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애셋]가상자산 불법 환치기 '3조'…피고인 99% 유죄
가상자산 외국환거래법위반 판결 52건 전수 분석하니
집행유예 많고 징역4년 최대…단일사건 최대규모 1조
BTC→SC 범죄 수단 다양화…스테이블 규제 ‘사각지대’
2026-07-16 16:07:52 2026-07-16 19:34:30
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범수 기자] 가상자산(디지털자산) 관련 범죄 중 자금세탁과 함께 심각한 범죄로 평가받는 건 외국환거래법위반 사건입니다. 범죄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주된 유형은 디지털자산을 매개로 한 무등록외국환업무(환치기)입니다.
 
디지털자산 환치기는 주로 국내외 디지털자산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나 불법해외송금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디지털자산이 서로 다른 법정통화 환전의 매개로 사용되며 범죄에 악용되는 것입니다. 범죄 빈도가 늘고 규모도 커지자 정부와 국회는 디지털자산 국경 간 거래 모니터링을 위한 외국환거래법 개정에 나섰고, 12월 시행 예정입니다.
  
가상자산(디지털자산)을 활용한 환치기 범죄와 그에 대한 처벌을 형상화했다.(이미지=디지털애셋)
 
이에 <디지털애셋>은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디지털자산을 매개로 한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확정된 판결 중 판결문을 구할 수 있는 52건을 전수분석했습니다. 관련 통계와 흐름이 이후 시행 과정에서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분석 기간은 2017년~2026년 6월입니다.
 
실형 선고 20% 수준에 그쳐
 
52건의 디지털자산 매개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의 피고인은 개인 93명, 법인 2명으로 총 9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그 중 최종 무죄가 선고된 피고인은 1명에 불과해, 유죄 비중이 99%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는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 94명 중 46명(48.9%)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다음으로 ▲벌금형 28명(29.7%) ▲실형 19명(20.2%) ▲선고유예(벌금형) 1명(1.0%)이 뒤를 이었습니다. 실형 분포를 보면, 1년 이상~2년 미만이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2년~3년과 3년~4년이 각각 3명이었습니다. 분석 대상 사례 중 최고형은 징역형 4년(1명)이었습니다.
 
징역 4년이 선고된 사건은 디지털자산과 허위 무역대금을 이용해 벌인 환치기 사건(2022고단3979, 대구지법)입니다. 피고인들은 국내외 간 디지털자산 가격 차이(김치프리미엄)를 노리고 해외 투자자가 보유한 디지털자산을 국내로 전송 받아 국내 거래소에서 매도해 원화를 확보한 뒤 허위 인보이스와 계약으로 이를 정상적인 수입대금이나 수수료처럼 꾸며 해외로 송금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그 중 피고인 A씨에게 징역 4년과 9억7540만원 추징이 선고됐고, 대법 상고심을 거쳐 2023년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디지털자산만 매개로 환전이 이뤄진 게 아니라 디지털자산 매도대금을 허위 무역대금으로 속여 은행 송금까지 이어진 복잡한 구조로 진행됐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디지털자산 매개 외국환거래법 사건 유죄 확정률.(이미지=디지털애셋)
 
중국·베트남 송금 사건 많아
 
환전되는 법정화폐나 연루 국가, 사건의 내용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52건 중 중국 위안화와 원화 간 환전에 디지털자산이 매개로 쓰이는 사건이 17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베트남 불법 송금 사건이 13건으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필리핀·카지노 등과 연루된 사건과 김치프리미엄 등을 노린 환치기 범죄가 각각 7건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상품권·면세품·보따리상 등과 연루된 사건이 4건, XRP(리플) 환전, 소액해외송금 사건 등도 있었습니다.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은 단 1건(피고인 1명)입니다. 한국과 중국 간 디지털자산과 상품권을 매개로 환치기를 벌인 혐의로 환전업자 B씨가 기소된 사건(2019고단4672, 서울중앙지법)입니다. B씨는 2017년 5~9월 총 1839회에 걸쳐 약 179억원어치 환치기를 벌인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중국 의뢰인들로부터 디지털자산을 받아 국내 거래소에서 매도, 그 자금으로 상품권을 사서 의뢰인이 지정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9년 10월 ▲디지털자산의 전송지가 불명확하고 ▲환치기 목적으로 송금했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송금의 목적이 순수 국내 거래일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로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후 검찰은 항소했지만, 2심에서 항소를 기각하며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1000억 이상 사건도 14%
 
디지털자산 환치기 사건들 중 무죄를 제외하고 범죄 금액이 판결문에 기재된 50건의 범죄 규모는 약 3조1000억원대로 집계됐습니다. 100억원~1000억원 규모 사건이 24건으로 전체의 48%를 차지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10억원~100억원이 18건으로 36%, 1000억원 이상도 7건으로 14%의 비중을 보였습니다. 10억원 미만 사건은 1건에 불과했습니다.
 
단일 범죄 규모가 가장 큰 사건은 앞서 언급한 김프를 노린 허위 무역대금 송금 사건(2022고단3979, 대구지법)입니다. 이 사건 범죄 규모는 약 1조1859억원에 달합니다. 그 다음으로 규모가 큰 건 중국-한국 간 디지털자산 환치기 사건(2023고단593, 인천지법 부천지원)입니다. 중국인 환전업자 C씨는 2016년~2021년 중국 거래소에서 국내 거래소로 디지털자산을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총 3만6568회에 걸쳐 약 3088억원 규모의 환치기를 벌인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그는 2023년 5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이후 항소가 기각돼 2024년 7월 집행유예가 확정됐습니다. 1심은 환전 규모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디지털자산을 매개로 한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1719억원 규모의 필리핀과 한국 간 환치기 사건(2020고단1095, 춘천지법)도 눈에 띕니다. 이 사건은 환치기 일당 5명이 기소된 조직적 범죄 사건으로, 계좌모집책인 피고인 D씨가 징역 2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항소 기각으로 실형이 확정됐습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 디지털자산은 필리핀 페소를 조달하는 중간 매개로 쓰였습니다. 구체적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페소 환전을 원하는 국내 의뢰인은 D씨가 관리하는 국내 계좌로 원화를 입금하고 D씨는 성명불상의 중국인에게 이를 현금으로 전달합니다. 돈을 받은 중국인은 BTC(비트코인) 전자지갑 주소 등 정보가 저장된 USB를 그 대가로 건네줍니다. USB를 받은 공범이 필리핀에 입국한 뒤 비트코인을 매도해 필리핀 페소를 마련하면 이를 D씨의 현지 계좌로 입금, 이를 의뢰인에게 지급하는 복잡한 방식이 쓰였습니다.
 
그 외에도 1000억원 이상인 사건들은 ▲중국과 한국 간 불법송금 사건(2024고단2768, 서울북부지법) 약 2074억원 ▲보이스피싱 환치기 사건(2022고합111, 서울동부지법) 약 1329억원 ▲김치프리미엄을 노린 코인 환치기 사건(2024고단1660, 인천지법) 약 1312억원 ▲비트코인 매개 중국 위안화 환치기 사건(2018고단250, 인천지법 부천지원) 약 1305억원 등이 있었습니다.
 
송금 편리한 SC...범죄에 악용
 
최근 2년 동안 확정된 판결들에서 주로 등장하는 디지털자산 환치기 수단은 USDT(테더)입니다. USDT는 1달러와 가치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SC)입니다. 디지털자산시장의 스테이블코인 활용이 늘어나면서 불법 해외 송금에도 쓰이는 모습입니다.
 
주요 사건은 ▲중국과 국내 간 환치기 사건(2024고단2768, 서울북부지법) ▲필리핀과 국내 간 환치기 사건(2025고합112, 대구지법)입니다. 먼저 중국과 국내 간 환치기 사건에서는 중국인 피고인 F씨가 총 2074억원의 환치기 범행 중 1000억원 규모를 USDT 등을 이용해 벌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F씨는 중국 디지털자산거래소에서 USDT 등을 매입해 지인 명의 지갑으로 이체한 뒤 국내 거래소에서 996억원어치를 매도했습니다. 그리고 매도대금을 위안화로 재환전한 뒤 재한 중국인들에게 약 995억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환치기 범행을 벌였습니다. F씨는 징역 1년에 벌금 1억원이 선고됐고, 이후 2025년 4월 항소가 기각돼 형이 확정됐습니다.
 
다음으로 필리핀과 국내 간 환치기 사건은 5명의 피고인들이 조직적으로 공모한 사건입니다. 피고인 G씨는 원화로 서울 소재 환전소에서 USDT를 산 뒤 SNS를 통해 카지노 이용자 등 필리핀 현지에서 페소가 필요한 사람들을 물색했습니다. 이들에게 원화를 받은 뒤 필리핀에 있는 공범에게 USDT를 보내 페소로 환전하고, 이를 원화 송금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의 환치기를 벌인 것입니다. 2024년 2~7월 5개월 동안 계좌 입금액 합계는 약 487억원으로 실제 환치기가 이뤄진 규모는 34억원으로 조사됐습니다. G씨는 지난 4월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항소 없이 형이 확정됐습니다.
 
이는 기존 비트코인 등 가격 변동이 있는 디지털자산을 활용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입니다. 이렇게 환전 수단이 달라진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 활용 증대가 있습니다. 디지털자산 정보제공 플랫폼 코인마켓캡 기준 USDT 시가총액은 2021년 1월 약 126조800억원에서 2026년 7월 약 285조8060억원으로 127% 급증했습니다. 특히 2023년 12월 코인원을 시작으로 5개 원화마켓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에서 USDT를 거래지원하기 시작하면서 국내에서 USDT 거래가 더 활발해졌습니다. USDT는 가격 변동이 거의 없기 때문에 송금에 편리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스테이블코인의 특성을 활용한 환치기 범죄가 등장하자 당국도 강력하게 대응 중입니다. 관세청은 지난 4월 USDT를 활용해 중고 자동차 수출대금을 불법으로 수취 대행한 환치기 업자를 검거하고 불구속송치했다고 발표하는 등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습니다.
  
코인 환치기 불법 거래 규모.(이미지=디지털애셋)
 
"SC, 지급수단 인정해야"
 
이렇게 디지털자산 매개 환치기 범죄가 계속 등장하자 국회와 정부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에 나섰습니다. 관련 개정안은 지난 6월 공포돼 오는 12월 시행 예정입니다. 개정안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내외 간 디지털자산을 이전하는 업무를 영위하려는 사업자는 재정경제부에 등록해야 합니다. 이렇게 신설한 가상자산이전업자에게 당국이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검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외국환거래법위반에 사용된 디지털자산을 몰수, 추징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법개정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코인은 여전히 규제의 사각지대로 남아있습니다. 재경부는 시장 포괄 규제법안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과정에서 대외지급수단에 스테이블코인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학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외국환거래법 편입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월 한 심포지엄에서 "현행 외국환거래법이 해석상 스테이블코인까지 적용 대상으로 포함하는지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는 점 자체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의 규제 수단과 규제 수준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새로운 대응 수단을 마련할 것인지, 기존 외국환거래법상의 규제 수단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6월 은행법학회 학회지 은행법연구에 게재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외국환거래법 규제 방안' 논문에서는 한은 소속 직원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지급수단으로 정의하고 그에 따라 외국환거래법상 대외지급수단으로 자동으로 편입되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국회 논의 여전히 지지부진
 
하지만 국회에서는 이런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스테이블코인을 외국환거래법상 대외지급수단으로 추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재경위는 이 법안에 상당히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재경위는 지난 2월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지급수단으로 규정하면 매매시 신고 의무가 생겨 국내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고 2단계 입법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규제하는 게 적절한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외국환거래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천창민 서울과기대 교수는 "기본법이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에 앞서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해 디지털자산을 대외지급수단으로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방향은 외국환거래법을 먼저 개정하고 구체적인 사안은 추가 논의를 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범수 기자 cmsbumsu@digitalasset.works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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