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최근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당근)에서 불분명한 이유로 계정이 이용정지된 사례가 속출하는 가운데,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당근페이에 충전된 예치금까지 함께 동결되는 피해도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각에선 이용정지와 분쟁조정 과정에서 묶이는 선불충전금과 거래대금이 플랫폼의 대규모 현금성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의 대금 동결과 예치금 사적 운용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금법 위반 소지" 금감원 민원 발생
7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일부 당근 이용자들이 구매자의 일방적인 허위 신고나 사기에 연루됐을 가능성 등으로 갑작스럽게 이용정지 됐고, 당근페이에 충전된 선불충전금까지 접근이 제한된 사례에 대한 고발과 금융감독원 민원이 접수되고 있습니다.
당근을 이용해 중고거래를 진행한 A씨는 "영화 1+1 생일쿠폰을 판매했는데 갑자기 구매자가 가족과 같이 볼 수 없게 됐다며 환불을 요구하기에, 쿠폰번호가 이미 노출됐기 때문에 환불이 어렵고 직접 재판매 하라"고 답변하며 거래를 완료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쿠폰번호는 이미 A씨가 자신의 영화 앱에 등록한 상태라 이미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구매자가 A씨에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거래 종료 당일 7시간 이상 이를 확인하지 않자 사기 거래로 본사에 신고했습니다.
A씨가 뒤늦게 구매자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오해해서 죄송하다'며 전액 환불 의사를 밝혔지만 구매자의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해당 신고로 A씨는 5년간 계정이 영구정지됐고, 당근페이 계좌 역시 함께 정지돼 넣어뒀던 선불충전금도 인출할 수 없게 됐습니다.
당근에서 사기 행위로 계정에 적용되는 제재 기한은 최대 5년입니다. 해당 기간 동안 당근이 제공하는 모든 기능과 서비스 이용 제한은 물론, 당근페이 잔액도 제재 기간 동안 인출이 불가능합니다.
당근 측은 "중고거래 등 사기 특성상 피해 보전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당근페이 역시 이용정지 제재를 병행한다"며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당근 앱 내 고객센터에 문의할 수 있고, 검토 후 제재 사유가 없다고 판단되면 즉시 해제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고객센터에 문의해도 전문 상담원 연결은 매우 어렵고, 인공지능(AI) 상담으로 넘어간다는 증언이 대다수입니다. 이 마저도 한 차례만 문의할 수 있었고 "상대방(구매자)에게도 거래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알림을 발송해 놓았다"는 미온적 조치에 그쳤습니다. 결국 일주일 뒤 나타난 신고자에게 영화 관람표 두장 값과 위로금까지 총 3만8000원을 입금해주고 나서야 신고가 해지돼 계정을 복구했습니다.
A씨는 "당근페이 계좌에 300만원 넘게 들어가 있는데, 한 사람의 신고만으로 추가 확인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좌를 정지시켜도 되는 것이냐"고 지적했습니다. A씨를 비롯해 비슷한 피해를 겪은 당근 이용자들은 금융감독원에 당근페이에 대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소지 등으로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당근마켓 갑질 피해대응' 단톡방도 생겨났습니다. 이날 기준 단톡방에만 40여명의 당근 계정 이용정지 피해자들이 모였습니다.
당근페이는 예치 한도는 잔액과 송금 모두 200만원 이하이며, 당근하나통장 등 전용계좌를 연결하면 송금 1회에 한해 1000만원 미만으로 이용 한도를 상향할 수 있습니다. A씨가 이용한 당근 하나계좌는 당근페이와 하나은행이 함께 제공하는 ‘당근머니 하나통장’으로, 당근머니를 통장에 자동 보관해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계좌입니다. 당근 계정 이용정지와 무관하게 하나은행 앱을 통해 입출금 등 모든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용 가능한 구조임을 안내받고 향후 A씨는 잔액을 정상적으로 찾았다고 확인됐습니다.
당근페이, 선불충전금 운용 논란 확산
당근페이에 충전된 선불충전금은 회계적으론 당근이 향후 상환해야 할 부채로 잡히지만, 실질적으론 당근이 운용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에 가깝게 인식됩니다. 선불충전금은 소비자가 상품의 편리한 구매·이용을 위해 미리 플랫폼 등에 충전한 금액으로, 별도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 쓰이지 않더라도 현금 보유가 많은 것처럼 비춰질 수 있고 일부는 일정 기간 선수금으로 잡고 있다가 잡수익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은 선불충전금 운용을 늘리려는 추세입니다.
일각에선 계정 이용정지에 따른 당근페이 대금 동결도 플랫폼이 대규모 자금을 손에 쥘 수 있는 구조로 악용되는 것이 아니냔 의심을 보내고 있습니다. 또한 당근은 구매자와 판매자 간 거래에 대해 분쟁조정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절차를 들어가면 약 4주 이상 대금이 정산되지 않고 플랫폼에 묶여 보류됩니다.
금감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당근페이와 같은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는 전자금융거래법을 적용받습니다. 이에 따라 선불업자는 선불충전금을 전부를 외부기관에 신탁하고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해 관리하고, 간편송금 수요 대응을 위해 전월 말 기준 전체 선불충전금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지급준비금은 안전자산 형태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당근페이는 개정 전금법에 편입돼 선불충전금을 신탁과 예치 2가지 방식을 혼용해 별도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개정 전금법에 따르면 선불충전금 100%를 신탁, 예치, 지급보증보험가입 세 가지 방식 중의 하나 또는 복수의 방식으로 별도 관리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수천명의 이용자가 충전한 페이머니와 이용정지·분쟁조정 등으로 보류된 대금까지 합치면 막대한 현금성 운용 자금으로 유동성 확보에 유리하다는 시각입니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예금·신탁 등으로 운영해 이자수익을 얻기도 합니다. 나아가 부정거래 의심을 이유로 계정을 정지시키며 대금 동결을 늘리고 있다면 예치금의 사적 운용 등 논란도 예상됩니다.
당근 이용정지 피해를 주장하는 B씨는 "당근이 '부정거래 의심'을 이유로 계정을 정지하는 것은 플랫폼 운영사로서 가질 수 있는 방어권이지만, 만일 플래폼이 이런 구조를 고의로 방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환불·인출을 지연시킨다면 금융당국에서도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당근 관계자는 "당근 계정의 이용정지나 당근페이 이용제한은 충분히 문의를 통해 소명할 수 있고, 별도의 모니터링으로 부당한 사유의 제재를 해제 조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일부러 이용정지를 늘려서 당근페이 충전금 규모를 키운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이용자들로부터 모인 선불충전금은 개정 전금법을 적용받아 신탁과 예치를 혼용해 별도 관리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 어플리케이션. (사진=당근)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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