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엔 다를까. 국내 유권자 절반 이상(53.5%)이 6월 지방선거에서 “기후 공약이 마음에 들면 평소 견해와 다르더라도 투표를 고려하겠다”고 응답했다. 기후정치바람(녹색전환연구소·더가능연구소·로컬에너지랩)이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피앰아이와 함께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다. 전국 17개 시도 유권자 1만 7865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인식 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 60% 이상이 같은 응답을 했다. 하지만 당시 전체 국회의원 후보 중 기후 공약을 제시한 후보는 168명으로 24% 수준에 불과했다. 2025년 대선에서는 기후위기가 대선 TV 토론 의제로 일부 다뤄졌지만, 후보들의 토론 수준과 관련 공약은 실망스러웠다.
이번 지방선거 민선 9기 임기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중간 단계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교통 구조 전환 등 탄소중립 정책의 실행을 본격화해야 하는 시기다. 유권자들은 이미 기후 의제에 반응하고 있다. 지역별 전력 자립률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차등 조정하는 방안에는 63.5%, 기후위기 대응 재원으로 탄소세를 도입하는 데에도 63.9%가 찬성했다. 2040년 석탄발전소 폐지에 대해서는 충남 70.6%, 강원 70.4%, 경남 68.9% 등 실제 석탄발전소가 있는 지역에서도 찬성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시민들의 66.9%는 자신이 소유한 땅이나 집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 65.5%는 아파트 발코니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는 권한을 개별 가구에 더 넓게 보장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학교 태양광 설치에 59.9%, 낮은 에너지효율 등급의 건물 임대 제한 정책에 59.3%가 찬성했다. 공공기후보험 도입에 71.5%, 기후 재난 대비 교육 필요성에는 81.3%가 찬성했다. ‘햇빛소득마을’ 도입과 관련해선 9개 도 지역 모두에서 찬성이 반대보다 더 많았다. 특히 가장 먼저 이를 도입한 전남에선 찬성률이 64.4%로 가장 높았다.
이번에 기후정치바람은 광역 시장·도지사 권한으로 즉시 실행할 수 있는 8대 공약을 발표했다. 기후 인식 조사 결과 유권자 선호도가 높으면서 관련법에 따라 2030년까지 광역 지방정부가 이행해야 하는 정책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8대 공약은 공영주차장 태양광 설비 의무화, 주택용 태양광 발전 확대, 학교 에너지 자립 지원, 공공교통 탄소 감축, 건물 에너지원단위 제도(에너지 효율 개선 유도), 기후 재난 대비와 취약계층 보호, 햇빛소득마을 추진, 해상풍력 주민 참여·이익 공유 방안 마련 순이다.
이번엔 정치가 반응할까.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당들이 속속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기후위기 대응 내용은 매우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 목표를 뚜렷하게 제시한 정당이 드물고 온실가스 감축 공약이 부실하거나 아예 없으며, 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 기반 정책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기후 공약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는데, 4년이 지난 지금도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예산이나 전담 조직 등 이행 수단을 명시한 경우도 드물어 정책 추진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 보안 엑스포 & 전자정부 정보보호 솔루션 페어에서 한 관람객이 태양광 기술을 활용한 방범 장치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에도 정당별로 공약에 차이가 있다. <한겨레>가 7개 원내 정당과 정의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이번 지방선거 10대 정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가장 구체적이고 다양한 기후 대응 정책을 내놓은 정당은 진보당과 정의당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의 기후 공약도 구체적이고 다양했지만, 기후 대응과 함께 경제 활성화나 산업 경쟁력을 강조하는 쪽이었다. 기본소득당과 개혁신당은 기후 정책이 다양하지 않았고, 국민의힘과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은 10대 정책 가운데 기후 정책이 없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시되는 기후 정책은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해야 한다. 민선 9기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골든타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정부가 실제 사업을 어떻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감축 경로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기후정치바람이 공개한 공약 체크리스트에는 구체적인 실행 과제들이 담겼다. 표면적인 선언이나 제안이 아닌 실제 지방정부가 조례와 예산, 주민 협의 체계를 움직여야 가능한 정책들이다. 이제는 실제 실행력을 점검해야 하는 시기다.
권승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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