아진 데다 디지털 전환과 클라우드,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활용이 확대되면서 공격자가 노릴 수 있는 지점도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대안으로 제로트러스트와 보안 자동화, 상시 모니터링 체계 강화를 제시했습니다. 제로트러스트는 내부망에 들어온 이용자나 기기를 무조건 신뢰하지 않고, 접근할 때마다 신원과 권한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보안 방식입니다. 공격자가 이미 내부망에 침입했을 가능성까지 전제로 추가 피해를 차단하는 다층 방어 방식입니다.
염 교수는 "제로트러스트 기반의 보안 체계와 보안 자동화,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부분도 과징금 필수 감경 요소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과징금 부과 기준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예산·인력·설비 투자 규모와 지속성, 경영진과 개인정보보호책임자의 역할, 법적 의무를 넘어선 보안기술 적용 여부 등을 감경 요소로 두고 있는데요. 단순 투자 규모보다 실제 예방·대응 체계가 작동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개인정보·보안 업무가 여러 부처에 나뉜 구조도 과제입니다. 염 교수는 "분야별 주무부처와 협력을 강화하고 역할을 나눠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개보위가 내놓은 대책의 효과를 실제 유출 사고 감소 여부로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염 교수는 정책 시행 이후 유출 추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추가 대책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